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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 교보교육대상 수상…“가난한 사람 희망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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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 교보교육대상 수상…“가난한 사람 희망 찾기”
  • 백영대 기자
  • 승인 2023.11.30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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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참사람 육성 부문 대상…노숙인 인문학 전국화, 교도소 대학 설립 매진

[KNS뉴스통신=백영대 기자] 참교육의 의미를 되새기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교보교육재단은 11월 30일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강당에서 '제25회 교보교육대상' 시상식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서 참사람 육성 부문 대상에 최준영 책고집 대표, 창의인재 육성 부문에 김현주 한광여자중학교 교사, 평생교육 부문 대상에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 미래혁신 부문 대상에 권상철 우포생태교육원 원장이 각각 수상했다.

교보교육재단 최화정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교육이 가진 무한한 힘을 믿으며, 교육이 세상을 참되게 만드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오늘 수상자들은 이러한 교육의 힘을 실천을 통해 증명하신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이사장은 “오늘 수상자들이 있으셨기에 우리는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라며, “ 이들의 숭고한 뜻과 노력으로 우리 사회에 참사람의 가치가 확산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교보 교육 대상은 교보문고를 설립한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인재 육성 철학을 구현하고자 제정됐으며, 교육 발전에 이바지한 인물·단체를 시상한다. '2023년 교보 교육 대상‘의 각 부문 대상 수상자에게는 3천만 원의 상금과 상패가 전달됐다.

참사람 육성 부문 대상을 받은 최준영 책 고집 대표는 20년 전 노숙인 인문학 강좌의 역사적인 첫 강의를 했던 인물이다. 

이후 그는 줄곧 노숙인 인문학 강의를 해왔으며, 차차 범위를 넓혀 교도소 재소자와 한 부모 여성 가장, 미혼모, 저소득 어르신, 지역자활센터 참여자 등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과 인문학을 매개로 줄기차게 만나왔다. 덕분에 ‘거리의 인문학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준영 대표는 수상소감을 통해 "이 상을 받기까지 함께 고생한 가족은 물론, 어려운 여건에서도 삶의 희망을 놓지 않으려 노력했던 노숙인, 미혼모, 교도소 재소자들과 함께 오늘의 영광을 나누고 싶다"라며 "올해 20년 만에 노숙인 인문학의 전국화를 이뤄냈고, 이어서 교도소 대학 설립을 위해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단순히 인문학 강의에 머물지 않고, 강의 너머의 어떤 것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 노력의 과정 중에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엿보았고, 곁이 돼주었고, 그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다. 

그렇게 그는 줄기차게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쳤다. 최준영 대표를 만났던 노숙인 중에는 새 희망을 찾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가 최근 출간한 <가난할 권리>(책고래, 2023)에 다양한 사례가 담겨 있다.

“자활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냥 다 미웠어요. 다들 ‘패자’로만 보였어요. 인문학 강좌에 참여하면서 뒤늦게 알게 되었어요. 실은 나 자신을 싫어하고 있었다는 걸. 내가 패배자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다 패배자로만 보였던 거죠. 이제 사람들 미워하지 않아요. 저 자신도 소중하게 여기기로 했고요. 매일매일 일터에 나와서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되었어요.” 

성동지역자활센터의 인문학 강좌를 수료한 한 여성의 소감이다. 

최준영 대표는 지난 2016년부터 관악지역자활센터의 인문학 강의를 총괄 기획했고, 작년부터는 어르신 인문학, 성동지역자활센터 등에서 저소득 주민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은 대전 노숙인종합지원센터에서 만난 청년노숙인 경석(가명)의 말이다. 

“어린 나이에 부모로부터 제 존재를 부정당했습니다. 이혼한 부모는 저와 동생을 방치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저는 술에 의존하는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곧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거리를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20대 노숙자, 그게 10년여 전 저의 모습입니다.

어느 날 거리의 인문학자라는 별명을 가진 최준영 교수님이 특강을 듣게 되었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저분은 대체 누구길래 사람 마음을 이렇게 깊이 후벼파는 걸까? 뭐라 정의하긴 힘들었습니다. 다만, 한가지는 분명히 알 것 같았습니다. 진심이라는 것, 오랜 실천 속에서 길어 올린 살아있는 이야기라는 것. 문득, 닮고 싶어졌습니다. 그때부터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다시 공부해서 저분처럼 되고 싶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고 마침내 사회복지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대전에서 올라온 경석이(가명)가 지난했던 삶의 여정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가난할 권리> 중 ‘사람답게 한번 살아 보려고요’(111~121쪽)에 등장하는 경석이는 실존 인물이다. 

최 대표가 한 일은 단순한 인문학 강의만이 아니었다. 노숙인 삶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함께 고민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분들의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한편, 최준영 대표는 지난 2019년 수원에 작은 도서관 책 고집을 설립해 연 50회 이상 인문학 및 과학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사단법인 인문 공동체로 거듭난 책 고집은 가난한 이웃들에게 인문학의 향기와 사람의 온기를 전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최준영의 지난 활동들

2005~2008년, 성프란시스대학(최초의 노숙인 인문학 과정) 교수
2008~2010년, 경희대 실천인 문학센터 강사로 8개 노숙인 시설 및 지역자활에서 강의
2010~2012년, 안양교도소 및 화성 직업훈련교도소 강의
2012~2015년, 인천 마리아의 집(미혼모 시설) 인문학 강의 및 운영위원장
2015~2019년, 삼성 임직원 대상 인문학 강의, 전국의 공공도서관이나 평생학습관 출강
2016~ 현재, 관악지역자활센터 인문학 강좌 기획 및 진행 
2019년~ 현재, 대전 노숙인종합지원센터 강좌 진행
2019년~ 현재, 신문독서공동체 책 고집(작은 도서관) 설립, 23년 사단법인 출범
2022~2023년, 수원 우만종합사회복지관 어르신 인문학 강좌 기획 및 강의
2022년, 팔달노인복지관, 능 실 종합사회복지관, 호매실 장애인복지관 인문학 강좌 기획 및 강의 
2023년, 관악지역자활센터 인문학 강의
2023년, 성동지역자활 지원센터 강좌 운영(진행 및 강의)
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우리 가치 인문 동행’ 사업자로 책 고집 선정, 전국 12개 노숙인 시설(부산, 대구, 광주, 대전, 원주, 춘천, 성남, 수원, 서울)에서 인문학 강좌 진행 중(총괄 기획 및 강의)

 

백영대 기자 kanon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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