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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독도에 세우는 우리 땅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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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독도에 세우는 우리 땅 표지석
  • 최문 논설위원
  • 승인 2012.08.1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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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따라 한일 양국 사이에 싸늘한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일본은 주권침해라면서 주한 일본대사를 소환하겠다는 등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내각이 지난 7월 방위백서에서 독도를 일본 영토로 명기한데 대한 강력한 경고의 의미를 지닌 것이다. 이 대통령이 그동안 친일정책으로 인해 국민의 따가운 비판을 받아서인지 임기 말에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올림픽 한일전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독도를 방문한 것으로 보아 치밀하게 계산된 정치적 행동이다.

일본의 유력한 언론들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의도를 파악하고, 향후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 바쁘다. 우리 언론 또한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이 노림수가 바로 이 같은 국민과 언론의 지대한 관심이다.

광복절과 올림픽 한일전으로 어느 때보다 국민의 관심이 높을 때 독도를 방문하여 자신의 친일 이미지를 어느 정도 희석시키면서 한일 간 긴장관계를 형성하므로써 레임덕을 최소화하려는 고육지책이 아닐까?

영토주권은 정치적 흥정이나 이용의 대상이 아니다. 국가의 존망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망망대해에 고독하게 떠있는 독도는 고요하기만 한데 독도를 둘러 싼 인간의 탐욕은 도대체 그칠 줄을 모른다.

독도분쟁의 근원은 우리 조상들의 희박한 영토의식에서 비롯됐다. 울릉도만 하더라도 조선에서는 세금을 걷기가 어렵고 쓸모없는 땅이라며 400여년 가까이 공도정책을 써왔다. 대마도 또한 마찬가지다. 오래 전부터 한반도와 밀접한 관계를 가져 온 대마도였지만 우리 조상들은 대마도에 관심이 없었다.

세종대왕도 이정무에게 명하여 왜구의 근거인 대마도를 정벌을 하고도 척박하여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영토 편입을 하지 않았다. 섬에 대한 의식이 그렇다 보니 작은 돌섬에 불과한 독도에 관심을 가졌겠는가? 여러 기록에 독도가 나온다지만 부정확하여 일본에게 빌미를 주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해 필자는 어느 학생의 메일을 받았다. 어느 교수의 강의를 듣고 독도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혼란스럽다는 내용이었다.

학생에 따르면 그 교수는 '조선시대까지 조선이란 나라는 독도를 영토로 인식하지 않았었고, 심지어는 그 존재 자체도 잘 모르는 상황이었다. 세종실록 지리지에 나오는 독도에 관한 언급도 사실은 ‘울릉도의 동쪽을 바라보면 섬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있다.’는 수준의 언급이고, 거기에 나오는 '무릉' 이 정확하게 독도를 칭하는지에 대한 확신도 없다.

조선시대에 대마도 현감이 울릉도를 넘겨달라고 수차례 부탁하자, 조선의 왕이 조선식 이름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넘겨주었다고 할 정도로 당시에 섬에 대한 영토의식이 없는 상태였다.'며 일본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학생은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에 대해 추호도 의심하지 않지만 역사학자의 주장을 듣고 나니 역사적 진실에 대해 혼란이 생긴다고 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이병도학파라는 식민사관에 몰입한 역사학자들에 의해 주도돼 왔다. 박은식 안호상 등의 민족사관을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었지만 주류에 들지 못한 채 변방에서 야사처럼 취급을 받았다.

최근에 발호하는 뉴라이트계열의 역사학자들의 다수가 이병도학파 또는 그 아류들이다. 독도에 관해서 한국이나 일본 어느 나라도 고대 사료만으로 완전히 자국의 영토를 주장하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1884년 조선이 공도정책을 포기하고 울릉도 개척령을 내리면서 울릉도를 울릉군으로 승격시켜 독도를 관할하게 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일본 정부에 오키섬 어부가 독도를 무주지로 보고 영토에 편입해 줄 것을 청원하며 서류를 접수한 1904년 9월과 일본영토로 편입한 시네마현 고시 1905년 2월 22일에 비해서 20년 이상 빠른 시점이다.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군사적 요충으로서의 섬의 가치가 증대되고, 경제수역이 선포되면서 천문학적인 해양자원의 확보를 위해 작은 돌섬을 두고도 첨예한 영토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하고 해양제국을 건설했던 장보고야 말로 섬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선각자다.

그러나 장보고의 후예를 자처하는 우리 민족의 섬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은 결국 현대에 와서 독도와 이어도 영토분쟁의 씨앗이 되고만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은 매우 적절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우리 땅이라면 굳이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표식이 필요없다. 그보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언제 어느 때든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땅이라면서 대통령이 방문쇼를 하고, 관광객들이 방문하는데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 불편을 끼친다면 어떻게 우리 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기왕에 이 대통령이 일본의 격렬한 비난을 예상하면서도 독도 방문을 강행했다면 영토주권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국내외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하여 독도여행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독도는 영토주권의 상징성이 크므로 독도방문이 국민의 영토의식 함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논설위원 최문)

*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최문 논설위원 vg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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