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01 22:26 (목)
[초대석] 화개사 원준 스님, '멍ㆍ안ㆍ무ㆍ화'로 부처님 법을 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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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화개사 원준 스님, '멍ㆍ안ㆍ무ㆍ화'로 부처님 법을 펴다
  • 박동웅 기자
  • 승인 2020.05.26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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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GION / 대한불교조계종 화개사
"최북단 사찰로서 사회적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화개사 주지 원준 스님

[KNS뉴스통신=박동웅 기자]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도의 유일한 사찰 화개사는 역사적으로 많은 기록이 남아있지는 않다. 고려시대 목은 선생의 시에 언급되어 있고, 일제 강점기에도 사찰에 관한 기록이 남아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교동에 같이 자리 잡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향교인 교동향교가 화개사와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다고 하니, 오랜 역사를 지닌 사찰인 것만큼은 틀림이 없다.

화개산을 배경으로 세워진 화개사 정면에는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고 너머에 석모도가 보인다. 20분 정도 등산을 하여 화개산 정상에 오르면 북한 땅이 보인다. 그렇다. 화개사는 우리나라에서 북한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사찰이다.

화개사 전경

멍-무념무상

화개사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면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만 같다. 조용하고 고즈넉하다. 주로 교동도 주민들이 화개사의 신자들이지만, 의외로 많은 외지 손님들이 찾는다고 한다. 하도 세상이 험해 누구든 묵을 수는 없단다. 비록 화려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없어도 신분이 확실한 불자님이 청하면 우선적으로 묵을 수 있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여기 와서 그러데요. 여기 오면 멍 때리기 좋다고요.”

화개사 주지 원준 스님의 한마디다. 모든 시름을 잊고 멍 때리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부처님의 말씀에 다가가기 위한 지름길이 아닐까.

안-편안하다

맑은 물이 마음을 정화하는 듯 하다.

스님은 말씀이 참 적으시다. 인터뷰 중에도 많은 말씀을 하지 않는다. 평소에 불자들에게도 별로 얘기를 잘 안 한단다. 오히려 들어주기만 한다고.

“다들 자기 말을 많이 하는 세상이잖아요. 그런데 정작 들어주는 사람은 너무 적죠.”

일리 있는 말씀이다. 스님은 일본의 저명한 불교학자 나카자와 신이치의 책을 통해 중요한 깨달음을 얻은바 있다고 소개한다. 그 불교학자가 말하길, 평생 경전을 읽어도 모든 가르침이 편안할 안(安) 자 하나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불교는 복을 구하는 종교가 아니라 안을 구하는 종교이다. 많이 가져도 편안해야 하고, 적게 가져도 편안해야 하는 것, 이야말로 불교의 가르침의 핵심이라고 스님은 이야기한다. 많이 가져도 불안하고, 적게 가져도 불안한, 지금의 세상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스님은 평소에 불자들에게나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성불하십시오’보다는 ‘편안하십시오’라고 인사한다고 한다. 그래서 스님에게 물었다.

“마음이 편한해지면 그것이 부처가 되는 길이겠지요?”

스님의 무심한 대답이 마음을 울린다.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부처입니다.”

마치 공안 같다.

마음을 힐링하는 요사체 쉼터

무-하지않음

중국 선종의 거두인 조주 스님의 화두 중 하나가 무(無)였다고 한다. 원준 스님 역시 무를 화두로 삼고 있다. 이게 부처다, 저게 부처다, 하지 말고 무얼 자꾸만 하려고 하지 말고, 하지 않음으로서 편안함을 이루라는 가르침이다.

인터뷰 중에 스님은 어느 큰스님으로부터 들은 법문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큰스님이 미국에 방문하여 법회를 여는데, 잘 차려입은 기독교 교회의 장로가 찾아와 질문을 하더란다. 기독교는 인류에 크게 공헌하고, 과학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는데, 도대체 불교는 인류에 어떤 공헌을 하였는가 물었단다. 큰스님 옆에 계시던 스님이 일갈한다.

“그런 시시한 질문은 큰스님에게 여쭙지 말고 나에게 다시 물으시오.”

당황한 장로가 다시 질문하자, 스님은 단 한 줄로 대답했다.

“불교는 인류를 위해 전쟁을 일으킨 적이 없소.”

교동도 교동면에는 13개 리가 있는데, 불교 사찰이 하나, 천주교 성당이 하나, 교회가 열세 곳이 세워져 있다. 천주교 신자들과 수녀님들도 종종 화개사를 방문하여 스님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고 한다. 작은 마을 속에 종교의 평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인 셈이다.

화개사 표지석

화-남북화합

스님이 2017년에 화개사로 부임하고서, 밤마다 크게 들려오는 대남방송으로 놀란 적이 많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화개사는 북한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찰로서 화(和)를 위한 사회적 사명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예불 때마다 항상 평화통일을 위한 축원을 올리고 있다.

“이 좋은 경치 속에 좀 더 멋지고 전통적인 양식의 법당을 다시 짓자는 얘기들이 많아요. 하지만 저는 그런 데 쓸 돈으로 사람을 위해, 자연을 위해 쓰는 게 낫다고 봐요.”

스님의 말씀은 그저 미사여구가 아니다. 최근에도 화개사를 비롯한 강화 지역의 사찰들이 힘을 모아 강화군에 코로나 성금을 전달한 것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화개사에는 새로운 건물이 필요하지 않다. 그 자체로 이미 멋들어진 한 폭의 그림이다. 이곳에는 그저 이곳을 찾는 불자들과 새로운 손님들이면 충분하다. 지속적으로 화개사는 지역주민들과 불자들과 더불어 화목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박동웅 기자 v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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