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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H농협의 이상한 ‘기성고 대출’, 그리고 ‘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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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H농협의 이상한 ‘기성고 대출’, 그리고 ‘진실게임’
  • 도남선 기자
  • 승인 2018.10.25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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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도남선 기자] 지난 20일 부산에서 만난 제조업체 대표 A씨(57)는 기자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눈물을 보였다. 

A씨의 사연은 이렇다. A씨는 장갑제조 및 잡자재 도소매상을 운영하면서 사업장을 확장하기 위해 경남 함안군에 5764㎡ 크기의 땅을 시가 10억5600만원에 구입했고, 이 부지에 공장을 신축하기 위해 2016년 8월 주택 신축판매업체 대표 B씨와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공장 신축자금이 부족했고, A씨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위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B씨는 H농협에 근무하는 지인 C (당시) 상무를 A씨에게 소개했고, A씨는 H농협에서 13억9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이 가운데 3억4000만원은 공사가 진행되는 만큼 대출금액이 나눠서 들어오는 ‘기성고 대출’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아직 공사가 착공되기 전인 2016년 11월 16일, 대출금 3억4000만원이 B씨 업체로 송금된 것이다. 더욱 자세히는, H농협이 A씨에게 대출금을 입금시킨 뒤, 십여분 뒤 곧바로 A씨 통장에서 대출금을 B씨 업체 계좌로 이체시켰다. 

H농협은 대출실행 전인 2016년 10월 26일 위 부동산에 대한 매매예약증서를 작성하고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했다. 그러자 A씨에게 채권이 있던 신용보증기금은 H농협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했고, 가처분 결정문이 H농협에 송달되자, ‘기한 이익의 상실’을 근거로 A씨의 함안 공장부지는 경매에 부쳐졌다.

함안 공장부지는 수차례 유찰 뒤 현재 H농협에서 경매를 취하한 상태다. 

[KNS뉴스통신]은 A씨의 이 같은 주장의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지난 23일 경남 합천 H농협을 찾았다. 취재진과 만난 H농협 관계자는 “A씨의 주장은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며 펄쩍 뛰었다. 이들의 주장은 A씨의 사연과 완전히 상반됐다.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A씨의 주장과 H농협측의 주장의 사실관계를 주요 사건별로 엮어봤다. 

초과대출이 있었는가. 

▲A씨의 주장 “부동산 매매계약서는 2통이었다” 
A씨는 “사례금을 주면 공장 토지 담보대출금을 초과시켜 대출해주겠다”는 C상무의 요구에 따라 2016년 7월경 2차례에 걸쳐 1000만원을 현금으로 전달했다. 이 금전은 C상무가 “초과대출을 받기 위해 H농협 조합장에게 ‘인사’ 비용으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초과대출의 근거로 실제 토지매입 비용이 10억5600만원인데, 대출금은 13억9000만원이 나왔다는 것을 들었다. 또 매매대금 14억원 이상으로 된 부동산매매계약서를 C상무가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취재진이 확인한 부동산매매계약서도 2통이었다. 하나는 10억5000만원, 또 하나는 14억원이었다. A씨는 이를 근거로 H농협의 조합장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소했다. 

▲H농협의 주장 “부동산 감정가가 그만큼 나온 것” 
H농협의 주장은 역시 상반된다. “토지의 감정가는 매기기 나름”이라는게 H농협측 주장의 요지다. H농협은 “위 부동산의 감정가가 14억원 이상 나왔기 때문에 13억9000만원 대출이 가능한 것이지, 초과대출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대출금 인출에서의 사문서 위조와 절도 

▲A씨의 주장 “동의하지 않았는데 대출금이 빠져나갔다” 
A씨가 결정적인 금전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 A씨는 “대출금을 받으려면 내 명의의 예금통장과 인감도장이 필요하다며 농협에 맡겨두고 가라는 말에 아무런 의심 없이 예금통장과 인감도장을 맡겼는데, 이것으로 대출금 3억4000만원을 내 통장에 입금시킨 뒤, 내 의사와는 관계없이 곧바로 공사업자 B씨에게 이체시켰다”고 주장했다. 곧, 의사에 반한 인출로 ‘절도’라는 주장이다. A씨는 이 과정에서 C상무가 출금전표를 위조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H농협의 주장 “부동산개발사업 약정서대로 했다” 
A씨와 B씨, H농협은 2016년 11월 15일 ‘부동산 개발사업 약정서’를 체결했다. 이 약정서 제6조(수입금 자금관리) 제2항은 “제5조의 대출금 관리계좌는 ‘갑’의 명의계좌로 입금 후 출금하여 ‘을’의 명의로 개설해 입금하되, ‘병’이 자금관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H농협은 이 조항을 근거로 대출금을 B씨에게 입금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A씨는 “출금의 당사자는 대출을 받은 갑(A씨) 본인이다. 어떻게 병(H농협)이 갑의 동의도 없이 인출해서 병에게 줄 수 있느냐”고 받아치고 있다. 

기성고 대출이 착공 전에 나갈 수 있는가. 

▲A씨의 주장 “건물도 짓기 전에 대출금이 전액 B씨에게 나갔다” 
기성고 대출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공사가 진행되는 진척도에 따라 대출금이 나눠서 들어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A씨의 사건은 기존 기성고 대출과는 달랐다. 땅 바닥의 삽도 뜨기 전 3억 4000만원이 기성고 대출 명목으로 입출금 됐기 때문이다. A씨의 함안 공장의 원래 계획은 2016년 9월 19일 착공, 그해 12월 31일 준공이었다. 그러나 실제 착공은 2017년 초에 이뤄졌다. 대출은 그보다 앞선 2016년 11월 16일에 이뤄졌다. ‘기성고 대출’이 건물 착공 전 이뤄질 수 있는가가 문제되는 부분이다. 

▲H농협의 주장 “한꺼번에 출금 되지 않았다” 
기성고 대출이면 건물 진척도에 따라 나눠서 대출금이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눠서 나갔다”고 답했다. 1억7000만원씩 두 번에 나눠서 나갔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사실이어도 공사 진척도에 따라 대출금이 나간 것이 아닌데, 심지어 이 부분도 사실과 달랐다. 취재진이 A씨 대출금 통장을 확인해본 결과 2016년 11월 16일 3억4000만원이 입금 된 뒤 곧바로 3억4000만원이 B씨 통장으로 출금됐다. 

A씨는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이 “공장을 빼앗으려는 술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H농협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당시 대출담당자였던 C상무와 D과장이 전출가거나 퇴직한 뒤라 후임자들이 사건을 수습하는 중이다.

도남선 기자 aegookj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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