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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차 중에 택시기사 폭행, 운전자폭행 아닌 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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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차 중에 택시기사 폭행, 운전자폭행 아닌 상해
  • 표민혁 기자
  • 승인 2012.06.26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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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표민혁 기자] 택시 안에서 행패를 부리는 손님을 내리게 하기 위해 도로가에 정차 중인 상태에서 승객이 폭력을 행사했다면, 이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제5조의10 제1항에서 말하는 ‘운행 중’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택시기사 A씨는 작년 7월10일 새벽 6시경 대구 달서구 송현지구내 부근 도로에서 손님으로 B씨를 태웠다.

A씨는 택시를 출발하면서 B씨에게 목적지를 물었으나 B씨는 술에 취해 목적지를 말하지 않은 채 욕설을 하고 우산으로 위협하는 등 소란을 피웠다.

이에 A씨는 B씨에게 내리라고 하면서 택시를 도로가에 세웠고, 그러자 B씨는 들고 있던 우산으로 A씨의 목 부위를 1회 찔렀다.

A씨가 112에 신고를 했으나, 당시 정차 중인 범행 장소를 설명하기 어려워 인근에 있는 병원 근처로 경찰관을 오라고 한 다음, 자신도 B씨를 태운 채로 운전해 병원 앞으로 갔다.

A씨는 B씨의 폭행으로 10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부찰과상을 입었다.

그런데 A씨는 경찰에서 “소란을 피우는 B씨를 태우고 운행할 자신이 없어 내리라고 하자 B씨가 들고 있던 우산으로 목 부위를 찔렀다”고 진술했다가, 검찰에서는 “당시 B씨를 택시에 태우고 본리동에 있는 신세계교통 정문 앞까지 1km 정도를 운전해 가는데 운전 도중에 B씨가 욕설을 하면서 우산으로 목 부위를 찔렀다”고 진술을 바꿨다.

택시가 정차 중에 택시기사에 폭행을 가한 것과 택시를 운행 중인 택시기사를 폭행한 것은 형량에 차이가 크다. 자동차를 운행 중인 운전자를 폭행한 경우 특가법상 가중처벌 되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B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운전자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은 B씨가 택시를 운전 중인 택시기사 A씨를 폭행한 것으로 봐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진만 부장판사)는 최근 운전자폭행 혐의에 대해 “피고인을 특가법 위반(운전자폭행)죄로는 처벌할 수 없고, 단순 상해죄로만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 징역 6월을 선고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먼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운전자에 대한 폭행 또는 폭행치사상의 죄는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상대로 폭력 등을 행사해 운전자, 승객 또는 보행자 등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엄중하게 처벌함으로써 교통질서를 확립하고 시민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한다”며 “공중의 교통안전과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계속적인 운행의 의사 없이 자동차를 주ㆍ정차한 상태에 있는 운전자에 대한 폭행과 같이 위 보호법익의 침해가 예상되지 않는 경우에는 위 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이 술에 취해 욕설을 하는 등으로 소란을 피우자 피고인을 승차시킨 채로는 계속해 운행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피고인을 내리게 한 다음 택시를 운행할 의사로 도로가에 택시를 정차했고, 이와 같이 정차한 상태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해 상해를 가한 것이라면 피해자는 피고인이 목적지를 말해 다시 운행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사정변경이 없는 한, 피고인이 내리기까지 기다렸다가 피고인이 내린 다음에야 비로소 택시를 계속 운행할 의사로 정차한 것, 즉 피고인이 내리기까지는 택시를 계속 운행하지 않을 의사로 정차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피해자가 정차했던 도로가는 공중의 교통안전과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라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할 당시 피해자가 특가법에서 말하는 자동차를 ‘운행 중’인 상태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이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해 상해를 입혔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음에도 원심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운전자폭행)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운전자폭행죄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표민혁 기자 nsws@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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