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지구’ 기후변화 위기 심각성 자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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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지구’ 기후변화 위기 심각성 자각해야
  • 이은구 기자
  • 승인 2023.09.1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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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사는 세상과 우리가 연결됨을 잊지 마요”

PEOPLE 새박사 송순창 조류협회장

 

‘끓는 지구’ 기후변화 위기 심각성 자각해야

 

“새가 사는 세상과 우리가 연결됨을 잊지 마요”

 

 

한국조류협회 송순창 회장

새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동물이다. 공원의 비둘기, 전선 위의 참새, 이따금 날아들어 반가운 까치 등…. 집에서 키우지만 않을 뿐이지 인간은 어디서든 새와 공존한다. 그러면서도 새에 대한 오해도 많다. 우선 '새는 머리가 작아 멍청하다'는 설이다. 날아다녀야 하다 보니 머리가 작아졌고, 그러다 보니 뇌가 작아 지능이 낮다는 것인데 이는 우리가 인간이라서 할 수 있는 오해다. 새의 두뇌는 반도체 칩처럼 기능이 고밀도로 압축돼있다. 까치, 까마귀, 앵무새는 물론이고 타조, 비둘기, 닭도 지능이 결코 낮지 않다. 심지어 까마귀는 인간 다음으로 똑똑한 동물로 알려져있다. 두번째, 하늘을 날 수 있는 새들의 날개는 비대칭이고, 오히려 하늘을 날 수 없는 새들의 날개가 대칭이다. 비행기 날개, 헬리콥터의 프로펠러 등 오차없이 대칭을 이뤄야만 하늘을 날 수 있는 인간의 문명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세번째, 동물 중 드물게 90%가 일부일처제다. 새는 모성애와 부성애가 뛰어나서 새끼가 독립할 때까지 부모가 공동으로 돌본다. 간혹 새가 둥지에서 알을 일부러 떨어트리거나 제 자식 둥지가 아닌 남의 자식 둥지에서 애먼 자식을 키운다는 설이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 새와 함께 살면서도 새에 대해 우리는 몰라도 너무 모른다.

 

일본 조류도감 몰래 베껴오던 부끄러운 시절…

한반도 야생조류 최초 총망라 ‘세밀화로 보는 한반도 조류도감’ 출간

 

환경파수꾼 송순창 회장(젊은 시절 모습-출처:한국소비자원)

'새'에 인생의 절반 이상을 바친 송순창 조류협회장을 어렵사리 만났다. 올해로 85세. 1979년 대한조류보호회를 발족하고 1980년 대한조류협회로 개칭해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녹색당을 창당했으며(현재의 녹색당과는 성격이 다르다) 우리나라 환경운동 대표조직으로 일컬어지는 녹색연합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하다. 2005년에는 한반도에서 발견된 야생조류 452종에 대한 그림 1천600컷과 사진 800장을 담은 우리나라만의 조류도감 ‘세밀화로 보는 한반도 조류도감’(김영사)을 펴냈다. 그토록 고생스러운 일을 한 이유는 단순하게 말하자면 ‘창피해서’다.

“우연히 산림청에 방문했는데 직원들이 많이 소란스럽더군요. 이유를 물어보니 일본 조류협회 관계자들이 방문한다는 소식에 사무실에 있던 일본 조류 서적을 감추느라 바빴어요. 당시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조류도감 하나 없었고, 모두 일본 책을 도용한 것뿐이었거든요.”

황당한 모습에 충격을 받은 송순창 회장은 우리나라만의 독보적인 조류도감을 완성하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1990년 독일 녹색당 대표의 초청으로 방독해 조류도감만 종류별로 42권을 사왔다. 대학에서 독일어를 전공한 덕에 가능했다. 이어 새를 따라 우리나라 철새 도래지는 물론, 러시아 시베리아‧오호츠크해, 몽골고원, 일본 이즈미 두루미 도래지 등을 누비며 그 내용을 ‘세밀화로 보는 한반도 조류도감’에 모두 담았다. 세밀화는 화가로 활동하던 동생 순광 씨가 그렸다. 책은 대성공을 거뒀다. 12만 명이 이 책을 봤다. 그런데 독자들의 항의전화에 직면했다. 동생 순광 씨가 그린 그림에 오류가 있다는 것. 이를테면 갈매기라고 다 같은 갈매기가 아니고 갈매기 종류마다 작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데 새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동생 순광 씨의 세밀한 오류를 예리한 독자들이 지적한 것이다. 송 회장은 그래서 다시 2023년판 한반도 조류도감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사무실에 앉아 3년 7개월 동안 꼬박 글을 쓰고 새 그림도 직접 그렸다. 45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만나고 연구한 새 555종의 일생과 생애주기를 원고에 실었다. 이를 테면 이런 내용이다. 새는 그 종이 같더라도 계절에 따라 몸의 색이 바뀌기도 한다. 번식기에 새는 가장 화려해지고, 움츠러드는 겨울엔 밋밋해진다. 그 세세한 변화를 일일이 담아내다 보니 전세계적으로 조류 학자가 집필한 도감중 저자가 직접 그린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그러는 동안 나이도 들고 건강도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출판사는 책 내용이 워낙 방대해 제작비 문제로 출간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의 일생이 담긴 원고는 원본 그대로 5층 사무실에 쌓여있다고 한다. 생전에 이 책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한때 좋은 시절도 있었다. 젊고 건강할 때,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관심이 있을 때 직원도 많이 두고 새와 관련해 찾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땅끝마을에서 먹황새가 다쳤다는 연락을 받으면 주저하지 않고 차를 몰았다. 당시만 해도 아침 일찍 출발해서 땅거미가 질 무렵에나 도착할 수 있었지만, 희귀한 먹황새를 구할 수 있다면야 대수로운 일도 아니었다.

조류도감에 들어가는 새 그림(출처:한국소비자원)

서강대교를 없앨 뻔한 사건도 있었다. 과거 송순창 회장은 밤섬을 새들의 낙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운동을 전개하며 당시 노신영 국무총리에게 서강대교 대신 터널을 뚫어달라고 청원했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각 다리에는 양쪽 난간으로 등이 달려있는데, 그 등이 있으면 새들이 잠을 잘 수도 없고, 밤섬으로 모일 수도 없었다. 노 전 국무총리는 터널은 어렵고 절충안으로 다리 밖 양쪽이 아닌 가운데에 등을 다는 방식으로 송순창 회장의 청을 들어줬다. 우리나라 한강대교 중 유일하게 서강대교만이 가운데에 가로등이 있는 이유다. 그런 때도 있었건만 세상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 징후 곳곳 포착

새에 대한 관심은 세상과 지구에 대한 관심

 

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떨어진 것이 서운한 일이 아니다. 새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여전히 없다는 걸 방증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 징후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하루살이로 무심하고, 태평하다는 사실이 송순창 회장의 애를 태우게 한다. 그 변화는 오늘날에도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한반도 북쪽은 북방기원계통의 조류가 가장 많고, 한반도 남쪽은 남방기원계통 조류가 많다. 그런데 어느 새부터 북한에 남방기원계통의 조류가 늘어나고 있다. 송 회장은 이런 변화가 ‘기후온난화 탓’이라고 우려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인터뷰 말미에 젊은 시절 독일에 갔을 때 목격한 '새집 달아주기' 운동을 언급했다. 이차 세계대전 패망 후 폐허가 된 독일의 녹화사업이 새집 달아주기 운동으로 비롯됐다.

인공 새집(출처:한국소비자원)

당시 독일은 해충 문제가 심각해 산에 도무지 나무가 자라지 않았다. 그때 한 독일의 조류학자 베르나프쉬가 만든 인공 새집 달아주기 운동을 제안하고, 그 새들이 자라 산속의 해충을 잡아먹으며 산이 다시 살아 숨 쉬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송 회장의 말에 따르면 박새 한 가족이 1년에 먹는 해충의 수는 350만 마리에 이른다. 지구, 자연, 인간, 동물, 식물,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는 유기적으로 연결돼있고 하나의 존재가 무너지면 다른 존재도 균형을 잃고 무너질 수밖에 없다. 송순창 회장은 인다라망(그물) 세상을 새를 통해 배웠고, 이제 우리 국민과 정부 관료들이 더 주의깊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한다. 새가 사는 세상이 내가 사는 세상임을 잊지 말 것, 우리는 모두 하나로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언제나 염두에 두고 살 것 그것이 일평생 새를 쫓아 땅과 하늘을 내달려온 우리나라 ‘원조 새 박사’의 결론이었다. 

                                                              [KNS뉴스통신=이은구 기자]

이은구 기자 v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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