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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연희단', 평택 전통 웃다리농악 MZ세대 감각 ‘세계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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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연희단', 평택 전통 웃다리농악 MZ세대 감각 ‘세계가 주목’
  • 오성용 기자
  • 승인 2023.04.1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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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평택연희단 "평택 선배 예인들의 정신과 기능을 전수받아… 국내외 공연예술 발전에 이바지하겠다"

[KNS뉴스통신=오성용 기자] 농악이라고 하면 꽹과리, 장구, 징, 북이 떠오른다. 대부분 타악기로 멜로디가 있는 악기는 태평소 정도가 떠오른다. 이처럼 농악은 문화재로서 보존되어야 함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현시대에 맞추어 변화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깊다. 그런데 평택에 이런 농악에 서양 금관악기인 브라스를 접목해 한바탕 신나는 축제의 장을 여는 젊은 연희 공연예술가들이 있다. 자신들의 음악 장르를 ‘모던 웃다리 농악’이라 부르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평택 농악에 서양 브라스 융합한 ‘모던 웃다리 농악’으로 MZ세대 사로잡아 

전통연희단체총연합회 경기남부 평택시지부 평택연희단(대표 윤현진)은 2014년 창단하여 평택에 기반을 둔 젊은 예술인들이 모여 전통연희를 중심으로 창조적 계승을 위하여 설립된 공연 단체다. 대학에서 연희를 전공한 전공자 중 평택에 자랐거나 학교 정규과정에서 전통 연희를 전공한 공연예술가, 평택에서 활동한 연희자들의 모임이다. 한국의 집 예술단, 진명, 난장앤판, 놀이꾼들 도담도담, 연희공방 음마갱깽, 북총사, 천공 등 각기 다른 전문예술단체에 활동하던 평택의 젊은 청년 예술인들로 구성되었고, 평균 나이 30세로 청년 전통예술의 발전을 지향한다.

지난 2월 18일 평택남부문화예술회관에서 제2회 정기발표회 ‘평택웃다리농악MZ’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평택시문화재단'에서 주최하고 '평택시'에서 후원한 이번 공연은 연희원단 40명이 대공연장 무대가 좁게 느껴질 만큼 대규모의 공연을 선보였다. '웃다리'란 국악에서 경기·충청지역을 일컫는 말로, 상대적으로 아래쪽에 있는 호남·영남을 '아랫다리'라고 부른다. 평택은 '웃다리 농악'의 중심지로서 '평택농악(중요무형문화재 11-2호)로 지정되어 전승, 보존되고 있다.

평택농악에는 우리나라 여느 농악에서 보기 힘든 전설적인 ‘쌍오무동 곡마단’이 있다. 무동 네 명이 한 줄로 올라서서 4층 탑을 쌓는 ‘회초리 사무동’과 곡마단에 앞뒤로 두 명의 무동이 더 올라서는 ‘칠무동’이 바로 그것이다. 이날 공연에서 평택연희단은 ‘쌍오무동 곡마단’을 선보여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이들은 기예와 역동성 면에서 어떤 농악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재능을 가졌던 평택농악을 MZ세대의 감성으로 재해석하는 데 성공했다.

윤현진 평택연희단 대표는 “평택 선배 예인들의 정신과 기능을 전수받고 나아가 국내외 공연예술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표이다. 평택뿐만 아니라 전국을 무대로 삼아 시대 사명을 통한 전통의 창조적 계승을 설립의 목적으로 두고 있는 만큼 좋은 공연을 선보여 드릴 수 있어 뿌듯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인류무형문화유산’ 평택농악, 국민적 관심 필요​​​​​​​ 

농악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전승되어온 예술적 가치가 큰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201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농악’이라는 종목으로 등재하게 되었다. 쇠(꽹과리), 징, 장고, 북 4가지 악기를 중심으로 가락을 치며 춤과 함께 비나리, 고사소리, 고사덕담 등과 같은 노래와 재담, 사설, 재주, 등과 연극적 요소를 담당하는 잡색 등을 포괄하는 총체 예술이다. 연희 현장에서는 지역에 따라 풍물 혹은 풍물굿, 풍물놀이, 풍장, 풍장굿, 두레, 두레굿, 매구, 매굿(‘山’굿) 등으로 불리고 있으며 중요무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되어 있다.

농악도 지방별로 차이가 있어 임실, 남원, 곡성 등 전라도 동북부 지역인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는 풍물굿을 ‘호남좌도농악’, 전라도의 서남부지역인 익산, 정읍, 부안, 고창, 영광, 광주 등 곡창지대인 평야 지대에서 전승되는 풍물굿을 ‘호남우도농악’, 진주, 삼천포, 부산 등 경상도 일대에서 전승되고 있는 풍물굿을 ‘영남농악’, 안성, 평택, 대전 등 경기, 충청도 일대에서 전승되고 있는 풍물굿을 ‘웃다리농악’, 강릉을 중심으로 영동지방에 전승되고 있는 풍물굿을 ‘강릉농악’이라 한다. 평택연희단은 웃다리농악 뿐만 아니라 전국의 연희단을 만나 고유의 가락과 춤을 전수받아 공연을 펼친다. 코로나 직전 2019년 3월 뉴질랜드 남섬 투어를 마치고, 첫 정기공연 ‘청년희’를 성료했다. 당시 ‘청년 연희’를 주제로 해 단원들의 사비를 털어서 준비된 공연으로, 사물놀이를 비롯하여 그동안 보기 힘든 줄타기, 탈춤 등 각종 연희를 모두 모아 진행됐다.

윤 대표는 “단체가 만들어지고 나서 5년 만에 처음 올리는 첫 정기 공연이었다. 평택 출신의 전통연희 전공자들은 압도적으로 타 지역보다 많은데 이들이 평택에 있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떠나 활동한다. 그것도 아니면 이 길을 접고 다른 일을 한다. 이런 아쉬움 속에서 만든 단체가 평택연희단이다. 길었던 코로나19로 그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와해할 수 있는 위기도 많이 있었지만, 우리 평택연희단이 무너지면 평택의 새로운 전통의 길이 무너진다는 사명감 아래 끊임없이 새로운 공연을 준비한다.”라고 밝혔다.

평택연희단이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2017년 KBS2에서 방영된 ‘불후의 명곡’에서 가수 손승연과 함께 화려한 무대를 선보인 것이 계기가 되었다. ‘불후의 명곡’은 가요계의 전설들의 노래를 대한민국 실력파 보컬들이 재해석하여 경합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날의 전설은 작곡가 ‘박현진’으로 현철의 ‘봉선화 연정’, 송대관 ‘네 박자’, 박상철 ‘무조건’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배출한 ‘히트곡 제조기’였다. 평택연희단과 가수 손승연은 ‘뿐이고’를 선보였다. 이에 작곡가 박현진은 “엄청났다. 원곡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전통 춤사위가 많이 들어가 있는 공연으로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극찬했다. 해당 방송 출연 영상은 지금까지도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고 있다.

평택연희단의 주요 수상 경력으로는 2015년 8월 제14회 지영희국악경연대회 차상, 2015년 11월 제15회 예산전국사물놀이경연대회 전문인부 대상, 2016년 9월 11일 제16회 전국웃다리농악대회 전문인부 은상 등 다수의 대회에서 수상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6년 11월 조선왕, 맥베스 이화여대 삼성홀 공연, 2019년 2월 19일부터 3월 1일까지 뉴질랜드 남섬 투어 공연(크라이스트 처치 한인의 날, Christ Church Korean Day, 갈로어 페스티발 Galore Festival, 랜턴 페스티벌 Lantern Festival)을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2021년 평택시문화재단 창작지원사업 ‘모던웃다리’ 창작공연, 2022년 제1회 한가락페스타 평택시문화재단 초청공연 등 현재까지 활발한 공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 '인간문화재'로 불리는 무형문화재는 지금껏 옛것을 지켜 우리의 얼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으로 오랜 세월을 버텨왔다. 코로나19 이후 OTT 등 각종 플랫폼을 통해 K-콘텐츠가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의 정신이 밑거름이 된 덕분이다. 하지만 정작 코로나19 이후 무형문화재를 비롯한 우리 전통 문화예술은 명맥이 끊기기 일보 직전이다. 평택농악을 포함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목은 경기도에만 모두 10개다. 도 무형문화재는 이보다 많은 70개 종목이다.

그나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지역 축제에 초청받거나 경연대회도 다시 늘고 있지만 함께 공연장을 누비고, 호흡하던 객석의 사람들이 떠나간 빈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그저 농악이 좋아서, 마을의 풍년을 기원하는 흥겨운 가락과 신명 나는 놀이꾼의 춤사위가 즐거워 평택연희단을 찾아오던 청년들의 발길마저 뜸해졌다. 윤 대표는 “우리 전통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특히 무형문화재는 계승자를 찾지 못해 하나둘 맥이 끊어지는 실정이다. 사회적 외면과 지원 부족, 지자체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평택연희단은 청년다운 열정과 패기로 묵묵히 우리 길을 걸어갈 것이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오성용 기자 v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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