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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코로나바이러스사태와 일본의 메이와쿠오 가케루나(迷惑を掛ける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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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코로나바이러스사태와 일본의 메이와쿠오 가케루나(迷惑を掛けるな)
  • 최문 논설위원
  • 승인 2020.04.03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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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메이와쿠오 가케루나(迷惑を掛けるな·민폐 끼치지 마라)’ 문화가 화제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참화와 최근 코로나바이러스사태 속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정부를 믿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일본인들의 의연한 태도가 아리송하지만 한편으로는 잔잔한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일본인, 특히 일본의 지식인들은 이 문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큰 재앙 앞에서 차분할 수 있다는 것은 '운명'이니, '어쩔 수 없다'는 체념과 포기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국이 촛불시위 등으로 적극적인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과 대비해 권력에 순종적인 그들의 태도 때문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지성으로 언론인이자 저술가인 후나바시 요이치 씨는 참혹한 재앙을 겪은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힘없이 무릎을 꿇는 운명론이 일본인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었다.

후나바시 씨는 일본인이 운명론의 포로가 돼선 안될것이라며 걱정을 했다. 일본인은 속마음인 혼네(本音)와 겉치레인 다테마에(建前)의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사무라이의 무(武)를 숭상하는 그들의 본능이다. 공연히 속마음을 드러냈다가 단칼에 목이 달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일본인들의 혼네가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다테마에는 차분해 보인다. 혐한세력이 주류를 이루는 현실에서 공연히 자기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끄집어냈다가 사회적 린치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아사히신문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을 칭찬하고 일본정부를 비판하는 기사가 드물게 나오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차분한 모습은 다테마에일 뿐 혼네는 시퍼렇게 멍들어 있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그들이 측은하고 안타깝다. 그런 반면에 우리 민족은 너무 다혈질이어서 차라리 순수하다. 속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불의를 보면 외면하지 못하며, 측은지심이 강하다. 가장 비열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다. 어느 국민성이나 장점과 단점이 있기 마련이니 남을 비판할 일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현재 일본의 추락을 고소하게 생각하면서 상대적으로 위기에 잘 대처하고 있는 우리를 지나치게 미화하기도 한다. 물론 자랑스럽다. 그러나 일본과 비교하며 조롱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아무리 미운 이웃이라고 해도 어차피 함께 가야 할 상대이기 때문이다.

생명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다. 일본정부가 원한다면 일본인에게 우리의 방역과 감염자 치료 등에 관한 경험과 기술, 그리고 물자를 전하는 것이 옳다. 지난 동일본대지진과 원자로폭발로 인한 대재해 때 우리가 막대한 지원을 했음에도 이를 숨긴 전과가 있기는 하지만 그만큼 일본이 우리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그런 행동이 얄밉고 불쾌하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의 위험과 불행을 외면한다면 우리도 그들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지난 시절의 원망을 씻고 미래의 동반자가 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물론 그렇기 위해서는 일본의 반성이 먼저다. 지속적으로 반성과 참회를 촉구하며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면 된다.

용서와 관용이 진정한 사랑이요, 강력한 힘이다.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이 일본인의 혼네에 아름다운 울림을 전하기를 소망한다. 전세계적인 코로나바이러스 재앙의 극복을 통해 양국이 서로 협력하며 신뢰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최문 논설위원 vg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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