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전 판매한 부화기 여전한 쓰임새 ‘장인’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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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전 판매한 부화기 여전한 쓰임새 ‘장인’ 자부심
  • 이은구 기자
  • 승인 2023.09.1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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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써도 견고한 제품 연구ㆍ개발ㆍ상품화에 주력

COMPANY은조부화기

 

35년 전 판매한 부화기 여전한 쓰임새 ‘장인’ 자부심

 

수십 년 써도 단단한 제품 연구ㆍ개발ㆍ상품화에 주력

 

김병대 대표

“봄철만 피크타임이고 여름부터 가을은 그야말로 비수기에 가까운 이 사업에 줄곧 해온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난 35년 동안 부화기를 만들어 판매해온 중소기업 대표는 “내 사업이니 내 마음껏 펼치면 그뿐이고 초창기 미국 제품을 벤치마킹해 만든 100볼트짜리 부화기를 들고 그를 찾아오는 창업 당시 단골이 있었기 때문”이라 했다. 이토록 내구성 좋은 부화기를 만들었으니 수십 년 세월이 흐른 뒤에도 쓸모를 다하는 은조부화기 김병대 대표가 만든 제품이다,

지금껏 한우물 파기를 한 것은 그의 자부심 때문이다. “아버지, 돈 안 되는 일을 왜 하세요?”라고 묻는 아들에게 그는 “돈에 비할 수 없는 더 중요한 가치가 있으니까”라고 했다.

 

지금도 여전히 완성도 있는 부화기

 

1980년대 직원 30여 명을 거느린 핸드백 공장 사장이었던 김 대표는 사업이 기울면서 모든 걸 정리한 뒤 미국 LA에서 300평 규모의 펫샵을 운영 중인 사촌 형님의 소개로 미국 부화기에 관심을 갖게 된다. 세무사였던 형님의 사무실에 나가 일을 도우면서 사촌 형님이 보내준 미국 부화기를 이리저리 살피며 공부를 시작, 전자 분야를 공부한 적이 없으니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전자기기를 잘 아는 친구들에게 미국 부화기를 보여줬더니 사업 아이템을 뺏어간 일도 다반사였다. 부화기 사업을 하려면 부화기 내부 시스템은 물론, 직접 설계와 도면까지 가능한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 부화기를 들고 세운상가를 찾아서 살다시피하며 부화기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워나가며 자신감이 붙었다는 김병대 대표.

가격이 싸다는 건 저가 부품을 썼다는 것으로 그러다 보니 고장이 잦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단가가 좀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부화기를 만들어 팔자는 김 대표의 고집은 35년 전부터 비롯됐다.

“싼 부품으로 만든 중국산 부화기에 비해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당장 싼 부화기를 구입하면 이득을 봤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부화기를 1~2년 사용하고 폐기 처분할 것도 아니고 장기적으로 봤을 땐 제대로 된 부품으로 만든 부화기가 자신에게 이득이라는 걸 저와 오래 인연을 맺은 고객들은 다 아시더라고요.”

돈 이상의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사업

 

코로나19의 타격은 그에게도 닥쳤다. 1년 매출이 통상 1억 8천 정도였는데 4분의 1토막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접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성인이 된 자녀들은 경제적 이득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부화기 사업을 고집스레 이어가는 아버지가 이해 안 될 터, 하지만 생계를 이을 재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게 부화기 사업은 돈 이상의 가치, 자기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일이기에 쉽게 놓을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남의 눈치 안 보고 소신대로 정교하고 튼튼한 부화기를 개발, 판매하는 재미에 더해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 김병대 대표에게서 산 부화기를 들고 수리를 받으러 오는 고객을 만나는 감동이 얼마의 돈과 비할 수 있을까. 그때의 설렘, 기쁨, 감동을 느껴보지 않은 이들은 쉽사리 돈 안 되는 사업을 접으라는 소리를 쉽게 하지만 김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의 부화기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시아로 수출한다. 은조부화기를 써본 사람들은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은 아예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잦은 고장에 수리비가 들다 보면 배보다 배꼽이 큰 격이 된 경험이 입소문으로 퍼지고 결국 고객들이 다시 찾는 건 김 대표의 부화기였다. 은퇴 후 취미 삼아 부화기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부화기 판매로 고객과 의형제까지 맺다

요즘도 부화기 개발이 잘 된 미국이나 유럽 제품을 눈여겨 보는 그는 경쟁력을 가지려면 단가 후려치기가 아닌 좋은 상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아야 하기에 선진국 제품에 유독 관심을 기울인다. 그는 지금도 부화기 개발에 매진, 3년째 테스트 중인 부화기, 1년째 테스트 중인 부화기도 있다. 부화기 판매로 얻은 건 경제적인 수익만이 아니다. 사실 35년째 부화기 판매로 맺은 의형제가 여럿이다.

경제적으로 정말 어려울 때 스스럼없이 그의 손을 잡아준 건 일가친척, 이웃사촌이 아니라 그에게서 부화기를 사간 고객들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하고 감동적일 때가 많다고 한다. 그와 연을 맺은 고객들은 여러모로 그에게 고마운 존재들이다. 1~2년도 채 쓰지 않고 쓰던 기계가 싫증이 나서 바꾸는 요즘 세상에 수십 년 쓴 부화기를 수리해 달라는 게 미안했던지 그의 집으로 고객들이 보내온 택배가 꽤 많다. 내용물은 대부분 미역, 김, 농산물 등 보내는 사람 이름이 없는 경우도 많다. 은조부화기로 맺은 그 소중한 인연들이 보내온 진심어리고 따뜻한 마음을 어떻게 돈과 바꿀 수 있겠는가.

부화기를 개발, 판매하면서 고객과 맺은 끈끈한 정은 김 대표를 올곧은 길로 이끈 동력이었다. 내일을 살아갈 힘, 좋은 제품을 잘 만들었다는 스스로에 대한 긍지야말로 사람을 생동하게 만드는 원천이니까. 그가 평생 그리 큰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 해도 부화기 사업에 손을 뗄 수 없는 이유가 이해됐다.

 

자녀들 역시 하루하루 즐거운 인생에 몰두하길

앞으로의 계획 또한 지금껏 살아온 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리 생계 곤란을 겪더라도 값싼 부품으로 만든 중국산 부화기와 경쟁하지 않겠다고 했다. 언젠가 은퇴하면 은조부화기 홈페이지에 그간 만든 부화기 도면을 다 올릴 계획이다. 중요 부품 중 하나인 컨트롤 역시 어떤 제품이 좋은지 모두 알려주겠다고 한다. 누구든 그가 만든 도면을 보고 부화기를 만들도록 하겠다는 다짐이 빈말로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의 정보를 누군가에게 뺏길까봐 염탐하고 의심하는 시대에 그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얻은 결과치를 무상으로 세상에 내놓겠다니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생각 아닌가 싶다. 그는 일주일에 한두 번 현장에 일을 나간다. 부화기 인기가 예전만 못한 데다 당장 들어갈 돈은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수십 년 전 부화기를 사간 고객들이 수리를 부탁하며 찾아올 때마다 그는 제대로 된 ‘장인’ 대접을 극진히 받는다. 자녀들에게도 늘 정직하라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해온 그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살다 보면 결국 민낯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삶의 진리를 부화기 사업으로 체득했다는 김병대 대표는 “돈을 많이 번 삶이 곧 행복을 의미하진 않기에 자녀들 또한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고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는 인생이길” 간절히 소망했다. 

                                                      [KNS뉴스통신=포천 이은구기자]

이은구 기자 v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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