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8:26 (토)
'삼성전자 산재' 반올림 "반도체 노동자 2세 장애·질병 보장해야"
상태바
'삼성전자 산재' 반올림 "반도체 노동자 2세 장애·질병 보장해야"
  • 황경진 기자
  • 승인 2021.06.02 14: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20일, 반올림은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에서 '반도체 업무로 인한 자녀의 건강손상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KNS뉴스통신=황경진 기자] 지난해 4월 29일, 대법원은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의 2세 선천성 심장질환을 산재로 인정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날 대법원은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와 그 태아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업무상 유해 요소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아야하고, 국가 역시 이러한 위해 요소로부터 여성 근로자에 대한 충분한 보호가 이루어지도록 할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반올림은 3명의 반도체 노동자들과 이들의 2세의 장애와 질병에 대해 산재를 신청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올림은 “(제주의료원 간호사들 2세 산재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있은지도 이제 1년이 넘게 지났지만, 국가는 노동자들과 그 2세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보호하지 못하여 발생한 2세 직업병에 대해 국가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지도 않았고 산재보험으로부터 적절한 보호를 받기 위한 법개정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지금도 많은 노동자들이 관리되지 않는 생식독성 물질들에 노출되고 있을 것”이라며 “2세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대책을 마련하고 위험을 줄이지 않는다면 피해는 계속, 더 크게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반올림을 통해 2세 자녀의 산재를 신청한 김OO는 1995년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해 약 20년 동안 근무해왔다. 김씨가 출산 전까지 9년간 근무한 반도체 연구소 R라인은 포토공정에서 사용하는 마스크를 생산하는 라인이다.

김씨는 이 외에도 서비스 에어리어로 들어가 ‘케미칼 체인지’라고 불리는 화학물질 공급업무를 취급했으며 현상장비와 식각장비에 서로 다른 화학물질을 공급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즉, 밀폐된 공간(클린룸)에서 유기용제를 포함한 유독물질을 수시로 취급해온 것. 

김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챔버 돌아가는 소리가 엄청 시끄러웠고, 케미칼 냄새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을 정도로 심했으며 눈이 따갑고 온몸이 간지러워 4, 5년간 피부과 약을 달고 살았지만 저희 여사원들은 그 냄새의 정체를 알지 못하고 묻지도 못한 채 일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45일의 출산 휴가를 사용한 것을 제외하고 출신직전까지 계속 근무했던 김씨는 2004년 9월,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신장이 한쪽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의 아이는 머리의 정수리에는 지방이 쌓여 머리카락이 나지 않는 지방종이 있어서 큰 수술을 하게 됐다. 

결국, 아이는 초1때 혈뇨를 보기 시작했고 IGA 신증이라는 병을 진단받았다. 김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그렇게 어렵게 병명을 알게 됐다”며 “(당시) 보험이 적용이 안되는 약을 복용해야 했다. 한달에 약값만 150만원, 200만원씩 들었고 아이의 몸은 자주 붓고 얼굴은 까매졌다”고 말했다. 

다른 신청자인 김OO 역시,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지난 1995년부터 출산 전까지 약 10년간 근무했다. 임신 7개월까지 재직한 김씨는 확산공정 설비에 웨이퍼가 가득 담긴 ‘런캐리어’를 로딩 언로딩하는 것을 담당했다.

김씨를 비롯한 오퍼레이터들은 근무시간 내내 서서 작업을 수행했고 밀폐된 공간(클린룸)에서 유해화학물질에 계속해서 노출됐다. 김씨는 당시 “웨이퍼가 담긴 박스, 수많은 장비에서 냄새가 날 때도 설비의 문이 열리며 열기가 느껴질 때도, 그곳에서 사용한 화학물질들이 어떤 영향을 줄지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씨 아이는 선천성 식도 기형을 가지고 태어나게 됐다. 결국 태어난지 얼마 안되어 수술을 받게 됐고, 병원에서 아이가 신장이 한쪽 없이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한 김씨의 아이는 한쪽 눈 발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치료를 받아왔다. 

1991년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한 김OO의 자녀도 출산 후 태변을 보지 못하고 이유없이 열이 오르는 등 증상을 나타났다. 김씨는 그후 서울대병원에서 선천성 거대결장증이라는 병명을 알게 됐다. 아이는 결국, 대장을 잘라내고 소장과 직장을 연결하는 수술을 한 후, 오랜기간 치료를 받아왔다. 현재 김씨의 자녀는 배변장애를 갖고 있다. 

김씨는 과거 온양사업장에서 몰드설비 안에 반도체 칩을 넣고 빼는(로딩, 언로딩) 작업과 타블렛이라 불리는 EMC 물질을 설비 안에 투입하는 작업, 설비 오작동시 시정 작업 등을 해왔으며 제대로 된 보호장비 없이 작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김씨 등 일했던 노동자들이 수십대의 몰딩 설비를 열고 닫을 때,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과 생식 독성 물질들을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12시간을 계속 뛰어다니며 일을 했고 높은 온도의 설비에서 녹는 검은색 에폭시몰딩 재료에서 독한 냄새를 맡았다”면서 “설비를 세정하는 멜라민에서도 냄새가 났지만 불량을 막으려면 프레스 구석구석 묻어있는 몰딩재료를 긁어내야 해서 우리는 설비에 머리를 넣고 주걱으로 긁으며 청소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위험하니 마스크라도 쓰라고 했으며 좋았을텐데, 늘 생산량에 쫓겨서 정신없이 일했고 우리가 사용했던 그 재료들이, 그리고 검사에 사용했던 X-RAY 설비가 그렇게 위험하다는 걸 그때는 잘 몰랐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반올림은 “우리의 산재신청은 여전히 2세 산재를 포함하지 않고 있는 산재보험법 때문에 불승인될 것”이라며 “아마도 업무관련성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도 받아보지 못하고 신청할 권리가 없다고 바로 각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은 그 점을 알고 있지만서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한다”며 “이미 발생한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더 이상의 같은 아픔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더 이상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반올림은 아울러 “정부와 국회는 이제라도 업무로 인한 자녀의 건강손상 문제를 직시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라”며 “대법원이 확인한 국가의 보호해야 할 의무를 더 이상 방기하지 말라. 2세 직업병을 산재로 인정하고 예방대책을 마련하라”고 반도체 노동자 2세에 대한 산재보험법 개정을 촉구했다.

더불어, 재해신청자들도 “국회에서 하루빨리 아이의 직업병을 인정하는 산재보험법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황경진 기자 jng8857@kns.tv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HOT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