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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끝, 모니터와 한 잔…20대 1인 가구원의 ‘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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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끝, 모니터와 한 잔…20대 1인 가구원의 ‘혼술’
  • 뉴미디어단
  • 승인 2018.11.2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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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5일 (왼쪽부터)유튜버 참PD, 잡솨, 맛상무의 합동 방송. 잡솨가 “쏴”하고 건배사를 외치자 함께 건배사를 외치는 댓글이 달렸다.<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KNS뉴스통신=윤기은 뉴미디어단 객원기자] “참참참! 크~.”

 

권주사를 외친 뒤 시원하게 소주 한 잔을 들이켠다. 옆에 있는 안주 ‘마라샹궈’ 한 젓가락을 입에 후루룩 넣는 것도 잊지 않는다. 여느 술집에서 볼 법한 풍경이지만 모니터 속, 유투버 참PD가 운영하는 유투브 채널 애주가TV의 한 장면이다.

 

20대 1인 가구원 사이에서 ‘술방’(술 마시는 방송)이 인기다. 자취 6년 차 노인환 씨(26)는 퇴근 후 맥주 한 캔을 마시면서 술방을 즐겨본다. 유튜브나 아프리카 TV에서 술을 따라 마시며 시청자와 대화하는 방식인 술방은, 20대의 새로운 혼술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참PD는 올해 2월 방송을 시작했는데 11월 현재 구독자 수는 26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수년 전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공중파 3사 평균 구독자 수와 맞먹는 수치다.

 

술방이 가진 매력은 ‘소통’이다. 녹화방송도 있지만 대부분 실시간 방송이며, 댓글을 달 수 있다. 연예인이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TV 술방 프로그램과는 다르다. 11월 10일 아프리카TV BJ ‘느꼬`인숙’이 편육과 컵라면, 소주를 늘어놓고 술방을 시작했다. 안주를 먹기에 앞서 BJ가 “편육에 어울리는 양념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답하는 댓글이 쏟아져 나왔다. BJ도 “몇 살이에요?”, “안주 어디서 샀나요?”와 같은 질문에 대답했다. 유튜버 수정뱅이는 “좋은 술이 좋은 대화의 촉매제가 된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술방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밤이 깊어지면서 시청자와 진행자 간 대화는 무르익는다. 10월 14일 밤 11시쯤 유튜버 참PD와 맛상무의 합동방송에서 한 시청자가 “창업할까요, 취업할까요”라고 질문하자 맛상무는 술에 취해 얼굴이 빨개진 채로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질문에 답변했다. 이날 “유튜버로서 성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요” 등 청춘의 진지한 고민이 댓글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날 방송은 저녁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계속되었고 시청자 300여 명이 끝까지 남았다. 대학생 최병진 씨(25)는 “술방을 보며 소주나 맥주를 마시는 이유는, 대화가 오가면서 같이 술을 마신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술방은 실제 술자리만큼 많은 에너지가 필요 없다. 대화에 참여해도, 안 해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대학생 이상헌 씨(24)의 카카오톡 프로필 기록에는 축구를 하거나,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 씨는 “술자리에 가는 게 피곤할 때도 있다”면서 “일과를 마무리한 뒤 술을 마시며 영상을 보는 것이 일상의 휴식”이라고 말했다. 20대 1인 가구 인터뷰이 7명은 모두 하루를 마무리하며 자기 직전에 술방을 시청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세아 씨(가명·22)는 “자기 직전 술방을 보면 외로움을 달랠 수 있으면서도 실제 사람을 만날 때 드는 힘을 쏟을 필요가 없어 좋다”고 말했다.

 

유튜버 입짧은 햇님의 술먹방. 25종의 꼬치, 어묵탕과 중국 맥주를 준비했다.<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술에 곁들어 먹는 안주도 시청자의 큰 관심거리다. 유튜버 ‘입짧은 햇님’은 ‘술 먹방(먹는 방송)’으로 유명하다. 방송 화면 상단에는 방송에서 먹고 있는 안주목록이 있다. 지난 5월 방송엔 육회, 오돌뼈볶음 등 7종의 안주와 막걸리가 적혀있었다. 입짧은 햇님이 육회 한 입에 막걸리 한 잔을 마시자 “맛있겠다”, “먹고 싶다” 등의 댓글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김유성 씨(26)는 “나에게는 맥주만 있지만 유튜버들이 안주를 맛깔나게 먹어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튜버 ‘리비’, ‘프란’, ‘왕쥬’ 역시 먹방과 술방을 결합해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만족감을 얻은 시청자는 유튜버에게 2000원부터 10만 원까지 후원금을 보내기도 한다.

            

술방 산업이 20대 1인 가구원의 휴식과 위안이 되며 세력을 넓혀가고 있지만 이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홍성철 교수는 “미디어채널이 많아지면서 선택의 폭도 넓어졌지만 오히려 추천 영상 시스템으로 구독자에게 특정 콘텐츠만 노출되는 위험성이 생겼다”면서 “본인이 읽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다양한 소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위 기사는 윤기은(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KNS뉴스통신 뉴미디어단 객원기자의 글로, 주제를 정한 뒤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뉴미디어단 객원기자는 대학생, 엄마, 초중고생 등으로 나눠 운영되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주목할 만한 현상을 찾아내어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데 일조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뉴미디어단 knsnew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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