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무형문화의 징검다리, 고양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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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무형문화의 징검다리, 고양문화원
  • 오성환 기자
  • 승인 2022.01.28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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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서 인간으로 이어지는 생활 문화 계승의 거점

CULTURE/고양문화원

 

전통 무형문화의 징검다리, 고양문화원

 

인간에서 인간으로 이어지는 생활 문화 계승의 거점

 

고양문화원 이승엽 원장
고양문화원 이승엽 원장

 

전통적으로 고양은 농업이 주를 이뤘던 지역이었다. 서울 근교에 위치하여 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는 시장이 가까웠던 수혜를 입기도 했다. 하지만 급격한 산업화로 톡톡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토착민 대비 이주민의 비율이 늘어났고, 고양의 전통적인 문화와 풍습도 잊혀지고 있다. 시민들에게는 생태적 향수를 느낄 동기부여가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고양의 역사와 전통을 보존하고 시민에게 소개하며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징검다리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하고 있는 단체가 바로 고양문화원이다. 현재 문화원을 이끌고 있는 이승엽 원장은 40년 이상 농협에서 근무하면서 벽제농협 조합장을 거쳐 지금도 농사를 짓고 있는 고양 토박이다. 고양을 떠나본 적이 없고, 향토에 대한 깊은 애정과 높은 이해를 지녀, 문화원장으로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징검다리가 없으면 단절 된다

 

다도체험
다도체험

“유형문화재와 무형문화재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형문화재는 그대로 남아있지만, 무형문화재는 누군가가 이어주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단절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원장은 고양의 다양한 무형문화재 가운데서도 특별히 농악에 깊은 조예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 고양문화원은 고양 12채 가락을 비롯한 전통 농악을 전수하는 14개 팀을 지원한다. 전통 농악은 이러한 지원 없이는 결코 보존될 수가 없다는 의식의 발로다.

“예전에는 마을마다 농악단을 하나씩 만들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두 마을이 합쳐야 겨우 하나의 농악단 구성이 가능합니다. 문화원의 지원이 없이 내버려둔다면 머지않아 맥이 끊어지고 말 겁니다.”

농악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이 원장은 학교에 주목했다. 초등학교에서 두레 농악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농악을 계승하는 후세들을 키워내는 것이 이 원장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이러한 노력은, 지난 해 경기도 31개 시군문화원이 참여한 경기도 청소년 민속예술제에서 고양문화원이 지원한 정발초등학교 풍물부 연합팀이 대상을 차지하여 전국대회 출전권을 획득하는 결실을 맺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고양시 향토문화재 제42호로 지정된 성석진밭 두레농약도 고양문화원에서 보존하고 지원하는 전통농약이다. 2019년 3.1운동 100주년 행사 때에도 오랜 전통에 따라 농기에 태극기를 매달고 참가하여 그 의미와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렸다.

 

전통혼례를 통한 민간외교

 

외국인 부부의 전통혼례식

고양문화원은 지역유지의 기부와 고양시의 지원으로 공연장 시설을 포함한 멋진 한옥 문화원사를 마련했다. 안 마당과 야외공연장이 있는 한옥 문화원은 전국에서 고양문화원이 유일하다.

“고양문화원이 한옥으로 지어졌다는 점이 바람직스럽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저희 문화원이 자랑하는 전통혼례식을 직접 치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처음에는 전통혼례 체험장으로 활용되었던 앞마당에서는 현재 실제 혼례가 치러지고 있다. 아울러 고양문화원에서는 결혼식을 마땅히 치를 능력이 없는 취약가정, 새터민, 다문화가정을 위해 전통혼례식을 무료로 지원한다. 올해만 해도 9쌍이 이곳에서 전통 혼례를 치렀는데, 최근에는 가나 출신 부부와 베트남 출신 부부의 합동혼례식이 있었다. 그야말로 민간 문화 외교의 현장이 아닌가 싶다.

“가마꾼도 대령하고, 전통떡을 답례품으로 드리고, 사진작가협회로부터 사진 촬영도 지원받습니다. 한국에서 전통방식으로 결혼한 분들이 자신의 고국을 방문했을 때에 ‘내가 한국에서 이렇게 대접받았다’고 자랑할 수 있지 않겠어요? 이 일이 가장 큰 보람 중의 하나입니다.”

 

인간에서 인간으로 계승되는 문화

 

고양문화원이 자랑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이라면, 실로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는 생활문화 강좌다. 문화의 보존이란, 그저 책을 쓰고 문서를 남기는 일도 있지만, 인간에서 인간으로 이어지는 활동을 통해서라야 가능하다는 것이 이 원장의 확고한 신념이다.

“우리는 과거를 전통으로 여기지만, 잘 생각해보면, 우리 후손들에게는 지금이 과거입니다. 지금의 일상적인 생활문화가 후손들에게는 전통문화가 되는 셈이지요.”

따라서 과거 농경문화의 유산을 보존하는 것만으로는 전통문화가 계승되지 않는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할 것일지도 모른다. 고양문화원이 제공하는 수준 높은 강좌들은 이러한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매년 400여 명 이상의 수강생이 참여할 만큼 호응도 좋다. 수강비 전액은 문화원의 프로그램을 위해 재투자된다.

“향토민의 노력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시민들이 고양의 전통문화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역할도 바로 문화원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참 잘 만들었다, 문화원”

 

한옥으로 건립된 고양문화원 전경

이 외에도 고양문화원이 직간접적으로 매년 지원하거나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스무 가지가 넘는다. 6년째 이어지고 있는 행주대첩 전국휘호대회도 대표적인 행사 중 하나다. 고양문화원이 주최하는 이 대회에는 매년 400~500명의 서예가들이 전국 각지에서 참여한다. 현장 휘호작품을 출품하고 심사와 시상을 통해 의미 있는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문화원을 참 잘 만든 것 같습니다.”

현재 6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고양문화원은 코로나 위기 터널을 지나 더 높은 도약을 꿈꾼다. 문화원 산하의 청소년 농악팀을 만들어 육성하고, 전통혼례식을 더욱 활성화하여 전통혼례문화를 보급하며, 많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온돌방 등 한옥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이승엽 원장의 마음 속에는 문화원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을 세워놓고 있다. 

                                                                    [KNS뉴스통신=오성환 기자]

오성환 기자 v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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