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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손글씨를 쓰고 싶어서 찾는 ‘캘리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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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손글씨를 쓰고 싶어서 찾는 ‘캘리그라피’
  • 박동웅 기자
  • 승인 2023.03.08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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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인상문자예술연구소 - 문자예술의 심오한 세계 그리는 ‘전통서예’로 연결되다

[KNS뉴스통신=박동웅 기자] 예로부터 서예는 선비가 지향하는 최고점의 예술로 詩-書-畵 중의 으뜸이라고 여겨져 왔다. 붓 한 필로 먹과 벼루, 그리고 화선지 한 장만 있으면 일필휘지로 써 내려가는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까지. 뜻을 함축한 문자 예술은 예술을 뛰어넘는 가장 고고한 예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것이 근래에는 손글씨, 캘리그라피의 유행을 타고 디지털 기술이 더해져 더 많은 형태로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있는데, 이 중심에서 서예로 시작한 인상문자예술연구소를 세우고 더 많은 문자로 만들어진 예술의 심오한 세계를 전달하고 있다는 금헌 송이슬 작가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in+象 글씨 속의 형태가 내 안으로 들어오다

송이슬 작가가 운영하는 인상문자예술연구소는 우리나라의 문자예술인 전통 서예와 대중들에게 친근한 캘리그라피를 함께 문화예술로 만들기 위해 시작했다고 한다.

“서예라고 하는 것 자체가 글 서(書)에, 재주 예(藝)를 써서 서예인데, 영어로는 캘리그라피(Calligraphy)라고 합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말인데 일반인들에게 서예라고 하면 어렵고 캘리그라피라고하면 가볍게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서 상호를 고민하던 중 제가 사사받는 송민 이주형 스승님께서 문자예술이란 말을 사용하여 인상문자예술연구소라는 이름을 지어주셨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현대의 예술, 창작자 그리고 문화는 예술을 한 장르 안에 가둬두는 것이 아닌 종합예술 문화와 결합한 복합적인 형태로 발달시키고 있다. 예술은 어디까지나 끊임없이 그 예술을 영위하는 대중들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문자예술이라 부르는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서예’라는 것과 비교해서 매우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예와 캘리그라피라는 문자예술이 동서양에서 매우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니만큼,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예술 또한 문자예술이 아닐까 싶다.

“저는 그것에 더해 전통 서예와 디자인 캘리그라피를 현대 사회에 같이 어우러질 수 있는 예술로 만들면 서로가 더 큰 발전을 이루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8살 때 서예를 처음 시작해서 28년간 서예를 전공한 작가로 살아왔다는 송이슬 작가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서 서예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다고 한다.

“요즘에는 초•중등학교에서도 서예 강사보다 캘리그라피 강사를 모집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습니다. 학교에서는 캘리그라피 강사를 모집하고 캘리그라피 수업 내에서 전통 서예를 함께 가르치는 것을 원했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모두 작고 똑같은 글씨만 쓰는 것을 지양해서 제가 진행하는 캘리그라피 시간에는 학생들이 저마다의 감정으로 다정하게, 부드럽게, 거칠게, 강렬하게 글씨를 디자인해 보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을 즐거워했고 제가 서예 전공 작가다 보니 학생들에게 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한글서예와 전각 등 전통 서예의 역사와 정의들도 함께 가르쳐 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현대 캘리그라피로 재밌게 글씨를 쓰며 우리나라의 전통 서예까지 함께 배울 수 있었다며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작업실에도 전통 서예 수강생보다 현대 캘리그라피 수강생 수가 더 많습니다. 그런데 현대 캘리그라피를 배우던 사람들은 어느 순간 전통 서예에 대한 매력에 빠지기도 하고 실력을 높이기 위해 전통 서예의 필법과 장법을 배우고 싶다는 분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예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을 때 캘리그라피가 등장하여 사람들이 좀 더 친근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지필묵연(紙筆墨硯)을 접하고 그로 인해 전통 서예까지 발전하고 있음을 크게 느낍니다. 또한 전통 서예만 작업했던 분들도 현대 캘리그라피라는 장르를 통해 현대적이고 새로운 창신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현대 캘리그라피로 인해 전통 서예의 장르가 무한하게 뻗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캘리그라피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문화센터에 이르기까지 강좌는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흥미 위주가 아닌 ‘전통 서예’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강좌 또한 많이 부족한 것이 아쉬운 현실이다.

“저는 한 사람을 가르칠 때에도, 이 사람과의 연이 언제까지 일지 모르니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에 더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교육에 임하고 있습니다. 또 제가 글씨 선생님으로서 가르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세 가지가 있습니다. 올바른 글씨를 알려주면서 수강생의 자립성을 키워주고, 의욕이 앞설 때는 그것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10년 이상 지도하며 근래에 한 가지가 더 생겼는데 수강생에게 슬럼프가 온다면 함께 공감해 주고 다독여 주며 수강생이 슬럼프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이끌어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이러한 가르침 덕분이었을까? 그의 수강생들 중에 붓을 처음 잡아봤던 수강생이 단 1년 만에 ‘경기미술대전’에서 캘리그라피 부문 1등 우수상을 수상하고 다른 수강생은 3년 만에 전국 대회 대상과 ‘시흥시물왕예술제’ 대상을 받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캘리그라피, 예쁜 손글씨로 처음 접한 이들이 전통 서예라는 예술 알아가는 길이 되길

“저는 전통 서예와 현대 캘리그라피가 아름답고 멋진 문자 예술로 대중들에게 폭넓게 알려지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가르치는 강사도 좋지만, 작가로서 활발한 작품 활동과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현대 캘리그라피가 사람들에게 단순히 멋만 부린 글씨가 아닌 감성과 필법이 함께 담긴 문자 예술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엄마’라는 글씨를 쓰고자 할 때 캘리그라피 작업은 우선 그 단어 속에 담긴 먹먹함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기에, 먹물의 번짐과 같은 세세한 부분에서도 느낌을 모두 담아낼 수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태풍’이라는 글씨를 쓰게 될 때에는 완전히 다른 작업으로 글씨 한 자 한 자에서 바람이 휘몰아치는 격정적인 감정이 꿈틀거리는 그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예에서 시작된 캘리그라피가 붓에 먹물을 묻혀서 글씨를 쓰는 이의 혼을 담아내는 작업이기에 ‘어떠한 대상을 그려내는 미술’과는 다르게 매우 추상적이면서도 뜻이 바로 전달되는 오묘한 미술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대 때에는 이틀 동안 기획을 하고 28일을 작업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28일을 기획하고 이틀 작업에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기술적인 것보다 어떠한 의도를 담는지에 더 중점을 두게 되었다는 거죠.”

송 작가는 30대의 젊은 나이에도 전통 예술가로서 ‘대한민국서예한마당 대상’, ‘월간서예대전 대상’, ‘봉래전국휘호대회 대상’등 전통서화, 휘호 대회와 같은 굵직한 대회들에서 수상하고 초대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해 그녀의 이력은 대한민국 전통 서예와 젊은 세대의 미술을 잇는 가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매년 정기적인 전시회는 여섯 회 정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서예전공청년작가들의 모임인 ‘80後’의 정기전이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진행될 예정이고 ‘시흥예총’과 한국미술협회 시흥 지회 소속으로 ‘시흥미술협회’ 전시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으며 ‘창조아트’에서 진행하는 ‘학교폭력예방뮤지컬’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사이버불링’으로 관내 초등,중학교에서 연기도 하고 필묵 퍼포먼스도 했습니다.

하하”

백조가 물 위에 우아하게 떠 있기 위해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에서는 수만 번의 발길질을 하고 있는 것처럼, 붓글씨의 한 자 한 자의 작업을 위해 최근에는 하루에 3시간 정도 자면서 일해야 할 만큼 바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작업실의 규모를 시흥시 은계 호수 옆에 더 넓은 공간으로 2월에 이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더 많은 작업을 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전통의 서예가 대중들에게 글씨를 넘어 심오한 미술의 영역으로 이해될 수 있는’ 그런 날을 위해서. 인상문자예술연구소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박동웅 기자 v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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