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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독특성과 차별성을 갖춘 작품을 선보이는 한민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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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독특성과 차별성을 갖춘 작품을 선보이는 한민수 화가
  • 이은구 기자
  • 승인 2024.01.05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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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인간과 로봇과 동물의 해학적인 소통을 꿈꾸다

한민수 화가

[KNS뉴스통신=이은구 기자] “한 화가의 작품을 단체전에 놓인 소품들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화가의 세계를 보다 넓게 이해하기 위해 작가노트를 보기도 하고 작가가 살아온 삶의 스토리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화가는 그의 사상이나 관람객에게 소통하고 싶은 광범위한 이야기를 어느 한 작품에 모두 담아낼 수가 없습니다. 단편적인 사상이나 이야기의 한 조각이 담긴 작품으로 그 화가의 작품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성급한 오류에 빠질수 있습니다.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서 그 화가의 개인전에 가서 전체 작품을 둘러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한민수 작가에게 미술을 사랑하고 미술작품 관람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권면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렇게 답해주었다. 이 말속에서 한민수 작가의 작품세계 또한 어느 화가 못지않게 폭넓음을 캐치할 수 있고 그의 작품에 담긴 진정성과 깊은 사상을 아직은 전부 다 관람객에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내포되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한민수 작가의 작품세계는 광범위하기도 하고 독특하기도 하다. 그래서 여타의 화가와 차별화된 특성을 담고 있는 그의 넓은 작품세계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성장이야기에 우선 귀기울여 보기로 했다. 

식을 줄 모르는 미술에 대한 갈증 

어릴 때부터 저는 미술에 남다른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길을 가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미술과의 접점 시기를 반추하고 있었다. 사람은 참 신기하게도 뭔가 하나에 꽂히면 이를 거부하고 딴길로 가기가 쉽지 않다. 한민수 작가의 어린 시절도 그러하다. 초등학교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에 꽂힌 그는 늘 무엇인가 그리는 습관이 있었다. 그러나 그림을 전공하기에는 스스로 자신이 없었고, 공부를 잘 하는 아들이 아깝다고 생각한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힌다.

결국 미대 진학의 꿈을 잠시 접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신문방송학과 연극반에서 무대 미술을 하고, 미술 동아리 활동을 했지만 미술에 대한 욕구를 채우기에는 부족했다. 그래서 군 제대후 2년간의 편입 준비를 하고 동국대학교 서양화 학과에 들어갔다. 미대를 졸업하고 벽제 무대예술 아카데미에서 1년정도 무대 공부를 하고 연극 무대 디자인을 3-4년 했다. 그 후에 영화 미술쪽에서도 일해보았지만 여전히 미술에 대한 깊은 갈증은 사그라 들지 않았다. 

그래서 서른 중반에 미술쪽으로 완전히 발을 들어 놓기로 결심하고 러시아로 가서 '레핀 예술 아카데미' 회화과 1학년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기초부터 다시 미술공부를 시작해서 3년을 열심히 미술에 대한 진한 갈증을 해소하며 지냈다. 그렇게 미술을 공부하며 그가 가장 표현하고 싶은 영역은 '인간소외'였다고 한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감정과 인간성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그의 인문학적 소양이 미술과 접목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기술과 과학이 발전해가는 화려한 세상이 될수록 인간의 만족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그 화려함속에 오히려 인간의 소외는 깊어간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그의 특별한 이해다. 

가장 인간적인 ‘실수하는 인간’ 

어느 날 '유발 하라리'의 ‘호모데우스’속에 ‘인간은 미래기술이 발달하면 신에 가까워진다’는 구절을 보았는데 반기가 들어졌다고 한다. 그는 오히려 과학기술로 인해 인간 소외가 깊어간다고 생각했다. 그가 생각하는 진정 인간적인 것은 미래 기술발달로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 해내는 '만능의 신'에 가까워지는 인간이 결코 아니였다. 오히려 그는 ‘실수하는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 데웁스’가 가장 인간적이라 여겨졌다. 기술과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실수하기 때문에 인간다운 미가 있다고 느낀 것이다.

또 그의 작품에는 귀여운 로봇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로봇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 회사에서 개발한 '스팟 미니' 라는 강아지를 닮은 로봇에 사람들이 친근감을 갖고 감정이입을 쉽게 하는 것을 보고 로봇에 특별한 관심이 생긴 것이다. 그는 첨단기술을 상징하는 로봇을 인문학적인 접근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그래서 로봇과 소외된 인간과 동물이 어우러져 함께 웃는 해학적인 소통의 세상을 그림으로 나타내고 싶어졌다.

그의 그림속에는 도시속에 소외된 인간상을 이미지로 형상화한 것이 많이 등장한다. 그 작품속 인간에는 팔이 없는데 이는 자본주의 경제 속에 노동에 소외된 인간들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 깊은 의미가 담긴 그의 그림들의 독특성 때문인지 초반에 공모전에도 자주 당선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자신의 그림이 당시 유행했던 팝아트로 분류되는 것을 알게 되였다.

“전혀 팝아트처럼 대중적인 코드와 관계가 없는 나의 작품이 팝아트로 분류되다보니 내가 생각하는 팝아트를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셰계적으로 유명한 화가 제프쿤스의 작업을 패러디해서 팝아트 장르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하면서 작품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

그렇게 해서 시작된 것이 “HI! 제프쿤스 ‘라는 전시회 작품이다. 미국의 현대미술가인 제프쿤스의 작품은 현대 예술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그의 작품은 세계적으로 많은 전시회와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는 제프쿤스 작품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거기에 자신의 고양이 이미지를 결합시켜 새로운 독특한 작품을 선보였고 이 작품들은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현재는 인간과 로봇과 동물이 소통하는 수단으로 이모티콘을 사용한다는 상상력을 가지고 '호모이모티콘' 연작을 하고 있다.

예술활동에 매진토록 하는 정부지원책 절실

그는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하며 홍제동에서 취미생들도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 견실한 생활인이기도 하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고민거리를 묻자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아이디어의 원천이 내적으로 고갈되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 염려가 된다고 한다. 책을 쓰는 작가이든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든 자신안에 끊임없는 창작 아이디어가 샘물처럼 흘러 넘치기를 바라는 마음이 항상 간절하다. 그 창작아이디어가 고갈될때 작가들은 침체될 수밖에 없고 에너지를 잃게 된다. 그래서 그는 자주 여러 거리를 돌며 스케치를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새로운 것을 보고 묘사하고 스케치를 하는 동안 다시 창작의 샘들이 가슴안에 넘쳐 흐르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어느날 그가 사는 홍제동 거리를 걷다가 문득 한작가가 스케치하는 모습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마주치면 창작에 대한 끝없는 아이디어와 열정을 간직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의 모습에 박수를 쳐주고 싶어질 것 같다.

오롯히 자신의 작품세계의 성장과 확장을 위해 매진하는 견실한 한 사람의 예술인인 그에게 화가로서 정부에 바라는 작은 바램은 없는지 물었다.

"작가가 미술관과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전시하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정부차원에서 일정액을 지급해주는 시스템이 되면 그림을 그리는 화가에게 큰 격려가 될 것 같습니다."

오직 예술을 사랑하여 예술로 사는 이들에게 아직은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부족한 현실인 것 같다. 진정한 예술인에 대한 정부의 작은 지원책이 경제적인 압박으로 온전히 예술활동에 매진할 수 없는 많은 예술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글이든, 그림이든 세상에서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정신적인 노동에는 그 피나는 노동에 부합하는 정당한 댓가가 주어져야만 한다. 그럴때 삭막한 사회에 예술작품으로 평화와 힐링을 불어넣는 예술인들의 왕성한 활동이 더욱 활발히 이어져갈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그 왕성한 활동으로 인해 각박한 사회는 보다 온기있는 따사로운 사회로 변화되여 갈 수 있다. 그러기에 그의 바램은 모든 예술인들의 동일한 바램이리라 여겨진다.

작품이 지향하는 뚜렷한 목표와 이를 향한 끊임없는 노력과 뜨거운 열정을 인터뷰를 통해 느끼게 되니 그의 화실이 더없이 아늑해 보인다. 어릴적 부터 가슴에 꽂힌 꿈이 만발해가는 이 아름다운 공간에서 '인간과 로봇과 동물의 해학적인 소통'을 꿈꾸는 한작가의 작품세계는 더 깊어지고 더 넓어져 갈 것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은 많은 관람객들을 '인간과 로봇과 동물이 어우러져 벌이는 한바탕의 해학의 향연'속으로 또 황홀하게 초대할 것이다. 이런 생각만으로 벌써 그의 개인전이 간절히 기다려진다.                                                                                 

이은구 기자 v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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