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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준수기간’ 정하지 않은 ‘준수사항’은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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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준수기간’ 정하지 않은 ‘준수사항’은 위법
  • 표민혁 기자
  • 승인 2012.06.21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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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표민혁 기자] 재판부가 성폭력범죄 피고인에게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리면서 ‘피해자 100m 이내 접근금지’, ‘과도한 음주 금지’ 등과 같은 ‘준수사항’을 부과하려면 반드시 ‘준수사항의 기간’을 특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범죄사실에 따르면 택시기사 H(47)씨는 지난 2010년 12월 부산 연산동의 한 노래방에서 도우미로 만난 A(24,여) 씨에게 시간당 2만5000원을 주기로 약속하고 술집으로 데려가 술을 마셨다. 이후 H씨는 A씨를 모텔로 유인한 다음 폭력을 행사하며 반항을 억압한 후 성폭행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인 부산지법 동부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최석문 부장판사)는 2011년 9월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H씨에게 징역 6년, 개인신상정보공개 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했다.

특히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리면서 ‘매일 새벽 1시~5시까지 주거지 이외 외출금지’, ‘피해자 A씨에 대해 100m 이내 접근금지’, ‘20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과도한 음주금지’ 라는 준수사항을 명했다.

이에 H씨가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으나, 부산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최인석 부장판사)는 2011년 12월 H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죄질이 매우 나쁘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 신체적ㆍ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받은 점,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한 점, 피고인이 이전에 잔혹한 방법으로 여성에게 폭행을 가해 강간하고, 상해를 입힌 범행으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다시 동종의 범행을 저지른 점 등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자 H씨가 여러 이유를 들어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H씨의 상고(2012도1047)를 기각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1ㆍ2심 재판부가 준수기간을 특정하지 않은 것을 발견한 대법원은 직권으로 ‘준수사항’과 관련된 전자발찌 부분에 일부 위법이 있다고 판단해 이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전자장치부착법은 부착 명령을 선고하는 경우에 준수사항을 부과하려면 기간을 정해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준수사항으로 ‘피해자에 대해 100m 이내 접근금지’, ‘과도한 음주금지’를 부과하면서 준수기간을 정하지 않은 원심 판결은 전자장치부착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H씨에 대한 징역 6년 선고와 전자발찌 부착명령 자체는 적법하지만 준수사항 부과에서 준수기간을 정하지 않은 위법한 점이 있으니 이 부분을 다시 심리해 준수기간을 정하라는 것이다.

 

표민혁 기자 nsws@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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