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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한국불교태고종 능가사 - 마음을 비우면 누구나 와서 기도할 수 있는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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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한국불교태고종 능가사 - 마음을 비우면 누구나 와서 기도할 수 있는 사찰
  • 박동웅 기자
  • 승인 2020.06.16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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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GION / 한국불교태고종 능가사 "어떠한 마음으로 기도하느냐에 따라 마음의 원이 그대로 이뤄집니다"

 

광명진언으로 영가를 천도하는 강화 능가사 도율스님

 [KNS뉴스통신=박동웅 기자] 강화도에 자리 잡은 능가사에 들어서면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다. 능가사 주지 도율 스님의 설명에 의하면, 무려 600년 된 나무라고 한다. 사찰이 위치하고 있는 이 자리가 원래는 당산터였다는 것이다. 무속신앙을 통해 사람들이 복을 빌던 곳이었다. 이러한 곳에 불교 사찰이 세워졌다는 것이 특이하다. 도율 스님은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부터 꺼내든다.

“부처님보다도 더 크신 분이 있지요. 예수님보다도 더 크신 분이 있어요. 바로 부모님입니다. 부처에게도 부모가 있었고 예수에게도 부모가 있었잖아요.”

무속신앙이란 사실 따지고 보면 부모를 섬기는 신앙이다. 하지만 불교의 팔만대장경이나 기독교의 성경과는 달리 무속신앙은 별다른 기록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에게서 자꾸만 그 본의가 잊혀진다.

“우리나라에 유교가 있고 불교가 있고 천주교, 기독교가 들어왔지만, 부모를 공경하는 신앙은 원래부터 있었던 거예요. 종교가 외국에서 들어왔다지만, 우리에게 원래 있었던 걸 부정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도 종교를 가지고 넓게 보지 못하고 싸우기만 하니 참 안타깝죠.”

도율스님은 겉모습만 보지 말고 마음의 원을 세워 기도하면 이뤄진다고 법문한다.

이곳은 그저 기도하는 곳

도율 스님은 불교뿐만 아니라 어느 종교라도 거기에 매몰되고 맹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일러준다. 종교가 뭐든지 다 해주는 법은 없다. 논에 벼를 심었는데 병이 나면, 약을 쳐야지 기도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기도를 하더라도 약을 쳐 놓고 기도해야 하는 것이다. 스님은 우리가 기본적인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내내 강조한다.

스님이 능가사에 정착한 것은 12-3년 정도 되었다. 앞서 소개했듯이 능가사가 자리한 곳은 당산터이면서 또한 풍수지리적으로 상산이기 때문에 터가 매우 센 곳이다. 스님은 이곳이야말로 열심히 기도밖에 할 것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곳은 겉모습만 보면 안 됩니다. 마음에 원을 세우고 여기 와서 기도하면 이뤄지지 않을 것이 없어요. 문제는 마음에 조건 붙이고 이리저리 재는 것이 문제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다 내려놓고 여기 와서 기도해 보세요. 다 이루어질 것입니다.”

대개 유명한 사찰들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승려들이 찾아왔다든지, 유명한 누가 창건했다든지 하는 등의 이야기들을 자랑하곤 한다. 그러나 스님에게는 그러한 자랑이 없다.

“내가 집안이 황해도 출신이고 부산에서 살았어요. 여기로 올 줄은 꿈에 몰랐거든요. 인연법에 의해 여기로 온 것이죠.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름보고 역사보고 여기에 오는 게 아니라 그저 인연에 의해 옵니다. 와서 다른 거 말고 그저 기도하면 되는 것입니다. 기도할 거 아니라면 올 필요가 없어요.”

아주 작은 선한 일이라도 쌓아야

스님은 지장보살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쉽게 말하자면 업은 곧 죄이다. 사람이 죽으면 저승사자가 와서 데려간다. 사해바다를 건너면 과거에 살면서 행했던 업에 대한 심판을 받는다. 우선 시직사자 앞에서 시간별로 무엇을 했는지, 이어서 일직사자를 만나 하루별로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월직사자를 만나 달별로 무엇을 했는지 낱낱이 드러난다. 그러고 나서 사천대왕을 지나 도솔천으로 나아가 염라대왕 앞에 선다. 여기서 서방정토 극락에 가느냐 지옥으로 떨어지느냐 판가름이 난다. 죄의 업이 많다면 당연히 지옥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놀라운 반전이 있다. 지옥문 앞에서 대원본전지장보살마하살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지장보살은 마치 변호사처럼 죄목을 하나하나 검토하면서 어떻게든 작은 선업이라도 하나 해놓은 것이 없는지를 기어코 찾아낸다. 아무리 죄가 많더라도 살면서 무심코 남에게 작은 것을 베푼 일이 있다면, 지장보살은 그것을 집어내어 다시 염라대왕을 찾아간다. 지옥으로부터 건짐 받을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명확하지 않은가.

600년 느티나무 앞에서 취재진을 향해 미소짓는 도율스님

주어진 삶을 마음껏 살아내야

앞서 부모 이야기를 했듯, 누구나 누군가의 부모이고 자식이다. 능가사의 이름이 보여주는 대로, 부처님도 마지막에야 자식 라훌라에게 능엄경을 건네주었다고 한다. 부처님조차도 자식을 이기지는 못했다는 이야기다.

우리 모두 역시 무언가로부터 얽매인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도율 스님은 모두가 생불이니 염려 말고 마음껏 살아보라고 조언한다. 누군가를 탓하지 말고 선한 일을 하면서 또한 열심히 벌기도 하면서 약육강식의 세상을 악착같이 살아보라는 것이다. 다른 종교에서 그러듯 사찰에 열심히 찾아와라, 많이 모여라 이런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도율 스님은 그저 불자들에게 현실적인 용기를 심어주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뜻을 전달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자신의 소임은 그저 홀로 예불하고 기도할 뿐이라고 말한다.

스님은 상당한 능력과 내공을 가지고 있는 분으로 알려져 있다. 간구하고 닦아서 얻은 능력이 아니라 그저 가만히 앉아 있기에 생겨난 내공이라고 한다. 하지만 스님은 사찰이 어떻고, 역사가 어떻고, 불교가 어떻고, 포교계획이 어떻고, 이러한 식의 거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다. 그저 살으라는 이야기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이야기보다 무게 있고 울림이 있는 교훈이 그의 짧은 이야기 속에 충분히 담겨 있었다.

광명진언(지장보살님의 원력으로 영가가 천도되는 진언)

옴 아모가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 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릍 타야 훔 

                                                                                도율합장

                                                                

박동웅 기자 v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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