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4:57 (토)
[박세호의 여행칼럼] 대원군의 사저 운현궁에서 동지 팟죽을 먹다
상태바
[박세호의 여행칼럼] 대원군의 사저 운현궁에서 동지 팟죽을 먹다
  • 박세호 기자
  • 승인 2024.01.04 1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운현궁은 대원군의 정치적 부침과 영욕의 세월을 함께 한 곳!

 

[KNS뉴스통신=박세호 기자]  종로구 운니동에 위치한 운현궁(雲峴宮)에 조금 특별한 답사여행을 다녀왔다. 

운현궁은 격변기 한국근대사에서 독특한 역사적 위상을 지닌 공간이다.

ⓒ박세호
운현궁은 전통문화를 계승하여 발전시키는 일에 앞장을 서고있다. ⓒ박세호

 

ⓒ박세호
운현궁 앞 작은 설 동지 프로그램 안내판 ⓒ박세호

이하응의 사저(私邸)였던 운현궁은 왕위를 계숭할 후손이 없이 사망한 철종의 뒤를 이어 대원군의 둘째 아들이 국왕으로 등극하게 되면서 국왕의 잠저(潛邸)가 된다. 잠저라 함은 왕이 되어 궁전에서 살기 이전에 살았던 사가를 칭하는 말이다. 운현궁(종로구 삼일대로 464)은 <운현궁에서 맞이하는 작은 설, 동지> 행사를 한해가 다 저물어가는 지난 12월 22일(금) 11시~오후 4시까지 진행하여 시민들에게 팟죽과 팟막걸리를 무료로 나눠주고, 공예체험과 민속놀이 체험으로 즐거운 시간을 선사하였다. 

차례대로 서서 활쏘기를 해보는 어린이들 ⓒ박세호
운현궁에선 동지를 맞아 팟죽과 팥막걸리를 무료로 나눠주었다.  ⓒ박세호

마침 이 안내문을 며칠 전에 우연히 보고서 이번에는 꼭 참석하기로 마음을 먹은 결과, 그 날 늦지 않게 운현궁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운현궁은 도심지의 한 가운데에 있고 3호선 전철 안국역 4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정문 앞에서 가깝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다. 수시로 쉽게 가볼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렇게 운현궁 여행 기사를 올리면서, 동시에 서울 시민들이 누구나 조금만 시간 여유가 있을 때면 운현궁을 한 번 쯤 찾아가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차례대로 서서 활쏘기를 해보는 어린이들 ⓒ박세호
팟죽 나눠주는 직원들. 오른쪽엔  대원군과 운현궁이란 안내설명문 ⓒ박세호

역사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해줄 수 있다. 특히 외세의 침입, 그리고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이웃나라 일본과 조선의 관계가 불행하게 시작된 그 역사적 배경을 쉽게 설명해줄 수 있는 곳이라서 자녀들의 공부에도 도움이 되고 어른들에게도 다시 한 번 역사의 근원을 찾아서 천착해볼 수 있는 기회를 안겨준다. 

한말의 풍운아이며 역사의 주인공인 이하응은 자신의 운명에 승부를 걸어 그 결과 대원군으로 봉작되었고,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고종을 보정(輔와 소설政)한다는 명분 아래 운현궁에서 국정 운영에 깊이 관여하였다.

차례대로 서서 활쏘기를 해보는 어린이들 ⓒ박세호
투호를 하는 청년 커플. 그 앞엔 어린이들이 활쏘기를 하고 있다. ⓒ박세호

그러면서 운현궁은 고종이 거처하고 있는 궁궐보다 더 큰 위세를 누렸다. 운현궁은 고종과 명성황후의 가례가 치러진 별궁으로 사용되기도 하였고, 종친부의 중심이 되었다.

동지에는 팟죽을 먹는다는 우리의 전통에 대하여 설명해 놓은 문구가 있어 여기에 옮겨본다. 동지는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어르신들은 따뚯한 양지에서 두런두런 옛 이야기를 나누신다 ⓒ박세호
운현궁을 한 번 빙 둘러보는 것 같이 한 눈에 볼 수 있는 입체모형도  ⓒ박세호

조상들은 동지를 '작은 설'이라고 해서 “동지에 팥죽을 먹어야 나이가 한 살 더 먹는다.”고 했다. 팥죽은 찹쌀로 경단을 빚은 후 팥을 고아 만든 죽에 넣고 끓여서 만든다.  절기상 동지에 접어드는 오후 12시 27분, 시민들과 팥죽을 나눠 먹으며 액운을 쫓아내고,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아 행운을 맞이하기를 기원하였다.

‘팥 막걸리 나눔’ 행사는 ㈜국순당이 함께해 더욱 풍성한 세시체험의 기회를 제공했다. 

동지 팥죽 나눔 장소에서 누구에게나 따뜻한 한 그릇을 선사한다. ⓒ박세호
동지 팥죽 나눔 장소에서 누구에게나 따뜻한 한 그릇을 선사한다. ⓒ박세호

1873년 대원군의 실정을 비판하는 최익현의 상소로 대원군이 실각하면서 운현궁의 권위는 실추되었다. 정치의 공간이었던 운현궁은 이후 대원군이 은거하며 ‘석파란(石坡灡)’에 매진하였던 예술적 공간으로 변모하였다. 석파는 대원군의 호이고, 란은 그가 즐겨 그렸던 란을 의미한다. 대원군은 정치가이면서 또한 란 그림에 일가견을 가진 미술가(예술가)였던 것이다. 처럼 운현궁은 대원군이 생을 마감할 때까지 정치적 부침을 거듭한 영욕의 세월을 함께 하였다. 이러한 대원군의 모든 스토리와 히스토리를 가진 역사깊은 장소이기 때문에 한 번 둘러볼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동시에 우리들 인생의 쌍곡선, 즉 행복과 불행 그리고 사회생활에 있어서 상승기와 하강기 등 곰곰히 되돌아 생각배볼 만한 인생의 지혜를 안겨주는 곳이기도 하다.

신미양요, 병인양요의 설명과 격전지 지도 ⓒ박세호 
'운현궁에서 맞이하는 작은 설 동지' 프로그램 안내문  ⓒ박세호 

권력의 정상에 섰던 한 인물의 파란만장한 인생사와 더불어, 우리들 인생의 덧없음을 세월의 남겨진 이끼 속에서 깨달을 수 있다면 정말 귀한 체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날 ‘액운타파’ 팥죽나눔 ▴‘팥들었슈’ 팥 막걸리 나눔 등 재미있는 이름으로 즐겁게 액운을 쫓는 행사를 열어 기억이 남게 하였다. 공예체험(팔버선 열쇠고리 만들기, 한지 제기 만들기 등) ▴전통놀이 체험(투호, 윷놀이, 딱지치기 등)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이런 프로그램은 가급적 많이 체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으로 남기면 블로그에 올릴 수도 있고 오랜 동안 추억에 남는다. 

1870년대의 역사적 사건과 국제정세 ⓒ박세호
1870년대의 역사적 사건과 국제정세 ⓒ박세호

운현궁에 도착했을 때, 한 편에서는 팥죽을 먹는 사람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함께 대화를 나누는 가 하면, 팟죽을 먹고 그 와중에 카메라에 자신들의 모습을 담는 일도 잊지 않았다. 

대원군이 최고 권력의 정점에 있던 기간이었기에 운현궁은 사저이면서도 그 규모와 시설이 궁의 규모에 필적할만한 곳이었다. 그런데 그 이후에 대지와 건물의 상당 부분이 팔리거나 잘려나갔고, 지금 보이는 것은 옛날 영화로웠던 시절의 아주 작은 일부라고 한다. 

상설 유물전시실에서 유물과 설명도표를 꼭 보고 오자. ⓒ박세호
운현궁 내에서 사랑채, 안채 등 독립적인 가옥들을 한 바퀴 들러본다. ⓒ박세호

 어린이들은 활쏘기가 제일 좋은가보다. 뒤쪽에서는 윳놀이 판이 벌어졌다. 큰 윳가락을 두 손 모아 하늘 높이 던지는 모습이 귀업게 보인다. 구석은 투호 던지는 곳인데, 어른 아이 가리지 않고 이 사람 저 사람  도전을 해보는데 모두들 재미있어 한다. 그러나 재미에 비해서는 창을 던져도 통 속에 잘 들어가지를 않는다. 

운현궁 안에 여러 채의 집이 있는데 소슬대문을 통하여 들어간다.  이로당, 노안당, 노락당  등 오래된 고가를 한 번씩 둘러보는 것이 운현궁 답사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신미양요, 병인양요의 설명과 격전지 지도 ⓒ박세호
팥죽 취식장소. 운현궁 내에서는 안내문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박세호

유물전시실에 들어가면 1866년 병인양요(프랑스함대의 침입), 1871년 신미양요(미국 선박의 침입) 등 외세의 침입을 다룬 사진과 설명문과 도표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놓아 역사공부를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준다. 1870년대에 대원군의 권력이 무소불위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고, 외세가 틈을 타서 들어오려 할 때면 쇄국 정책으로 완강하게 맞섰다. 1873년에 대원군이 권좌에서 물러선 이후 1875년 일본과 운요호 사건을 겪은 후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 불공정한 조건의 개항을 허용하게 된다. 이와 같은 내용들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도표와 사진들이 있어서 살아있는 역사공부 교실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운현궁 대문 ⓒ박세호
운현궁 대문 ⓒ박세호

운현궁에서 마련한 이번 동지 세시풍속 행사 뿐 아니라 설, 추석 큰잔치 등 명절 행사가 매년 행해지고 있다. 지난 해 2023년 설맞이 민속한마당 공연은 짧은 동영상으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을 참고로 하여 이번 설명절 행사에 자녀들을 데리고 한 번 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절기 행사 외에도 운현궁에서는 고종-명성황후 가례제전 행사, 문화체험, 전시체험  예절교실 등 행사로 시민들과 친숙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에도 별헤는 밤, 다도 체험, 플리마켓, 복도각 투어 등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었다. 청소년 학생들을 위한 2023 문화해설 겨울방학 프로그램이 지난 해 12월 27일부터 올해 2월 13일까지 개최된다.  이들 사전, 사후의 행사 소식은 언제나 운현궁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왕비와 상궁의 복식 전시 ⓒ박세호
운현궁은 마당에서 올라가는 계단이 궁궐처럼 3단으로 되어있다. ⓒ박세호

- 홈페이지 : http://www.unhyeongung.or.kr/이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운현궁 답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입장이 개방되어 있으며, 사전 신청 시에는 지정된 시간에 해설사와 동행하여 둘러볼 수 있다.  동절기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장하며 입장 마감은 오후 5시 30분까지이다. 매주 월요일 휴관이며 입장료는 무료다.

 

박세호 기자 bc457@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HOT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