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8:26 (토)
[박세호의 여행칼럼] 늦가을 단풍여행과 건강
상태바
[박세호의 여행칼럼] 늦가을 단풍여행과 건강
  • 박세호 기자
  • 승인 2023.12.05 16: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과 광릉 -

[KNS뉴스통신=박세호 기자]  낙엽 지는 가을로 접어들면서 유튜브를 통해 패티 김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을 듣고 또 들었다.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하면서 감성이 풍부해지고 오래 된 추억에 젖어드는 시간이 많아졌다.

Ⓒ 박세호
Ⓒ 박세호

올 초부터 몸의 이상이 하나 둘 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상당히 오랫동안 노안으로 불편을 겪었다. 시력이 감퇴하여 몇 발자국 앞의 안내 팻말이 잘 보이지 않고, 스마트폰의 문자와 데이터 사용도 어려워졌다. 눈 하나 나빠진 것 밖에 없는데, 땅 아래가 평지인지 계단인지 혼동을 주어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써야 할 정도까지 악화되었다.

 Ⓒ 박세호

즐기던 등산과 여행도 당분간 접었다. 우리 인체의 어느 한 부분과 또 어느 어느 부분 구별 없이 모두 귀중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처음에는 큰 병인가 하고 건강진단도 하면서 겁을 먹었는데, 알고 보니 시력 자체만의 문제였고 이것은 노안 수술로 잘 해결이 되었다. 그래도 조금씩 조심해야 하는 것은 달라진 일상이 되었다. 내과, 외과 분야의 안 먹던 약도 몇 가지 챙겨놓고, 규칙적으로 복용하게 되었다.

Ⓒ 박세호
Ⓒ 박세호

함께 자주 어울리는 여행 동호인들과 깊어가는 늦가을 정취를 즐기고, 격조하였던 우정을 되살릴 겸 경기도 포천의 국립수목원과 광릉을 찾아 하루를 즐겼다. 마침 건강을 회복한 나는 건강 회복을 자축할 겸해서 따라나섰다. 근교 여행의 묘미는 당일에 돌아올 수 있다는 장점이다.

우리는 3호선과 6호선 전철이 교차하는 약수역 앞에서 만나 승용차에 동승하고 강변도로와 경기도 국도와 사잇길을 지나면서 속력을 한 층 높이고 드라이브를 즐겼다. 한적한 외길로 들어선 것도 잠깐이고 이내 빠른 시간에 국립수목원 입구에 까지 다다랐다.

Ⓒ 박세호
Ⓒ 박세호

 

오늘 우리 여행 대장은 사업체를 경영하면서 취미로 숲 해설가를 겸한 실력 있는 여행가이다. 오늘의 여행지 선정과 가이드 역할을 도맡아 일행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가 좋게 보였다.

그런가 하면 우리 동호회 회장은 사진작가 겸 글 쓰는 여행작가인데, 간간이 오늘 일정을 담은 멋진 스냅사진들을 카톡에 올려 회원들에게 선물했다. 그녀는 올해 여름 아마추어 뮤지컬 극단의 비중 있는 역할에 캐스팅되어 실력을 발휘했다. 그 당시 관객들 뿐 아니라 우리 여행 팀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모두 바쁜 사람들이지만, 일정을 서로 잘 맞춘 시기가 계절의 타이밍과도 일치했다. 간간이 찍은 사진들을 깔아놓으니, 단풍잎들이 말을 할 뿐 사진 설명이 따로 필요가 없다. 우리 여행 팀은 여름 시즌 직전 관광버스 한 대를 빌려서 경기도 연천을 다녀온 적도 있는데, 가족을 대동한 사람도 몇 있었다. 연천에서 강 언덕에 수려하게 자리 잡은 고려 시대 궁궐이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입장은 못했다. 다시 한 번 가볼 생각이다.

Ⓒ 박세호
Ⓒ 박세호

 

오늘 우리가 찾은 광릉과 국립수목원은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편리하다. 서울 강남역, 강변역, 잠실역, 청량리 등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의정부, 광릉내, 남양주, 진접 등을 경유한 후 시외버스나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전철로 의정부나 진접에 가서 버스를 갈아타는 방법도 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경기도 포천시에 소재하며, 입장료, 주차료, 개장 시간, 안내지도, 산책로, 시설, 연락 전화번호(031-540-2000) 등은 홈페이지 검색으로 가능하다.

Ⓒ 박세호
Ⓒ 박세호

수목원을 차로 가려면 국립수목원 주차 예약을 사전에 미리 해놓아야 한다. 오전 혹은 오후로 지정하여 예약한 차량만 입장이 가능하다. 주차 후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발급해 입장한다.

국립수목원이 위치한 광릉 숲은 조선시대 나라에서 사용할 큰 나무들을 생산하고 왕실가족들의 사냥 및 활쏘기가 이뤄졌던 강무장(講武場)이기도 했다. 1468년 조선 제7대 왕 세조의 능인 광릉이 조성된 이후 능림으로 지정되어 관리들이 엄격히 관리했다. 일제강점기 광릉시험림으로 지정되었고, 이후 임업시험장이 창설되면서 임업시험림이 이뤄졌다. 광복 이후 1957년 농림부 산하 중앙임업시험장을 거쳐 1987년 박물관, 온실과 함께 광릉수목원이 되었고, 1997년 국립수목원으로 거듭나 오늘에 이르렀다. (맞은편의 광릉은 주차장 예약이 필요 없다.)

Ⓒ 박세호
Ⓒ 박세호

국립수목원 전나무 숲길은 전체 약 200m 구간으로 우리나라 3대 전나무길 중의 하나다. 1923-27년에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 숲에서 종자를 가져와 증식하여 심었는데, 전나무들의 수명은 90년 이상 되었다. 피톤치드 전나무숲길을 오래 걸으면 건강에 좋다.

광릉 숲이 2010년 6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生物圈保全地域)으로 지정되었다. 뛰어난 생태환경을 가진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과학적 지식·기술, 인간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지역들로서, 국제적으로 인정된 육상 및 연안 생태계를 말한다.

Ⓒ 박세호
Ⓒ 박세호

 

유전자원, 자연지역과 멸종위기에 처한 종, 생태계 및 경관 등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다.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모니터링, 조사·연구 등을 위해 보호되는 지역과 농경지와 주거지, 기타 여러 용도로 개발 가능한 곳 등으로 면모가 다양하다. 1982년 설악산, 2002년 제주도, 2009년 전라남도 신안 다도해, 2010년 광릉숲, 2013년 전라북도 고창, 2018년 전라남도 순천 그리고 2019년 강원특별자치도 접경지역(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과 경기도 연천까지 총 8곳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국립수목원에 나무 외에도 수많은 포유동물, 조류 그리고 벌레 등 각종 다양한 생물들이 생태계를 이루며 공존하고 있기에 그 가치가 빼어난 것이다.

Ⓒ 박세호
Ⓒ 박세호

 

수목원 내에 숲의 명예전당이 있는데 국토녹화에 기여한 분들의 부조(동판 초상화)가 세워져있다. 산림분야의 최고의 영예라고 한다. 해설사 분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산림녹화가 얼마나 피나는 노력에 의해 이뤄진 것인가에 대해 나이 지긋한 세대들은 잘 알아듣는데, 젊은 세대들은 금방 이해를 못한다고 한다.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난 청장년들은 그 헐벗고 굶주렸던 시대, 온 동네 산등성이가 민둥산이었던 전후의 황량한 우리 국토를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곳에 오면 사진과 자료를 통해 그 시절 그 때를 체험할 수 있는 잠깐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에 유익하다고 할 것이다.

 

Ⓒ 박세호
Ⓒ 박세호

국립수목원 내에서는 음식을 취사(炊事)하거나 먹지 못하게 돼있고 식당도 없다. 숲 속에서 차 마실 곳은 한 군데 있다. 육림호 카페인데, 바로 밑에 있는 호수 육림호의 이름을 딴 것이다. 통나무집으로 산장처럼 운치 있게 지어져 숲속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 창문으로 단풍 숲이 펼쳐졌고, 탁자들이 배치된 베란다 아래로는 물과 숲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차와 커피와 음료수를 주문해 마시면서 대화가 무르익는 가운데, 머핀, 케이크, 호떡, 아이스크림 등 간식꺼리도 풍성하다. 호수 건너 풀밭에는 단체로 온 울긋불긋한 등산복 무리들이 도란도란 속삭이며 이따금 웃음소리가 하늘위로 퍼져간다.

 

Ⓒ 박세호
사진출처 Ⓒ 여행공감 

 

점심 식사를 위해 수목원을 벗어나 민가와 식당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내려가 입구 처마가 운치 있게 보이는 어느 한 집으로 들어갔는데 비가 오락가락한 날씨와는 달리 실내는 아늑하고 밝았다. 비빔밥과 묵밥을 시켜서 먹었는데, 젊은 시절 설악산 자락 설악동에서 즐기던 옛날 밥상 메뉴가 생각나 추억에 잠겼다.

Ⓒ 박세호
Ⓒ 박세호

식사 후 다시 차를 몰아 광릉으로 가 주차한 다음 광릉 재실과 들어가는 입구의 숲 등을 감상하면서 능에 올라 해설사의 역사 배경 해설을 들으면서 발자취를 더듬어 보았다. 그곳에 소나무 대신 전나무가 울창하게 자리 잡아 언덕 너머 세차게 불어오는 강풍을 막아주는 것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조선조 7대 임금 세조는 젊어서부터 능력이 있고 야심이 있었던 만큼 그의 생애가 파란을 일으키면서 한편 기구하고 한편 매우 드라마틱하다.

Ⓒ 박세호
Ⓒ 박세호

 

세조는 세종과 소헌왕후의 둘째 아들로 1445년 (세종 27년)에 수양대군에 봉해졌다. 1450년(단종 1년) 계유정난(癸酉靖難)을 일으켜 정권을 잡았으며 1455년 단종의 양위를 받아 왕위에 올랐다. 세조는 왕권을 강화시키고 직전법을 실시하여 토지제도를 개혁하였다. 군사조직을 정비해 방어체제를 강화하였고, 조선의 기본법전인 경국대전의 편찬을 시작하였다.

Ⓒ 박세호
Ⓒ 박세호

 

1468년 아들 예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다음 날 수강궁 정침에서 세상을 떠났다. 광릉은 1468년 현재의 자리에 조성되었다. 15년 뒤 정희왕후가 세상을 떠나자 광릉의 동쪽 언덕에 능을 만들고 같은 영역에 있으므로 정희왕후의 능을 광릉으로 합치고 정자각을 두 능 사이로 옮겨지었다.

Ⓒ 박세호
Ⓒ 박세호

 

광릉은 세조의 유언에 따라 재궁(관)을 두는 방을 석실(石室)대신 회격(灰隔)으로 만들고 봉분에 두는 병풍석을 생략하여 왕릉공사에 드는 비용과 인력을 절약하였다. 광릉 입구에는 조선왕릉 중 유일하게 하마비가 남아있다.

Ⓒ 박세호

여행은 건강이며, 곧 행복이다. 이것은 부자유스러운 병상에서의 경험이 없는 사람이 실감하기 어려운 행복감이다. 매일 신세지면서도 그 고마움을 모르는 공기에 대한 미안함이나 같다고 해야 할 것이다.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

겨울은 아직 멀리 있는데 ...

Ⓒ 박세호

지금 이 글을 막 완성하면서 추위가 찾아왔고, 이제 겨울의 문턱에 있다. 눈 내리는 계곡을 건너 언덕 위를 마음껏 구르고 뛰면서 겨울여행의 낭만을 만끽하고 싶다. 여행이 즐겁고, 더불어 건강한 하루가 고맙다. 인생의 행복을 다시 한 번 느껴본다.

 

박세호 기자 bc457@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HOT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