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4:09 (일)
[탐방] 준희농장, 김포에서 으뜸가는 동물복지 유정란 선도농장
상태바
[탐방] 준희농장, 김포에서 으뜸가는 동물복지 유정란 선도농장
  • 오성환 기자
  • 승인 2021.11.02 13: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GRICULTURE / 준희농장, 소비자에게 안전하 맛있는 달걀을 제공하겠습니다
김포에서 으뜸가는 동물복지 유정란 선도농장을 찾아서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맛있는 달걀을 제공하겠습니다”

동물복지 농장에서 생산하는 안심 유정란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준희농장 박상찬 대표.
동물복지 농장에서 생산하는 안심 유정란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준희농장 박상찬 대표.

[KNS뉴스통신=오성환 기자] 2019년 8월부터 산란일자가 표시된 달걀만 유통ㆍ판매할 수 있다는 법령이 시행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마트에서 볼 수 있는 달걀 겉 표면에는 산란일자와 더불어 생산자 고유번호와 사육환경번호가 찍혀있다. 사육환경번호는 1번부터 4번까지 있는데, 각각의 차이가 크다. 1번은 방목장에서 자유롭게 방사된 닭의 알을 의미하고, 2번은 축사 내 평사에서 자유롭게 다니는 닭의 알을 의미한다. 대략 닭 한 마리당 0.1m2 정도의 면적이 보장된다.

반면에 3번과 4번은 각각 닭 한 마리당 0.075m2와 0.05m2의 면적이 주어진다. 1번과 2번으로 갈수록 닭 사육환경의 질이 높고, 3번과 4번으로 갈수록 질이 낮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마트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달걀에는 4번이 찍혀있다.

 김포 유일의 동물복지 유정란 생산 업체

김포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거의 유일하게 정부로부터 공인된 인증을 받아 2번이 찍힌 달걀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업체가 있다. 박준희 대표가 운영하는 준희농장이 바로 그곳이다.

박 대표가 김포에 정착해 본격적으로 양계장 일을 시작한 이래 30년이란 세월이 훌쩍 넘었다. 초창기에는 부부 두 사람만 명절이나 휴일도 없이 쉬지 않고 일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빚이 쌓여가는 구조로 인해 폐업을 고민하던 즈음인 2013년, 박 대표는 당시 새롭게 등장했던 동물복지라는 이슈를 접하게 되었다. 그는 바로 이 지점에서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때부터 준희농장에서는 유정란 생산 시설을 갖추고 유정란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동물복지 인증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108가지나 되는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80점 이상의 성적으로 통과해야 했고, 이러한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유정란 생산 업체는 준희농장이 김포에서 거의 유일하다. 현재 준희농장에서는 2개 동에서 매일 7000개의 유정란을 생산한다. 박 대표는 매년 정기적으로 동물복지 교육도 받고 있다.

 소비자가 꾸준히 찾는 달걀

박 대표는 꾸준히 생산되고 소비된다는 점이 유정란의 매력이라고 소개한다. 살아있는 알인 유정란은 무정란과 비교해 맛에서부터 차이를 보인다. 비린내가 나지 않고 생으로 먹어도 깔끔한 뒷맛을 남긴다. 노른자의 탄력도 높다.

이러한 차이는 닭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깨끗한 환경에서 사육되면서 알을 낳기에 가능하다. 동물복지 기준에 맞추려면, 시설과 먹이에 드는 비용이 일반적인 양계장에 비해 훨씬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박 대표의 철학은 확고하다.

“김포는 좁은 바닥입니다. 한 번 잘못되면 금방 알려집니다. 저희는 소비자가 한 번 찾으면 또다시 찾을 수 있는 달걀을 생산하자는 일념으로 지금까지 버텨왔습니다.”

 

가축이 스트레스 받지 않는 양계농장 전경

준희농장의 확고한 경쟁력

준희농장에서는 A4용지 한 장의 크기에 불과한 케이지에서 닭을 사육하지 않는다. 축사에 왕겨와 흙을 깔아주고 그 위에서 닭이 자유롭게 다니도록 방사해둔다. 케이지에서 키우는 닭에는 진드기가 생겨나기 때문에 살충제를 쓸 수밖에 없는 반면, 이곳의 닭들은 흙과 왕겨로 된 바닥에서 찜질을 하고 깨끗한 수돗물로 샤워를 하기 때문에 진드기가 생겨나지 않는다. 살충제를 뿌릴 이유가 없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살충제 파동으로 전국의 대형매장 과 유통매장을 대상으로 진행된 식용란 살충제 일제 검사에서도 준희농장은 김포에서 유일하게 살충제 불검출 판정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준희농장의 닭들은 항생제, 호르몬제, 성장촉진제가 포함되지 않은 사료를 먹으면서, 암수가 함께 뛰어놀며 자란다. 이렇게 자란 닭들은 씨눈이 살아있는 건강 유정란을 낳는다. 유정란의 출하 과정에서도 세척을 통해 위생 수준을 확보한다. 수질검사를 비롯한 36가지의 검사를 통과하여, 소비자에게 안전한 달걀이 공급된다.

이처럼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유정란 생산 환경에도 불구하고, 준희농장의 유정란은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유정란 30개를 한 판으로 판매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시도였다. 김포 지역의 로컬매장을 통한 자체브랜드 유통으로 마진을 줄였을 뿐만 아니라, 유통 기간을 단축함으로써 달걀의 신선함과 맛을 유지 시킬 수 있게 되었다.

 김포 양계산업의 미래를 위해

박 대표와 준희농장이 평탄한 길만을 걸어왔던 것은 아니다. 가정사의 어려움도 있었고, AI로 인해 수많은 닭을 살처분해야 하는 고통도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박 대표는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되어야 함을 절실히 느꼈다.

“양계장은 저의 생활터전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더 나은 축사를 만들고 가꿀 의지가 있습니다. 다만, 정부에서 관련 정책을 갑작스럽게 바꾸지 않았으면 좋겠고, 충분한 지원이나 준비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채로 바뀐 정책이 강요되지 않아야 합니다.”

동물복지 기준에 맞추어 유정란을 생산하는 일에는 일종의 사명감이 필요하다. 이익만을 따른다면 현실적으로 도저히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처럼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제품을 생산하여 제공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진 이들에게 더욱 합리적이고 높은 수준의 지원책이 마련된다면, 이러한 노력의 성과는 국민의 건강이라는 결실로 되돌아 올 것임에 분명하다.

“김포의 닭 사육 농가가 한때는 60가구였는데 지금은 20가구도 되지 않습니다. 부디 앞으로 이들에게 더 나은 환경이 주어져서 의욕을 가지고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오성환 기자 vnews@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HOT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