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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I시대 진정한 인간교육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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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I시대 진정한 인간교육이 시급하다
  • 송영배 기자
  • 승인 2024.03.22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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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석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장 / 문학박사

우리가 인공지능의 무서움을 처음으로 막연히 느낀 것은 알파고라는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과 프로기사 이세돌의 대결이다. 바둑의 특성 상 게임프로그램이 프로기사를 이긴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의 5회에 걸친 세기의 대결에서 이세돌이 천재적인 감각으로 한판을 이겼을 뿐, 전체적으로 보면 4:1로 일방적으로 졌다고 볼 수 있다.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로 갈수록 업그레이드된 알파고 제로가 나온 이후로, 이제는 프로기사도 2점 접바둑으로도 인공지능을 이기기 힘들다.

인공지능기술은 바둑을 넘어 모든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2045년에는 모든 영역에서 AI가 인간을 압도하는 특이점 시대가 온다고 예상했는데, 어쩌면 그 시기가 더 빨라질지도 모르겠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인간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것을 인공지능에 주입하는 시대를 넘어, AI 자체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이것은 인간이 AI를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이 도래할 수 있는 개연성을 의미한다. 이때가 되면, 문명의 발달이 인간이 아닌 AI에 의해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시대에서, 인간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인간 존재에 관한 근본적인 성찰을 해봐야 할, 문명사적 시점에 이르렀다. 지금 우리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직면한 위기에는 공통적인 현상이 있다. 인간의 물화(物化)다. 인간이 스스로 물질화된 근본원인에는 눈앞에 보이는 물질적 이득과 관념적 사고에 함몰되어, 물질과 정신, 부분과 전체, 표면과 이면, 현상과 본질 등의 양면을 아우르지 못하는 편향적 시각과 분절된 의식이 있다. 인식의 불균형은 개인의 이기주의를 넘어 지역, 국가, 그리고 전 세계로 확대되어 있다. 정치, 경제, 종교, 교육 등 어느 한 분야도 이러한 의식의 흐름에서 예외인 경우가 드물다. 간간히 예외적인 현상이 오히려 세간의 화제가 될 정도다. 몰상식이 상식이 되어 있는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물질과 정신의 조화가 깨진 세상에서, 인간은 너무 보잘 것 없는 존재가 되었다. 어쩌면 AI가 어느 순간에 이르러, 인간이 문명발달에 가장 걸림돌이라고 판단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물질만능의 시대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인간이 AI를 이길 가능성은 없다. 이미 알파고가 그것을 증명했다. 혹시나 하는 미련이 있다면, 어리석은 기대다. 인간의 무의미성은 이미 AI 개발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들도 예상하고 있지만, 눈앞의 물질적 이익이 너무 크게 보이기 때문에, 정신적 이면은 생각할 여지도 없다. 마치 하루살이가 불을 향해 돌진하듯이, 인류사회도 파멸을 향해 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AI의 개발만이 자기를 살리고, 나아가 자기 기업, 자기 민족, 자기 국가를 살린다는 이기적 심리 때문이다. 자신만을 살리기 위한 일이 결국은 자신을 포함해 모두를 죽이는 일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인류사회의 발전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지나치게 물질주의에 편향되었다. 인간의 정신도 물질적 편향에 동조해서 물화(物化)되었다. 동양적 입장에서 보면, 인간의 심원한 도덕적 가치는 사라지고, 서양적 물질적 가치만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현실이다. 덕분에 물질적 삶은 편리해졌지만,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인간의 생명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생태주의가 여러 영역에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을 일깨우고 있지만, 인류의 원초적 생명력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미약하다.

나는 이러한 문명사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관해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2018년 인공지능에 부여할 윤리의식의 해법이란 주제로 《공자 노자 석가 예수를 관통하는 진리》를 쓴 이래로, 2020년 《나답게 사는 법》, 2021년 《주역 인생전략》, 2022년 《경계를 넘어 통합을 보다》, 2023년 《나를 찾을 결심》 등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인공지능시대를 대비하는 인간교육에 관한 준비를 계속해왔다. 이러한 준비를 총결산하고 인간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2024년 1월에 《융합창의력과 인간교육》을 출간했다.

나는 이번 책 《융합창의력과 인간교육》에서 인류가 인공지능시대에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유지하려면, 인간의 정신을 근본적으로 깨우는 인간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 그동안 인류가 몰입했던 물질중심의 융합창의력에서 벗어나서, 동양적 직관을 통해 본원적 정신세계를 되찾는 길을 소개하고 있다. 인간이 AI의 지배로부터 벗어나서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려면, 인간만의 잠재력을 키워야한다. 나는 이번 책에서 AI와 다른 인간의 차이점을 크게 여섯 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 인간은 개성이라고 할 수 있는 독특한 생명력이 있다. 둘째, 인간은 무한한 교감능력이 있다. 셋째, 인간은 도덕의식이 있다. 넷째, 인간에게는 평화의식이 있다. 다섯째, 인간은 무의식의 심연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여섯째, 무엇보다 인간은 영성(靈性)을 지니고 있다. 인간의 독특한 본성과 잠재력을 되찾는 길만이 AI의 지배에서 자유로운 인간다운 삶을 사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존재 이유는 물질적 성공이 아닌, 정신적 성숙에 있다. 우리가 성인(聖人)이라고 부르는 공자, 노자, 석가, 예수 등은 모두 우리 인류가 완전한 인간으로서 거듭나기를 바라고, 그런 차원에서 말씀을 했다. 물질은 수단일 뿐이다. 물질적 차원에 불과한 성공만을 추구한다면, 본질적 정신을 회복하는 길이 막히게 된다. 물질적 성공을 이룬 사람들 대부분이 죽음에 이르러 물질의 공허함을 느끼게 되지만, 그때는 너무 늦다. 인류사회도 마찬가지다. AI는 마지막으로 인간의 정신을 일깨우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물질적 융합창의력을 넘어 물질과 정신을 조화롭게 융합하는 초융합창의력으로 나아가는 길은 인간의 본원적 정신을 일깨우는 인간교육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송영배 기자 dandory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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