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3 11:31 (수)
[인터뷰] ㈜바스틀리코리아 안진경 대표 "짚에서 온 부드러움과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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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스틀리코리아 안진경 대표 "짚에서 온 부드러움과 강함"
  • 이진창 대기자
  • 승인 2019.11.08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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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친환경 티슈와 일회용 용기를 만듭니다

[KNS뉴스통신=이진창 대기자] 10월을 여는 첫 아침, 성남시 분당으로 차를 몰았다. 높고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둥실 뜬 것이 ‘오늘 날씨 맑음’을 알려준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을 누리고 싶은 욕구는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나 생활을 편리하게 한답시고 마구잡이로 자연을 파괴한 장본인 역시 인간이다. 그런 생각이 떠오르자 오늘 방문할 회사에 더욱 궁금증이 샘솟는다. 밀짚으로 만든 티슈와 일회용 용기를 선보이며 친환경을 강조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바스틀리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안진경 대표는 맑고 고운 미소로 방문객을 맞아주었다.

나무가 아니라 밀짚에서 왔어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종이 제품은 흔히 목재 펄프로 만든다. 그러나 바스틀리 제품은 출발이 다르다. 목재가 아니라 밀짚이 제품의 원료다.

“목재 펄프를 생산하려면 나무를 베어야 해요. 나무가 그만큼 자라려면 최소 30년 세월이 필요합니다. 무분별한 벌목은 환경 파괴로 이어지고 결국 인류에게 재앙으로 다가오지요. 바스틀리는 한 그루의 나무도 베어내지 않아요.”

깔끔하고 단아한 인상의 안진경 대표가 차근차근 설명한다. 사무실 쇼룸에는 바스틀리가 생산한 미용티슈, 두루마리 휴지, 키친 타올, 일회용 용기들이 보기 좋게 진열돼 있다. 은은히 감도는 베이지 컬러가 따스하면서도 고급스럽다. 밀을 수확하고 남은 밀짚, 그 밀짚에서 온 색깔이다.

“바스틀리는 중국에서 설립된 ‘산동 페이퍼’에서 시작했어요. 1976년 출발한 그 회사는 밀짚으로 종이 제품을 만드는 연구를 계속했지요. 나무를 베고 환경을 훼손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식물 자원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은 밀짚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질긴 섬유질이 포함된 지푸라기를 부드러운 티슈로 바꾸어내려는 끈질긴 연구개발이 뒤따랐다. 그 세월이 거의 40년이다.

“결국 개발에 성공했고 2015년 미국시장으로 진출하면서 <바스틀리> 브랜드로 태어났어요. 친환경 고급제품으로 큰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 진입했지요.”

생산 공정도 친환경

‘대단히’, ‘엄청나게’라는 뜻을 지닌 바스틀리(Vastly)는 ‘Think vastly(엄청난 생각)’에서 출발했다. 제품을 좀 더 들여다보자. 짚 펄프로 만든 바스틀리 티슈는 목재 펄프로 만든 일반 티슈보다 질기고 내구성이 강하다. 표백제나 염색제를 포함해 화학약품을 일절 사용하지 않았는데, 바스틀리 제품의 따스하고 자연스러운 베이지색은 천연 밀짚의 색깔과 다름없다. 일반 티슈를 뜯을 때 일어나는 미세한 먼지 조각도 바스틀리 제품에선 발견되지 않는다. 젖은 손을 닦았을 때 티슈 조직이 녹아 달라붙는 일도 없다. 그러면서도 섬유질이 조밀해 피부에 닿는 감촉은 대단히 부드럽다. 질긴 밀짚을 부드럽게 변화시킨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건강과 환경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반응이 아주 좋아요. 먼지가 나지 않아 비염, 알레르기 같은 호흡기 질환자들이 사용하기에도 적당하거든요. 생산 과정도 친환경적이어 서 생산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최우선시합니다. 제품을 사용하고 난 후도 친환경적이에요. 버려진 뒤 45일 안에 토양 미생물이 생분해해 퇴비로 전환되거든요.”

벌목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무분별하게 나무를 베어내 산림 면적이 줄어들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자연의 능력도 따라서 줄어든다. 그런데 종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다량 발생한다. 바스틀리 제품은 일반 목재 펄프 제품과 견줬을 때 1톤 생산 시 에너지 20퍼센트 절약, 물 30톤을 절약한다고 한다.

“전 세계 밀 생산자들이 밀을 수확한 뒤 밀짚을 주로 태워서 없애는데 이것도 대기오염과 산불의 위험을 안고 있어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밀을 주식으로 하는 상황에서 크나 큰 환경문제죠. 바스틀리는 유기농밀 생산농가와 계약 재배하여 탈곡 후 남은 밀짚을 구매해줌으로써 밀짚 소각의 위험성을 줄이고 농민들에게 2차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일

안진경 대표는 2007년부터 친환경 관련 사업을 해왔다. 환경 파괴를 최소화한 생활용품, 화장품을 다루어왔으니 이 분야에선 전문가다. “제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그 중에 주목할 게 플라스틱 제품이에요. 자연 분해되는데 500년이 걸린다는 플라스틱 남용은 아주 큰 문제죠.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지 말자는 움직임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어요.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실제로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고요. 인도 역시 지난달부터 전면 금지하면서 사탕수수 섬유질로 만든 용기를 개발해 플라스틱 대체재로 사용하고 있어요. 바스틀리는 일찍이 자연환경에서 100% 생분해되는 일회용 펄프 용기를 개발해왔어요. 그런데 그동안 두 가지 문제가 있었죠. 밀짚이나 사탕수수 같은 대체재 원료 수급과 뜨거운 음식의 고열을 견딜 수 있느냐라는 문제였어요."

바스틀리는 밀 주요 생산지인 중국, 사탕수수 생산지인 인도와 R&D를 진행해 식품 용기를 개발해왔다. 그 결과 섭씨 200도 이상의 온도를 견딜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데 성공해 스위스 네슬레, 미국 월마트, KFC 같은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인도에 생산기지를 증설하면서 한국 물량을 생산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고, 내년 1/3분기에는 본격적으로 국내 공급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략적 B2B 사업 모델만을 구성해 공장에서 업체로 바로 보내도록 시스템을 갖춰나가고 있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쓰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또 배달용으로 쓰는 플라스틱 제품은 그 동안 늘 지적을 받았는데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으니까 바꾸기가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해결 방안이 나타났다면 얼마나 발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느냐가 중요하지요. 제가 만난 많은 외식업계 관계자들이 환경 문제에 공감대를 보여주셨어요. 그래서 저희 바스틀리도 큰 의욕과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 산둥성에 펼쳐진 공장부지는 넓이만 여의도 만하다고 한다. 40여 년 전 밀짚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장비를 만들어가며 또 기계의 볼트와 너트까지 직접 생산해가며 연구개발에 쏟아 부었을 시간과 노력이 경탄을 자아낸다. 또한 그 가치를 알아보고 사업을 펼쳐가는 안진경 대표의 다부진 행보가 놀랍다.

“환경 파괴를 줄일 대안책을 마련하는 것. 꼭 해야만 하는 일이고 준비해야 하는 일이에요. 바스틀리코리아는 앞으로 해외 생산기지를 적극 활용하여 국내 수요를 감당하고 미국과 유럽으로도 제품을 보낼 계획이에요. 중국 공장과 인도 공장의 금형 시스템은 빠를 샘플 작업으로 기업들의 요구를 충족시 킬 수 있어요. 밀짚과 사탕수수 원료 수급도 안정적이고, 자체공장에서 생산 후 바로 업체에 공급할 수 있는 구도 또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요. 더 많은 사람들이 환경 사업에 동참할 수 있게 되어 저 개인으로서도 아주 환영이에요. 환경을 생각하는 프랜차이즈 기업인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이진창 대기자 kfn19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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