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9:49 (토)
[맛멋곳] 하봉걸 기자의 그곳에 가면… '신안군 임자도'
상태바
[맛멋곳] 하봉걸 기자의 그곳에 가면… '신안군 임자도'
  • 하봉걸 기자
  • 승인 2023.10.10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장포 항
전장포항

[KNS뉴스통신=하봉걸 기자] 신안군은 무인도 953개를 포함해 총 1025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로 우리나라 전체 섬의 1/4이 모여 있어 1004섬이라고도 한다. 그냥 섬만 많은 것이 아니라, 모든 섬이 각각의 비경과 특징이 있어 여행지로 대단히 매력적이다.

슬로시티라고 불리는 증도, 광활한 평야가 인상적인 대초도, 광활한 소금밭과 기암절벽의 해안선을 자랑하는 비금도, 아름다운 섬과 바다를 간직한 팔금도, 두리 박지 반월섬을 연결하여 ‘퍼플 다리’가 인상적인 안좌도, 깨끗한 모래사장과 해변송림이 아름다운 자은도, 신안군청이 있는 압해도, 국내 최대의 천일염 생산지 신의도, 비경의 해안도로를 간직한 하의도 등 많은 섬들 중 필자는 12㎞의 해변을 자랑하는 대광해수욕장과 새우젓 집산지로 유명한 전장포가 있는 임자도의 인상과 인심을 잊지 못한다.

민어탕 요리를 위해 불 지피기
민어탕 요리를 위해 불 지피기

임자도에 가면 처음 접하는 풍경에 놀란다. 섬 전체를 뒤덮은 초록 들판은 온통 대파밭이다. 들깨가 많이 난다고 해서 ‘임자도’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하는데 이제는 차라리 ‘대파도’라 불러야 할 상황이다. 임자도가 박토였기에 대부분의 주민들은 어업으로 생활을 해 왔지만 어업을 돕던 농민들이 해안의 뻘과 박토를 섞어 옥토를 만들어 파밭을 가꾸어 지금은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 못지않게 윤택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임자도는 들깨 생산지 보다 대파 생산지로 이름이 더 있다.

또 임자도의 위쪽 끄트머리에 위치하고 우리나라 새우젓의 70%를 생산한다는 전장포는 파시가 열릴 정도로 번창했으며 초복, 중복, 말복, 삼복 때는 주변의 모든 어선들이 타리도에 집결하여 새우잡이로 북적였을 정도로 번성한 곳이었다.

민어탕 요리 위해 불 지피기
민어탕 요리 위해 불 지피기

이곳 전장포에서 잡은 새우를 육지로 이동하여 젓갈을 만들어 보니 원래의 맛이 나지 않아 이곳에 토굴을 만들어 젓갈을 생산하여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기자가 이무기가 승천하면서 만들어졌다는 전설이 있는 어머리 해변의 용난굴을 찾기 위하여 대파밭을 가로 질러 대두리 어머리 해변 길 끝에 다다랐을 때, 바다를 향한 정자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주민을 만났다. 용난굴의 위치를 물으니 대뜸 커피 한잔하고 가라고 발걸음을 잡는다. 내미는 손을 뿌리칠 수 없어 가는 길을 멈추고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곳에서 수년 동안 어부의 감각과 노하우로 민어잡이를 하는 민어명인 김재중 선장(64세)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태어나 중년까지 대처에서 생활하다 IMF 때 귀향하여 민어를 잡고 있으며, 아들 역시 민어청년으로 민어와 관련된 일을 하며 매스컴을 타고 있는 민어가족이었다.

두께가 5센티가 되는 민어구이
두께가 5센티가 되는 민어구이

옛날에는 민어가 왕의 진상품일 정도로 귀했으며 일제강점기 때는 잡은 생선 대부분 해외로 반출하여 어민조차 맛보기 힘들다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민어의 맛을 알려면 3년은 먹어야 맛의 진가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오묘하고 신묘한 일품의 맛이라고 한다.

민어 이야기에 열중하는 김재중 선장
민어 이야기에 열중하는 김재중 선장

또 복날에는 민어회와 민어탕으로 여름 보양식으로 할 만큼 영양이 꽉 찬 생선이라고 했다.

담소를 나누는 중에 주인장이 민어탕 끓여 줄테니 저녁 식사하고 가라고 한다.

민어명인은 대형 가마솥에 푹 고아서 탕으로 먹으면 보양은 물론 건강식이 될 거라고 자신 가득이다.

이런 음식이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먹을 기회마저 없던 도심지의 기자 일행은 맛의 호기심이 발동하여 염치불구하고 응해버렸다.

어머리 해변의 맨발걷기
어머리 해변의 맨발걷기

해안가로 흘러온 나무를 주워 건조한 화목으로 불을 지펴 민어탕을 완성하는 동안 기자 일행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맨발걷기로 일몰의 어머리 해변을 걸었다.

서너시간이 훌쩍 지나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 어둑어둑할 즈음에 민어탕이 완성되고 저녁상은 민어탕과 함께 생각지도 못한 큰 민어구이가 상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어 민어명인 댁의 인심과 마음 씀씀이에 감사함을 느끼며 염치불구하고 몇 날을 굶은 듯 홀린 듯이 먹어치웠다. 과연 그 맛이 일품이라!!

새우젓토굴
새우젓토굴

식구란 같이 밥을 먹는 사이라고 한다. 마음을 열고 같이 밥을 먹는 푸짐한 인정에 그만 식구가 된 듯하다. 비록 용난굴은 조수의 차로 만날 수 없었으나 열린 마음과 풍성한 인심으로 살아가는 임자도 민어명인 김재중 선장을 만난 것으로도 필자는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아직 때 묻지 않은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대두리 주민, 그리고 아낌없이 마음을 여는 김재중씨와 같은 분들이 살고 있는 그 곳이 바로 임자도이다.

 

하봉걸 기자 kns@kns.tv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HOT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