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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한경국립대학교, 모범적 통합으로 잉태된 국립 농생명ㆍ장애인복지 특화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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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한경국립대학교, 모범적 통합으로 잉태된 국립 농생명ㆍ장애인복지 특화대학
  • 박동웅 기자
  • 승인 2023.04.15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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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 한경국립대학교 이원희 총장 "학생의,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대학이 되어야 합니다"

[KNS뉴스통신=박동웅 기자] 인구감소에 따라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위기에 봉착한 대학들의 통폐합이 연일 입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사실상 대학간 통폐합은 그간 좌절된 수많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국립한경대학교와 평택시의 국립한국복지대학교가 ‘한경국립대학교’로 통합되며 경기도 내 유일한 국립대로서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통합은 4년제와 2년제 대학교의 통합이자, 안성시와 평택시 두 캠퍼스를 공동 운영하는 사안이어서 지역주민들의 반발과 우려를 극복하는 과정 또한 복기해볼 만하다. 이에 한경국립대학교(이하 한국대)의 이원희 초대 총장을 만나 그간 통합 과정을 돌아보고 새로 출범한 국립대로서 시도하는 혁신적인 계획까지 들어봤다. 

지역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 

대학 통합에 관한 논의는 2019년부터 시작됐지만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것은 2021년 이원희 총장이 부임하면서부터다. 이미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이전부터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이 지지부지하던 탓에 이 총장은 주민설득작업을 우선으로 통합과정을 시작했다. 물론 초기에는 기존 대학이 타 지역으로 옮겨지는 것을 두려워한 주민들의 반발이 컸고, 지역과 상생하며 산업구조까지 전면 향상시킬 수 있는 산학 연계방안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민들도 많았다. 그럴수록 주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다 보니 이 모든 것이 지역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는 알게 된 이 총장은 지역주민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대학의 위치를 제고하게 됐고 이는 곧 성숙한 통합과정으로 이행될 수 있었다. 대학이 진정성을 갖고 다가갈수록 내홍(內訌)을 거쳐 단단한 신뢰로 다져진 것이다.

한경국립대 통합 출범식

“얼마 전 끝까지 반대하시던 노인회장님이 부르시더군요.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노력해주어서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모든 마음고생이 사르르 풀리는 순간이었죠. 농담 삼아 안성의 금광저수지 물 만큼 술을 마셨다고 할 정도로 주민들과 하나가 되기 위해 애썼습니다. 마음 고생도 많았지만 지나고 보니 우리 대학교의 실제 위상과 가야할 방향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거점대학으로 자리잡기 위한 사업 다각화​​​​​​​ 

이러한 과정을 거쳐 3월부터 본격적으로 문을 연 한경대는 전국 최초로 대학 내 지역상생협의회를 만들고 지역 주민들에게 상시적으로 학교 업무를 브리핑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1월 진행된 업무보고에서 이 총장은 현재 90% 이상을 차지하는 고교 졸업생에서 10년 후에는 고졸학생과 외국인 학생, 그리고 일반인 학생의 비율을 50:30:20으로 조정하고 이에 대응하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커리큘럼과 평생학습이 가능한 조직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육은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사안인 만큼 고등교육 생태계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며 그 속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한 지역내 거점대학으로 자기매김하기 위해 한경대는 안성시가 도농복합도시라는 점을 감안해 공공의료시설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학 내 간호학과를 신설하고 5만평 규모의 안성의료원과 연합, 공공의료인을 양성해 재활전문병원을 탄생시킬 계획이다. 특히 이곳은 농사를 지으며 트라우마와 게임중독 등을 치료하고 상담할 수 있는 ‘Agri Health Resort’로 특화해 거점대학으로서의 위상도 제고해 나갈 예정이다.

“최근 거점대추진위원회에서 안동시의 사례를 든 적이 있습니다. 안동시는 안동대학과 연계해 안동대 학생이 지역 기업으로 인턴을 나갈 시 소요되는 경비를 기업으로 지원해주는데 연간 100억 원씩 향후 10년간 재정지원을 약속한 바 있죠. 지역주민의 세금을 받아 그 돈을 지역사회로 선순환시키는 좋은 사례입니다. 이미 통합을 이끌어냈으니 저희 안성도 이 같은 사례를 적용함으로써 향후 대학과 지역에 다양한 발전 시그널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장애인과 복지에 특화, 충분한 재정마련까지​​​​​​​ 

장애인 특화대학인 국립한국복지대학교를 흡수하며 한경대는 첫 사업으로 전국 54개 대학의 장애인과 비장애인 300여 명을 초대해 3박4일간 장애인을 위한 사업아이템을 발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심사 결과 서울대 시각장애인학생의 점자 자동번역기가 선정되었으며, 향후 IT관련학과 학생들의 코딩 작업을 거치면 실제 제품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이를 통해 앞으로 한경대가 장애인학생들의 창업사관학교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다는 이 총장은 이미 보건복지부로부터 올해 74억 원, 향후 4년간 총 300억 원 규모의 사업예산을 확보해 장애인과 복지로 특화된 대학으로 자리매김할 계획까지 마쳤다. 더불어 IT기술로 로봇이 작물의 향과 색을 감지해 수확 시기의 적절성을 판단하고 알려주는 ‘스마트팜’ 시스템을 개발해 농업과 IT의 전공을 융합함으로써 장애인도 농사지을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줄 예정이다. 물론 재단적립금이 넉넉한 사립대와 달리 지방 국립대는 국가지원과 학생들의 등록금이 재정의 전부일 수밖에 없기에 재정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이 총장은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해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까지 총장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통합 과정에서 이 총장은 모 기업체로부터 5억 원, 장애인버스 구입예산으로 현대로템으로부터 1억 원의 발전기금 지원을 이끌어낸 바 있다.

평택캠퍼스(한국복지대학)

“지역대학 통폐합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어 우리 대학의 통합 이후 행보에 상당한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의 모든 권리와 의무는 학생에게서 나온다는 것이죠. 모든 활동이 학생 중심으로 학생의,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대학이 되어야 합니다. 학생교육시스템에는 돈을 아끼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새롭게 태어나는 한경국립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오랜 시간 강단을 지켜온 이력 탓에 탄탄한 기획력과 행정력, 그리고 지역 사회와 동행 발전을 꾀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까지 겸비한 이원희 총장이 이끌어나갈 한경대의 힘찬 출발에 박수를 보내며, 우리나라 대학간 통합의 최우수 사례로 남아 경기도 내 거점대로서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국립대로 우뚝 서길 기대해본다.

 

박동웅 기자 v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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