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3 19:57 (화)
“보건의료노동자 감정노동 수행정도 89.5%로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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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동자 감정노동 수행정도 89.5%로 ‘심각’”
  • 김관일 기자
  • 승인 2019.06.20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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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조사 결과… 감정노동자 보호법 제정됐으나 실제 의료기관 현장서는 유명무실 드러나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동자 감정노동 예방과 대응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절실 지적

[KNS뉴스통신=김관일 기자] 보건의료노동자의 감정노동 수행정도가 89.5%로 ‘심각’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나순자)은 20일 ‘2019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보건의료노동자 감정노동 예방과 대응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3만 6447명이 참가한 2019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69.2%가 폭언을 경험한 사례가 있다고 응답했으며 폭행 경험 13%, 성폭력 피해 경험도 11.8%로 나타났다. 주요 직종별로 비교해 보면 ▲폭언 피해 경험은 간호사가 79%로 가장 높았고 간호조무사 61.7%, 사무행정원무 57%, 방사선사 51.3%, 임상병리사 45.4% 순으로 나타났다.

폭행 피해 경험도 간호사가 16.2%로 타직종에 비해 높았으며, 간호조무사 9.5%, 방사선사 6.2%, 사무행정원무 4.5%, 임상병리사 2.1%로 나타났다. 성폭력의 피해 경험은 간호사 직종이 14.5%로 가장 높았고 방사선사가 4.5%로 가장 낮았다.

한편, 폭력의 주된 가해자는 폭언의 경우 환자가 68%로 가장 높았으며 보호자 53.6%, 의사 32.1%, 상급자 20.6% 순으로 조사되었다. 폭행의 경우도 주된 가해자는 환자로 86.6%이며 보호자가 18.4%, 상급자 3.9%, 동료 2.8%이다. 성폭력의 주된 가해자는 환자가 81.2%이며 보호자가 19.2%, 의사 9.7%, 상급자 5.6% 순이다.

그러나 폭언폭행성폭력의 피해 당사자들이 취하는 대응방식은 문제해결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소극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폭언 경험자의 82,3%, 폭행 경험자의 63.8%, 성폭력 경험자 74,3%가 주변의 아는 사람에게 하소연하는 것을 포함해 스스로 참고 넘겼다고 응답했으며, 병원내 노동조합이나 고충처리위원회 등을 통해 공식적인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는 응답자는 3%미만이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와 관련 최근 의료기관내 폭력 발생의 심각성이 언론보도를 통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긴급하게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 발표했지만 병원현실은 여전히 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는 사각지대임이 밝혀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취자의 응급실 폭력이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환자의 폭력이 직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현실에서는 환자의 생명과 안전도 보장받을 수 없으며, 의료기관내 폭력 예방과 대응을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정부 방침과 제도적 보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와 함께 보건의료노동자가 근무도중 겪는 감정노동 또한 타 산업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근무도중 ‘나의감정을 억제하고 일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89.5%로 10명중 9명은 자신의 감정을 참으며 일하고 있었고, 퇴근 후에도 힘들었던 감정이 남아 있다는 응답자가 80.2%였다. 특히, 부당하거나 막무가내의 요구로 업무수행의 어려움이 있다는 응답자도 69.1%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렇게 감정노동이 심한데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공식적인 규정이나 절차가 있다는 응답은 31.4%에 불과했으며, 감정노동 대응 매뉴얼이 마련돼 있다는 응답자도 30.4%에 그쳤다.

주요 직종별 감정노동 소진도를 보면 타 직종에 비해 간호사가 감정노동을 더 심하게 겪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다른 직종보다 환자 및 보호자 대면 업무가 많은 간호조무사, 사무행정원무직의 감정노동 수행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서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53.6%만이 긍정적인 답변을 했으며, 오히려 신체적·정신적으로 모두 지쳐있다는 응답이 70.6%로 나타났고, 집중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응답자도 47.5%, 단순히 급여를 받기 위해서 일한다는 응답도 75.5%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는 이같은 조사 결과가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일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을 유지하지 못한 채 지치고 소진당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해 사용하는 의료용품과 비품은 병원이 직접 구입해서 사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직원들의 사비로 구입하게 한 사례가 22.8%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입원 환자 수의 변동에 따라 원하지 않는 날짜에 휴가를 강제로 쓰게 한 사례가 46.9%이며, 경조사 등 인력부족에 따라 근무시간이 수정된 사례도 48.4%로 집계됐다.

병원의 갑질은 근무시간 조정이나 강제 휴가사용 외에도 본인이 원하지 않는 기부금, 기금, 회비 등을 납부하게 한 사례가 26.7%, 업무와 무관하게 사적인 일을 지시받은 사례도 15.4%, 업무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당한 경우도 16.2%로 조사됐다.

또 직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외모, 연령, 학력, 지역, 성별, 비정규직 등을 이유로 인격이 비하된 사례가 11.5%이며 개인 사생활에 대한 뒷담화나 소문, 허위사실 등을 퍼뜨려서 곤욕을 치렀다는 사례도 22.5%, 다른 직원들 앞에서 또는 온라인(단체방)등에서 모욕감을 받았다는 경우도 9.2%로 나타났다. 더 심각한 것은 직원들이 일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감시당한 사례가 19.8%로 10명중 2명은 병원의 감시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의료노조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지난 2018년 10월 18일부터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됐고, 2019년 7월 16일부터는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이같은 법이 의료기관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있게 작동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담당하고 있는 의료기관에 만연한 폭언, 폭행, 직장내 갑질, 괴롭힘 등의 감정노동은 환자안전을 위협하고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정부의 대응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와 관련 ‘인권이 존중받는 안전한 병원 만들기’를 2019년 산별중앙교섭의 주요 교섭의제로 선정했으며, 교섭을 통해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과 직장내 괴롭힘과 인권보호 등에 합의하고 노사 TF팀을 구성, 세부 실행계획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각 병원별로 세부 실행계획이 추진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2019년 하반기부터 병원 내 감정노동 실태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폭력으로부터 안전하고 인권과 노동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안전한 병원만들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나순자)은 매년 보건의료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파악하고 기타 주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2019년 진행된 실태조사는 2월부터 3월까지 1개월에 걸쳐 전수조사에 준해 실시했으며, 2019년 1월 기준 조합원인 6만 6974명을 모집단 대상으로 해 3만 6447명이 참여, 54.4%의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2019년의 조사에는 2018년 조사 응답자인 2만 9620명에 비해 약 23%의 참여자가 증가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는 ‘임금 및 직장생활’, ‘노동조건’, ‘인력충원’, ‘폭언-폭행-성폭력’, ‘감정노동 및 직장 내 괴롭힘’, ‘노동안전’, ‘모성보호’에 대한 총 7개 영역, 39개의 구조화된 설문지를 통해 자기기입 방식으로 진행했다. 연구진의 데이터 클리닝을 거쳐 최종 3만 6447명의 유효 응답자를 확정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0.35%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보건의료노조의 위탁을 받아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가 수행했으며, 최종 보고서 제출에 따라 그 결과를 총 3회에 걸쳐서 보도자료로 배포, 공개하고 있다. 오는 25일에느 세 번째로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안전

피해자 대다수(폭언 82.3%, 폭행 63.8%, 성폭력 74.3%)가 참고 넘겼다”, “의료기관내 폭력 예방과 대응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돼야” 등의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관일 기자 ki21@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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