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양평맑은술도가 박수진 대표, ‘우리술 좋아 귀촌’ 막걸리 빚는 젊은 양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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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양평맑은술도가 박수진 대표, ‘우리술 좋아 귀촌’ 막걸리 빚는 젊은 양조인
  • 이은구 기자
  • 승인 2023.11.08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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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맛과 향으로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몰이
양평맑은술도가 박수진 대표
양평맑은술도가 박수진 대표

[KNS뉴스통신=이은구 기자] 와인과 위스키에 이어 전통주의 인기가 뜨겁다. 프리미엄 주류 시장이 커지면서 20~30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약주·탁주·증류주 같은 전통주로 확장세가 이어진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0년 433억 원 규모에서 매년 횡보하던 전통주 시장 규모는 2021년 941억 원, 지난해 1,629억 원으로 최근 3~4년 사이 껑충 뛰었다. 한때 쇠락 가도를 걸었던 전통주 양조 사업도 활개를 띄기 시작했다. 종류부터 맛, 향까지 다양한 우리 전통주.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전통주를 찾는 이가 늘어나면서, 전통주 시장이 부쩍 커졌다. 우리술을 보다 힙하고 깔끔하게 즐길 공간을 꾸미고 안내하는 전통주 양조장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통주가 인기를 끌다 보니 최근에는 서울 도심에 전통주 양조장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주로 직접 양조 시설을 두고 시음부터 구매는 물론 홍보관으로 쓰는 공간이다. 

은은한 겨울국화향 가득 ‘겨울아이 동국이’, 메밀소주 ‘동이’ 연이어 히트 기록 

메밀소주 동이

경기도 양평에는 여성 양조인이 우리술과 양조에 꿈을 안고 연 신생 도가가 있다. 바로 양평맑은술도가(대표 박수진)다. 사실 처음부터 양조장 후보지로 양평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휴양지인 제주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용문산 근처에 지인을 만나러 들러 양평을 오가던 길에 이곳 풍광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그렇게 2019년 양평으로 내려왔고, 박 대표의 술 빚기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곳에서는 직접 빚어낸 국화 막걸리 ‘겨울아이 동국이’와 메밀소주 ‘동이’를 출시했다. 병에 새겨진 이름부터 맛과 향까지 지극히 한국적인 느낌을 오롯이 담아낸 우리술로 젊은 세대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019년 즈음으로 기억하는데요. 제가 양조장을 하려고 양평으로 귀농을 결정하고, 양평군의 기술센터에서 귀농기청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때 같이 들었던 분 중에 겨울국화(冬菊)꽃인 동국을 재배하는 분이 계셨어요. 그분이 이 꽃으로 막걸리를 한번 만들어 보라고 권해주셔서 술을 만들어 보게 됐는데 향이 너무 좋았고,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꽃밭에 있는 것처럼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이름 같기도 해 마치 술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기도 해 의인화하는 의미로 이름을 ‘동국이’로 짓게 되었습니다.”

겨울아이 동국이

그 길로 국화 막걸리 개발에 돌입한 박수진 대표는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현재의 레시피를 완성했고, 2021년 10월 동국이를 출시했다.

현재 ‘동국이’는 양평맑은술도가를 대신할 만큼 해당 양조장을 대표하는 술이 되었다. 대게 가을에 개화하는 국화와 달리 해당 막걸리에 사용되는 국화 품종인 ‘황어자’의 경우 기온이 낮은 늦가을 무렵 꽃을 피워 향이 더 진한 특징이 있다.

따라서 풍미가 진한 막걸리 향과 어우러지더라도 특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발효 과정에서 세 번 반복하는 삼양주로 고급스러운 맛을 살려내 막걸리를 처음 접하는 외국인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도록 배려했다.

술을 걸러내는 채주 역시 손으로 직접 해 입에 남지 않도록 깔끔하게 만들었다. 또, 쌀누룩과 개량누룩, 재래누룩 등 세 가지 누룩의 최상의 배합을 찾아 호불호 없는 중간 바디감을 구현해 냈다. 박 대표가 우리술을 빚고, 연구하게 된 데에는 ‘한류’와 닿아있다.

그녀는 우리 문화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만 마련된다면 어느 분야에서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그러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졌고, 우리 문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박 대표의 열망도 덩달아 커졌다.

고민 끝에 닿은 결론은 ‘한국의 전통주’였다. 박수진 대표 자신이 관심을 둔 분야기도 했고, 한국 문화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이어진다면 전통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 대표는 막걸리학교와 가양주연구소 등 전통주 교육 기관들을 찾아다니며 양조를 익혔고, 국세청 주류면허센터 교육 과정,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에서 발효양조학 석사과정까지 밟으며 실력을 쌓아 올렸다. 발효 원리나 미생물학 등 이전보다 심화된 내용에 관해 공부할 수 있어 양조 전반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그가 전공 공부 외에 한국 전통주 소믈리에, 우리술 제조관리사, 식품가공기능사, 조주기능사 등 다양한 주류 관련 자격증을 끊임없이 취득해 나가고 있는 것 역시 이런 배경에서다. 양평군 친환경 농업대 농산가공과 전임 교수를 역임, 현재 여러 기업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말 2,500평 규모 겨울국화, 핑크뮬리 정원서 가을 막걸리 축제 열 것 

양평맑은술도가 박수진 대표는 그동안 자신이 만족하는 술을 만들 때까지 매출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좋은 술을 만드는 데에만 매진했다.

젊은 대표답지 않게 SNS나 온라인 홍보에도 관심이 없었다. 술에 만큼은 진심이기 때문에 품질로 승부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

손님이라고 해야 양조장 간판을 보고 찾아 걸어 들어오는 마을 사람들이 전부였을 정도였다. 한번 맛을 본 손님들과 술맛에 대해서 평가를 나누고, 레시피를 거듭 수정하는 시간을 거의 1년 이상 가졌다. 국화 막걸리 ‘겨울아이 동국이’의 후속작인 메밀소주 ‘동이’를 개발하기까지가 그러했다.

박 대표는 직접 메밀 농사를 지어서 메밀소주를 내렸는데 1년 내내 농사를 지어서 이듬해 다시 1년 넘게 항아리 숙성만 시켰다. 총 2년에 걸쳐 메밀소주 한 가지를 완성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런데 그 술은 아예 팔지도 않았다.

“2년간 공들여서 만든 술인데 팔기가 너무 아까워서 못 팔았어요. 메밀소주는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허생원의 아들 이름이 동이입니다. 그이의 이름에서 따온 소주입니다. 올해부터는 메밀 수확량을 늘려 동이 생산량도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동국이와 더불어 대표 상품으로 키워볼 생각이고, 해외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있으니 기대해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는 10월 말 박수진 대표는 양평맑은술도가 일원에서 가을축제를 마련한다. 이번 축제를 위해 2,500평 규모의 정원에 겨울국화 동국꽃과 핑크뮬리를 조성했다고 한다. 막걸리 제조 방법을 소개하는 원데이 클래스와 시음 행사, 포토존 등 즐거운 이벤트가 마련된다.

“저희 맑은술도가 외에도 양평에는 4~5곳 정도 도가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막걸리 축제가 없어요. 그래서 제가 그냥 조그맣게 개인 막걸리 마을 축제를 만들려고, 기획하고 있습니다. 올해 10월 중순 정도에 시작하려고, 2,500평 규모의 정원에 겨울국화 동국꽃과 핑크뮬리를 가꿨습니다. 거기서 막걸리를 만드는 원데이 클래스도 열고, 시음 행사도 할 계획입니다. 우리술을 만드는 양조장은 그리 낯선 곳이 아닙니다. 이번 기회에 찾아오셔서 우리술도 맛보시고, 양조장 체험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이은구 기자 v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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