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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울린 감동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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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울린 감동의 결혼식
  • 오재성기자
  • 승인 2011.05.27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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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울린 감동의 결혼식

‘부부의 날’ 부부의 인연(因緣) 맺는 특별한 한 쌍의 전통

- 5월 21일 (토) 충북 제천 「세하의 집」오전 11시 -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결혼식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장애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평일 낮에 혼례를 치러야 하는 사람도 있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충북 제천 「세하의 집」 박경이 원장이 전하는 이야기이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사장 이세섭)에서는 『2011. 찾아가는 문화유산』프로그램을 통해 충북 제천의 「세하의 집」을 찾아가 제대로 된 실제 전통혼례를 진행했다.

최명현 제천시장, 강현삼 도의원, 권기수 도의원 등도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었고, 최명현 제천시장은 가장 먼저 도착하여 장애인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격려하였다.

찾아가는 문화유산은 문화 소외지역을 직접 찾아가서 전시와 공연, 체험을 함께 해주는 복합프로그램인데, 이번 제천 세하의집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소외의 위치에 놓여 있던 장애인들만을 위한 특별한 장을 열었다. 이번 행사에는 실제 혼례를 올리는 민경구(36)씨와 이영란(31)를 제외하고도 500여 명의 장애인이 함께 하였는데, 이들의 혼례는 실제 혼례임을 넘어서 제천 장애인들에게 최초로 전통혼례시연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제공되었다는 점에 더욱 큰 의의를 둘 수 있다.

 

 

이번 전통혼례의 주인공인 예비신랑 민경구씨는 지적장애 1급으로 23년 전 어머니를 여의고, 생활보호 대상자인 홀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도저히 경구씨를 키울 수 없었던 그의 아버지는 직접 세하의 집에 입소시켰다.

예비신부인 이영란씨는 지적장애 2급 장애인이다. 그녀는 1988년 5월 27일에 제천시 서울병원 앞에서 기아로 발견되어 시설에 입소하게 되었다. 발생 당시 손목과 발목에는 족쇄에 채워진 흔적을 갖고 있었으며, 많은 폭행에 시달려 온 듯 사람을 무서워했다. 이름을 물어보면 이영란이라고만 말하고 그 외에는 엄마, 아빠 등 가족 이야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해서 치과에 의뢰하여 나이를 추정하여 호적을 취득하였으며 발생 당시의 날짜를 생년월일로 만들어 주었다.

「세하의 집」에서 살 때 좋은 남매처럼 지냈던 두 사람은 한 주택 내에 있는 공동생활가정에서 생활하면서 남자역할과 여자역할을 익히고 배우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중요함과 소중함을 더 잘 알게 되었다. 야유회를 갈 때에도 다리가 불편한 경구씨를 영란씨는 도와주기를 즐거워하였으며, 외출을 할 때는 불편한 경구씨를 도와 옆에서 손을 잡아주는 것이 자타가 공인하는 영란씨의 고유한 일이 되었다. 식사시간에도 맛있는 음식은 감추었다가 경구씨가 직장에서 돌아오면 경구의 식탁에 그 음식을 차려주는 등 친오빠 이상으로 경구씨를 아끼고 사랑한다.

특히, 영란씨는 경구씨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였을 때는 경구씨의 완쾌를 빌며 매일 저녁 기도를 하였다. 그때마다 그녀는 경구오빠를 사랑하기 때문에 경구 오빠랑 결혼할 것이라고 늘 말하곤 하였다. 그런 생활 속에서 민경구씨와 이영란씨는 “일편단심 민들레”라는 별명을 갖는 짝으로 한 쌍의 연인이 되었다.

봄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이번 전통혼례는 하늘도 울린 감동의 결혼식이었고, 황폐해져 가는 부부관계에 귀감이 되는 결혼식이었다.

 이번 충북 제천에서 진행 된『찾아가는 문화유산』은 실제 혼례시연과 함께‘한국의 탈춤’전시와 ‘탈 만들기 체험”, 그리고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예술단의 축하공연도 함께 진행되어 더욱 특별한 행사가 되었다.

오재성기자 news@nicej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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