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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디어교육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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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디어교육의 필요성
  • 최충웅 논설위원
  • 승인 2011.05.3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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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초·중·고교 학생 1,260명을 대상으로 언어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73%가 "욕설(은어·비속어 포함)을 매일 사용한다"고 답했다. 욕설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습관적으로’ '라고 답한 학생이 25.7%로 가장 많았고, '남들이 사용하니까'(18.2%),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17%), '친근감 표시'(16.7%)라고 답한 학생도 많았다.

또한 한국교총이 전국 유·초·중·고교 교원 4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66.1%가 "학생 대화의 절반 이상이 욕설과 비속어"라고 대답했다.

실재 경기도 D중학교에 근무하는 한 교사는 얼마 전 충격적인 일을 당했다. 수업시간에 다른 과목 숙제를 하는 학생에게 "수업에 집중하라"고 하자 그 학생이 "야, X팔, ○나 짜증 나게 해"하고 소리를 지른 것이다. 이 교사는 "다른 학생들이 다 보는 앞에서 욕설을 들어 충격적인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교사도 어이없는 경험을 했다. 학생들이 그를 향해 "야, 저기 애바쌤 온다. 가자, 가자"하면서 자리를 피해버린 것이다. 애바는 애벌레, 바퀴벌레, 얼간이, 오버하는 사람 등 나쁜 뜻으로 학생들 사이에 쓰이는 은어(隱語)다.

교사들에 의하면 요즘 학생들은 자기들 끼리 뿐 아니라 교사들과 이야기할 때도 조낸(매우), 쩐다(어떤 상황이 매우 대단하다) 같은 이상한 은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며, "모범생이나 겉으로 차분해 보이는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학생들의 언어가 심각하게 훼손되자 교과부·한국교총·충북교육청이 공동으로 학생들의 언어문화를 개선하는 캠페인을 열겠다고 지난 5월25일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새해 업무보고에서도 막말방송 퇴출에 역점을 두겠다는 계획을 발표 한 바 있다.

TV방송프로그램에서 우리말과 외래어를 혼합한 표현과 출연자의 외모, 학력 등을 비하하는 표현, 노골적인 성적표현, 폭력적 용어, 외국어․외래어 남용과 은어와 외계어들이 청소년들의 언어를 오염시키고 있다.
오락프로그램은 막말과 반말에 자막의 맞춤법 오류로 한글오용 사례가 빈번하다. TV드라마는 이미 상식선을 넘어선 불륜드라마가 판을 치면서 저속하고 자극적인 방송언어 파괴현상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

이러한 막말과 방송언어 파괴현상은 영화, TV방송을 비롯해서 인터넷과 핸드폰 문자메시지에 이르기까지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 국회의사당에서도 전기톱이 등장하는 폭력과 난폭한 막말에다 난투극을 막자는 법안 마련까지 하고자 한다. 막말로 점철된 사회현상은 자극적이고 극한 행동으로 이어진다. 방송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들의 언어 파괴현상으로 우리문화의 으뜸이요 자랑인 한글이 오염되고 병들어 가고 있다.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거친 언어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지 오래다.

얼마 전 한 조사에 의하면 초등학생의 97%가 욕설을 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청소년들의 언어파괴 현상의 배경은 TV방송과 인터넷, 영화 등 각종 대중매체에서 사용하는 비속어들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주범으로 꼽고 있다.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한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이 지난 해 우리나라를 방문해 세종대왕동상을 참관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입증하여 감동을 주었다.

한글은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서 세계에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자랑스런 한글이다. 한글은 우리문화의 가장 큰 상징이다. 해외에서도 우리 한글이 널리 전파되고 있는 시점에서 아름다운 우리말과 한글을 우리 스스로 보호하고 잘 가꾸어야 한다. 방송언어가 막말로 얼룩져 간다면 우리사회는 갈수록 거칠어지고 삭막해 진다. 바른말 고운말로 다듬어진 언어는 우리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만든다. 막말로 얼룩져가는 언어를 순화하고 바른말 고운말 사용에 각 언론 방송과 미디어들이 앞장서야 한다.

지상파 인기 TV드라마에서 학교폭력과 집단따돌림 비윤리적인 상황을 묘사한 내용과, 평일 가족시청시간대인 저녁 7시~10시대에 폭력납치장면과 남녀불륜관계 내용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각각 법정제재인 경고를 의결한 바도 있다. 그동안 가족드라마에서 혼전동거는 예사이고, 가정주부의 혼외정사와 이혼, 유부남의 외도 등 분륜이 TV드라마 갈등의 주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또한 오락프로그램의 가학성, 선정성 뿐 아니라, 폭력성 또한 어린이 청소년들에게는 매우 유해한 내용물들 이다.

어린이청소년들은 주위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제력이 약해 모방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인기 연예인의 모습, 언행을 그대로 따라하게 된다.

어린이 청소년 시청행태 조사에 따르면 10대 20대의 경우 TV드라마에서 흡연이나 음주장면을 보면 50%가 흡연과 음주욕구를 느끼고, 20대의 절반은 실제 음주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초등학생의 17%, 중학생의 32%, 여중생의 15%가 흡연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 되었다.

이제는 미디어융합시대로 어린이들도 개인매체를 통해 혼자서 유해한 내용에 아주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지금의 미디어 환경은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유해한 내용물이 항상 열린 상태로 접속되고 있어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유해한 내용은 어린이청소년에게 올바른 인격과 가치관 형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TV방송은 문명의 이기로서 다양하고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여러 면에서 역기능적인 폐해를 야기 시키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각 가정에서 TV시청지도와 각종 미디어에 대한 교육이 절실히 요구된다. 미디어교육은 매체의 역기능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예방교육이며, 또한 미디어의 긍정적인 순기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창조적 교육이기도 하다.

언론과 방송에서 표현의 자유와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유해식품이 어린이 청소년 건강에 치명적이듯이, 유해한 미디어는 우리 어린이 청소년의 정신을 황폐화 시킨다.

각 가정에서는 건강한 미디어 선택과 TV시청습관을 어릴 때부터 길러나가는 지도와 교육이 반드시 필요 하다. 건강한 시청자가 건강한 방송을 만들고 건강한 미디어가 건강한 시민을 만들어 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최충웅 논설위원 kns@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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