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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법률‘톡’]주취감경 규정은 폐지되어야 하는가?
장준용 변호사<사진=YK법률사무소>

[YK법률사무소=장준용 변호사] 최근 만취한 40대 남성이 70대의 경비원을 무자비하게 폭행해 의식불명에 이르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샀고, 그로 인해 청와대 국민신문고에는 현행법상 주취 감경을 폐지하여 달라는 청원이 줄을 이었다.

문제가 된 주취 감경의 근거규정은 우리 형법 제10조이다. 형법 제10조 제1항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심신장애로 인해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하도록 하고 있다. 실무상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형법 제10조 제2항이다.

형법은 왜 주취 감경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일까? 사실 본 규정은 주취로 인한 경우에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이 아니다. 주취 이외에 정신질환 등의 사유로 행위자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던 경우에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규정이다.

우리 형사법 체계상 행위자가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더라도 그의 책임능력이 인정되어야만 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즉 책임능력의 없는 자의 행위는 범죄로 비난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의학적으로 알콜은 사람의 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의사결정능력 등을 현저히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주로 주취 상태에서의 범죄행위에 위 심신미약 감경규정의 적용이 문제되고있다.

비교입법례적으로 미국과 중국에서는 우리와 같은 주취 감경의 규정이 없다. 독일 역시 ‘완전명정죄’라는 이름으로 주취 상태에서의 범죄를 정상적으로 처벌하고 있다. 오히려 프랑스의 경우에는 주취 상태에서의 범죄를 가중처벌하기도 한다. 다만 일본은 우리와 같은 주취 감경 규정을 두고 있다.

과연 심신미약 감경규정은 폐지되어야만 하는 악법인 것인가? 사실 실무상 오래 전부터 주취 상태에서의 범죄행위의 처벌에 관하여 문제의식이 있었다. 이에 수사기관에서는 주취 상태에서의 범죄행위일지라도 소위‘블랙 아웃(Black out, 알콜성 단기기억상실 증상)’에 불과해, 행위자가 범행 당시를 기억하지만 못할 뿐 행위 당시의 의사결정능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심신미약 감경규정의 적용을 자제해 왔다. 법원에서도 마찬가지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피고인이 1심법원에서 심신미약·심신장애를 주장한 1597건의 사건 중 305건에 대하여만 피고인의 손을 들어 주었다.

비단 우리 형사 절차 실무뿐만이 아니다. 우리 형법 제10조 제3항에서는 이미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심신미약 감경규정의 적용범위를 제한하고 있으며, 특히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0조에서는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를 범한 때에는 형법 제10조 제1항·제2항 및 제11조를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법체계 자체의 제한 장치에도 불구하고 재판에서는 간혹 사회적 공분을 산 피고인에게 심신미약이 인정돼 감형되는 사례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법 적용상의 문제로 이해돼야 할 것이다.

우리 형법 제10조 제1, 2항은 형사법상 대원칙인 책임주의 원칙에 근거한다. 형법은 사건의 사실관계뿐만 아니라 범죄자의 구체적 상태까지도 법관의 판단 대상으로 삼도록 해, 사건의 타당성 있는 해결을 도모하도록 하고있는 것이다. 합리적이면서도 사회 일반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법원의 사려깊은 판단을 기대해 본다.

장준용 변호사  kns@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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