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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광주 인왕정사 윤서보살 "평소에 손을 잡고 서로 소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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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광주 인왕정사 윤서보살 "평소에 손을 잡고 서로 소통해야”
  • 이은구 기자
  • 승인 2020.02.04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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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이은구기자]  인왕정사의 원래 이름은 계룡산신암이었다. 지금의 인왕정사는 계룡산신암이었을 때 신도가 엄청 많았다. 인왕정사 보살이 신도들의 보증을 서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마음이 여려 어려운 사람을 지나치지 못했던 보살은 어느새 3억으로 불어난 큰 빚을 떠안았다. 빚을 갚으려다 결국 사채까지 쓰자 구설수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렇게 힘든 나날을 보내던 그에게 계룡 산신암 신령님이 복을 주셨다.

“하남에서 살던 신도가 도와줘 그곳에서 지냈어요. 삼척에 기도를 가서 계룡산신암 명성이 더럽혀졌는데 어쩌면 좋겠냐고 여쭤보니 거기에서 음성이 들렸어요. 경복궁 뒤에 가서 인왕정사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하라고 했어요. 법당을 옮기라는 뜻이었죠. 이름은 윤서라고 했죠.”

인왕정사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한 후 잘 맞춘다는 소문이 퍼져 어느새 안정을 찾았다. 빚 문제도 해결했다. 원래 자리를 떠날 정도로 큰 고비가 왔지만 다시 일어섰다.

사람이 아닌 영혼을 보게 되다

윤서보살은 결혼을 했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아 청주에 있는 절에 들어갔다. 저녁이 되면 그 곳에 신도들이 많았다고 한다.

“스님께 밖에 사람들이 왜 안 들어오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스님이 놀라시더라고요. 절 뒤에 있는 산신각에 옥으로 된 호랑이를 모셔놨는데 그곳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앉아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어요. 산신각 뒤로 큰 소나무 두 개가 있는데, 산신각 위로 굽어져 있더라고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사람이 보이는 거예요. 사람들이 왜 절에 안 들어오고 밖에 서 있냐고 스님께 또 여쭤봤죠.”

그는 스님에게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윤서보살이 봤던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윤서보살 사주는 자식이 없고 여승이 돼야하는 사주였다. 스님은 윤서보살에게 구인사에서 1년만 공부를 하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스님은 승복만 입고 화장이나 치장을 할 수 없기에 싫다고 거절했다. 이후 9개월 동안 구인사에서 기도하며 무속인의 길을 걷게 됐다.

계룡산신 할아버지를 만나 신을 받다

구인사에서 다시 돌아온 그녀는 남편과 지내게 됐다. 그런데 저녁만 되면 나무문 위에 상복을 입은 사람이 지붕에 있었다.

남편을 출근시키고 의자에 앉아있는데 잔디밭에 있던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가 보살을 막 끌어안으면서 친구하자고 했다. ‘왜 이러는 거냐’고 물어보니 없어졌다고 한다.

“며칠 지나 주방에서 요리하는데 거실 마루에 누가 앉아있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안 쓰는 방인데 환하게 불빛이 비치더라고요. 너무 광채가 나서 문을 열어보니 부처님 세 분이 앉아 계셨어요. 다음날 아침에 눈을 감고 있는데 달마스님과 하얀 고무신이 있는 사진이 마당을 빙빙 도는 거예요. 벌떡 일어나서 마당으로 가봤어요.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꿈은 아니었어요. 분명 잠은 깨어 있었거든요.”

윤서보살은 그동안 겪었던 기이한 일들을 들려주었다. 이런 일이 계속되자 윤서보살은 무속인을 찾았다.

“내림굿을 필요하다고 권유했어요. 빨간 천, 노란 천이 제 몸을 감더라고요. 신장대를 잡고 있는데 할머니가 나타나셨죠. 보살을 잘 돌봐 줄테니 이 길을 따라오라고 했죠. 충청도 가서 테스트 굿을 했어요. 계룡 산신 할아버지가 계셨어요. 동전을 던지니 방금까지 없던 쌀이 쭉 있는 거예요. 동전을 받으라고 하더라고요. 테스트가 끝나고 서해 용궁을 갔어요. 산신할아버지가 거북이 등을 타고 하얀 갓을 쓰고 오셨어요. 계룡산신 할아버지인데 용궁을 만나게 해주려고 왔다고 하셨어요. 바다 속으로 들어가면서 바다가 잔잔해지면 갈테니 저보고 너의 길을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하남의 산신당에서 신을 받았어요. 계룡신ㆍ선녀님ㆍ옥항상제를 맞이하는데 12신령님 중에 일곱 분이 오셨죠. 계룡산에서 산신님을 만났기에 ‘계룡산신암’이란 이름을 생각했죠.”

꽃봉오리로 먼저 미래를 보다

시장 후보로 나온 두 명이 윤서보살에게 기도를 의뢰한 적이 있다.

“조억동 전 시장이 나왔을 때 기도가 들어왔죠. 그래서 조 전 시장 외에 다른 분이 계셨는데 17표의 근소한 차이가 났어요. 두 분 다 기도 의뢰가 들어왔죠, 촛불 발원하고 기도를 열심히 했어요. 3일 만에 조 전시장의 촛불이 꽃봉오리 모양으로 변했어요. 처음 점사는 두 사람 전부 비슷했는데 결국 조억동 씨가 당선됐어요.”

기도하며 미래를 먼저 알아차린 윤서보살의 점사가 맞아 떨어졌다. 이후에 동사무소 앞에서 조 전 시장 부인을 만났는데 윤서보살만 악수를 안 하시고 지나쳤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서민들까지 신경을 써주면 좋겠어요. 선거 때만 나타나서 하지 말고 평소에 손을 잡아주고 소통을 하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라면서 자치단체장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태백산에서 내려온 신당 부적

윤서보살은 새벽마다 기도하러 가는 곳에서 만난 호랑이를 보자마자 산신님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음성으로 태백산 칠상산에 가라고 하셨어요. 아무런 준비없이 혼자서 징을 치면서 기도했어요. 잠시 후 하늘에서 광채가 나더니 신당 부적 하나가 나타났어요. 이것을 너의 신당 부적으로 쓰라면서 부적을 내려주셨어요. 그런데 부적재료인 경면주사(鏡面朱砂) 가격이 매우 높았다. 중국인에게 구매했는데 너무 비싸 돈을 나눠서 줬어요. 중국에 가는 사람들한테 경면주사 좀 사달라고 부탁했지만 다들 찾지를 못했어요. 그런데 제자가 직접 갔다 와야지 왜 다른 사람을 시키냐는 예지몽을 꾸었어요. 그래서 중국에 직접 가는 것이 꿈이에요. 언젠가 꼭 가서 경면주사를 구해오고 싶어요.”

무속인도 결국 우리와 같은 사람

윤서보살은 무속인도 보통 사람같은 결코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사실 보살도 신을 받기 전까지는 무속인을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했지만 무속인의 길을 걸어보니 전혀 무섭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성직자가 오셔서 저에게 귀신이랑 같이 사는 사람이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저는 귀신과 함께 사는 사람이 아니라고 성직자의 레벨이라고 했죠. 성직자가 신앙심으로 신도를 도와주는 거라면 저는 제가 모시는 신의 도움을 받아 신도들을 도와주는 것이거든요. 결국에는 똑같은 거예요.”

무속인 또한 불확실성 시대를 예측하는 인생 컨설턴트로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은구 기자 hoeunk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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