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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0년 전 오늘, 세계 4강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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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0년 전 오늘, 세계 4강의 기적
  • 최문 논설위원
  • 승인 2012.06.23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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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K-드라마 등 K-콘텐츠로 이어져…놀라운 우리의 저력

[KNS뉴스통신=최문 논설위원] 지난 2002년 6월 22일은 우리나라가 한일월드컵대회에서 세계 4강에 진출한 날이다. 당시 우리 대표팀은 16강 진출이 목표였지만 연전연승하면서 4강에 진출하여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단순히 주최국의 행운이라고만 보기에는 상대들이 너무 강한 팀이었다. 예선에서 포르투갈을, 16강전에서는 이탈리아를 꺾었으며, 8강전에서는 세계 최강팀이라는 스페인에게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승부차기 승리를 거뒀다.

공동개최국 일본은 16강전에서 패한 뒤 한국의 선전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으니 그들의 쓰린 마음이 느껴진다. 우리 대표팀은 4강전에서 독일에게 1:0으로 패하여 결승진출에 실패하고 말았지만 4강 진출만으로도 놀라운 결과였다.

16강전과 8강전에서 이탈리아, 스페인과 연장까지 가는 120분 혈투를 치루고 난 뒤에 열린 경기였으니 체력이 고갈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한 대표팀이 참으로 자랑스러웠다. 월드컵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비 유럽-아메리카 대륙의 팀이 4강에 진출한 적이 없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러시아와 호주 대표팀, 잉글랜드 명문 첼시에서 감독을 역임했던 히딩크 감독이 당시 사령탑을 맡았는데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까지 축구팬들에게 그의 별명은 '오대영'이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체코와 프랑스에게 연거푸 5:0으로 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히딩크는 내외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에 총력을 기울여 축구팬들의 숙원이었던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목표를 달성했으니 경기력이 해이해질 만도 했지만 히딩크는 "우리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는 말로 고삐를 틀어 쥐었고, 결국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이뤘다.

2002년 월드컵은 일본이 1986년 멕시코월드컵 때부터 유치를 추진해왔다. 1989년 공식적으로 월드컵 유치를 선언한 일본은 정재계의 협력 아래 착실하게 유치를 준비했으나 1994년 월드컵 유치전에 뛰어든 한국의 선전으로 결국 공동개최로 낙착됐다.

이는 1994년 FIFA 부회장에 당선된 정몽준 당시 대한축구협회장의 외교력이 큰 역할을 했다. 일본은 FIFA부회장 선거에서 정몽준 회장과 경합을 벌인 일본 축구협회 전무이사 무라다 타다오가 겨우 2표를 얻으며 패배하자 세불리를 느끼고 공동개최에 찬성하게 된 것이다.

이후 한일 양국은 명칭을 두고 날카로운 기싸움을 벌였고, FIFA의 중재에 따라 개막전은 한국, 결승전은 일본에서 치르기로 하는 대신에 대회의 공식명칭을 '2002 FIFA WORLDCUP KOREA/JAPAN'으로 결정했다. 영어 알파벳 순서로 한다면 일본을 먼저 써야했지만 우리나라는 결승전을 양보하는 대신 월드컵 역사에 영원히 남는 명칭을 챙겼으니 참으로 현명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의 유치전과 경기 결과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민의 저력은 놀랍다. 불모지에서 차근차근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인재들이 나타나서 세계에 우뚝 선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히 스포츠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그랬고, 민주화가 그랬으며, 문화 예술이 그렇다. 최근 전 세계를 감동시키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한류를 보라. K-POP, K-드라마를 비롯한 K-콘텐츠가 세계 엔터테인먼트 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축구만이 아니다.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아시아에서도 변방이었던 피겨스케이트에 김연아라는 세계챔피언이 나타나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금메달을 휩쓸었으며, 마린보이 박태환은 수영 전관왕 펠푸스를 누르고 역시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여름스포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에 성공했으며, 실력 또한 이미 최상위권에 올랐다. 전통적으로 강한 쇼트트랙은 물론 스피드 스케이팅까지 최강일 뿐 아니라 최근에는 스키와 점프, 컬링 등의 실력도 급상승 중이다.

1960년대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가 당당하게 선진국클럽인 OECD에 가입했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바뀐 유일한 나라가 됐으며, 무역 1조불 시대를 열며 세계 10대 무역대국으로 발돋움했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정치에서도 발군의 인물이 나타나 대한민국을 리모델링했으면 좋겠다. 2002년, 전 세계에 메아리쳤던 "대~한~민국 짜짜짜 짝짝~" 소리가 올해 말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에 전국에서 울려 퍼지기를 소망하면서 지혜로운 우리 국민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최문 논설위원 vg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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