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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한국유품정리사협회,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시대 '웰다잉(Well Dying)'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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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한국유품정리사협회,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시대 '웰다잉(Well Dying)'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
  • 오성용 기자
  • 승인 2023.09.18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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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한국유품정리사협회 - OECD국가 자살률 1위,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시대

 

[KNS뉴스통신=오성용 기자] 전화벨이 울렸다. “네, 한국유품정리사협회입니다.” “여기는 구리시청인데요? LH 아파트에서 고독사가 발생했어요. 유품을 정리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신 정리되고 사망진단서가 나오면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한국유품정리사협회(이하 유정협) 길해용 회장은 곧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유품 정리는 하루 만에 끝나는 작업이 아니다. 사망 경위에 따라 짧게는 3일, 길게는 열흘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유품을 정리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사실 죽은자의 집을 청소하는 일이다. 특히 고독사의 경우 부패가 심하면 심할수록 집 청소는 리모델링에 가깝다. 다음에 들어와 살아야 할 사람을 위해 죽은 자의 흔적을 말끔히 지우는 것, 이것이 유정협이 하는 일이다.

고독사란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 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이다.

지난 7월 3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937만 7,049명으로 노인 인구 1,000만 시대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나 혼자 사는’ 1인 가구 역시 750만 명(통계청 자료)으로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넘어선 상태다. 게다가 OECD국가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만큼 고독사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길해용 회장

보건복지부는 ‘2022 고독사 실태조사’에서 고독사 사망자가 3,378명으로 해마다 8.8%의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 조사는 지난 2021년 4월 1일 시행된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 10조에 근거해 실시된 조사로 최근 5년간 우리나라 고독사 발생 현황을 보여주고 있다. 길 회장은 “법률 제정과 실태조사는 고독사라는 복지 사각지대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관심을 가지고 책임감 있는 대책 마련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보고 있다”며 “고독사 후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는 유정협의 책임 또한 막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고 하는데, 나 혼자 살다 가는 고독사는 내가 죽은 후에 처리해야 하는 부분이기에 어찌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 일을 맡아서 대행해 주는 곳이 ‘스위퍼스’ 같은 유품정리업체다. 고인이 남기고 간 흔적을 치운다고만 생각하면 그리 어렵지 않은 일 같지만, 그 과정을 알고 나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임을 알게 된다. 길 회장은 보통 안 좋은 직장에 대해 “3D 업종이라고 하는데, 유품정리업은 4D로 불린다”고 했다. 3D는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직종을 말하는데, 여기에 역겨운(Disgusting)이 추가돼서다. 시신을 치우고 나면 끝인 듯싶지만, 시신이 있던 자리에 시신의 체액과 혈흔, 분비물이 남아 있어 이러한 부분을 전문 소독 도구로 말끔히 지워야 한다. 시신의 오염물이 장판, 바닥에 스며들면 콘크리트까지 완전히 교체하기에 대공사가 된다. 때문에 사망자가 이불 위, 침대 위에서 발견되면 처리 비용과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 부패 정도가 심하면 구더기와 같은 벌레와 알도 문제다. 보통 사망 후 72시간이 지나면 부패가 시작되는데, 겨울보다 여름이 더 심하다. 이러한 부분을 완벽히 치워야 하고 집안에 베인 냄새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하루 만에 끝날 일이 아니다.

사망자의 유품 정리 비용이 궁금해졌다. 길 회장은 주거지, 주거 환경, 날씨, 사망 요인, 부패정도, 등 상황에 따라 다 다른데, 고독사의 경우 80% 이상이 15평 이하 원룸이나 빌라에서 거주한다는 것을 기준으로 측정할 때, 이불 위에서 사망하는 등 부패가 심하지 않으면 최소 100만 원, 그 반대의 경우에는 최고 700만 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며 고인의 생을 짐작할 수 있다. 어떻게 살았고,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정리사로서 가져야 할 첫 번째 덕목이다. 길 회장은 “유품 정리를 폐기물처리업체, 철거업체, 이사업체, 고물상 이런 곳에서 뛰어들어 쓰던 물건만 치우는 등 허술한 경우가 많아 차후에 유가족, 임대인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일본의 유품 정리 업체는 이렇게 말한다고 했다. “우리에게 안 맡기셔도 됩니다. 단, 너무 싼 업체에 맡기지 마세요” 전문 업체가 아닌 곳에 맡겼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안 맡기셔도 됩니다. 단, 너무 싼 업체에 맡기지 마세요.” 

고독사가 발생하는 상황이 다양하다 보니, 문의를 해오는 곳도 다 다르다. 단순한 고독사일 경우 지자체에서 연락이 온다. 자살이면 자살예방센터에서, 강력범죄가 발생하면 경찰서에서 연락 온다. 임대의 경우 건물주와 상의해 보증금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독사의 경우 유가족들이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고독사가 발생하면 건물주가 가장 큰 피해를 보는데, 임대했던 방을 다시 복원시켜 새 임대를 놔야 한다. 복지과 쪽에서 연락이 오면 협회 차원에서 자원봉사를 나가기도 한다. 

부패된 오염물 의료 폐기물이 아닌 종량제 봉투에 버려 

고독사 관련 법률이 21년 제정됐지만, 이와 관련된 하의 개념 법률은 아직 완전하지 않다. 일례로 ‘부패한 시신으로 오염된 물품을 의료 폐기물로 처리’해야 하는데, 현재 이러한 법률이 전무해 관할지에 문의하면 그냥 ‘종량제 봉투에 버리라’고 한단다. 길 회장은 “병원에서 사용하는 거즈, 솜과 같은 단순한 소독 도구도 의료 폐기물로 처리되는데, 시신에서 오염된 물건들이 일반 쓰레기로 분류되는 것은 정말 아니다”고 토로했다. “사망자가 코로나, 폐렴, 에이즈, 결핵이어도 아무도 모른다”며 “이러한 부분은 분명하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해마다 급증하는 고독사 차량, 보관할 장소 없어 문제.

 고독사로 남겨진 차량도 문제다. 차는 사망 후 6개월 내로 상속 처리가 안 되면 50만 원 과태료가 나온다. 유가족이 없으면 차량이 국가로 귀속되는데, 3년의 기간과 여섯 번의 재판을 받아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고독사로 남겨진 차량은 6만 대가 넘는다. 국가로 귀속되기 전까지 보관해야 하는데, 보관할 수 있는 곳이 여의치 않다. 지자체와 정부 관계기관에선 유정협에 보관을 부탁하는데, 보관할 땅이 없다. 향후 이러한 차량은 10만 대, 20만 대로 증가할 것이다. 길 회장은 “협회 차원이 아니라 정부 기관과 지자체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웰다잉 시스템

내가 사망한 후, 내가 머문 자리를 깨끗이 치운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고령자와 고독사가 많은 일본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 ‘사전유품 정리’라는 시스템이 있다.

살아생전 ‘유품정리업체’와 미리 계약하고 ‘죽은 후에 머물다 간 자리를 정리토록 하는 것이다.

고독사가 아니더라도 독거노인이 많아지면서 이러한 웰다잉 시스템이 갖춰졌다.

길 회장은 “향후 국내 시장 역시 상조만큼이나 유품 정리 업체도 확장될 것”이며 “고독사와 관련한 여러가지 제반 시설과 하위법 제정, 국가 자격증 등을 필요로 하게 된다”고 말했다.

 

                                                             

오성용 기자 v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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