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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묶되 입은 푼다' 취지는 좋지만, SNS 불법 과열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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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묶되 입은 푼다' 취지는 좋지만, SNS 불법 과열은 어떻게!
  • 편집인 사장 최 충 웅
  • 승인 2012.02.2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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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가 지난 12월 29일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사전 선거운동 수단에 인터넷을 포함시키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인터넷 게시판이나 트위터 등을 이용한 사전선거운동을 규제한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 '누구든지 선거일 180일 전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정당이나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그림, 문서, 녹음·녹화 테이프는 물론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살포·상영·게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에는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블로그 같은 인터넷 매체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이번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데에는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더욱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를 살리고자한 것이다. 헌재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국민이 선거 과정에서 정치적 의견을 자유로이 발표, 교환함으로써 비로소 그 기능을 다하게 된다며, “정치적 표현 및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자유를 원칙으로 금지를 예외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선거운동의 기회는 균등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 조항과 '돈은 묶되 입은 푼다'는 선거법의 입법취지에 따른 것이다.

 SNS가 이러한 취지와 정신을 구현할 최적의 미디어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헌재가 ‘돈 안 드는 뉴미디어 선거운동’을 허용한 것이다. 이러한 원칙적인 취지를 잘 살려, 뉴미디어를 현명하게 잘 활용하면 과도한 선거운동 비용을 줄이고, 선거비용 충당을 위한 부정부패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는 배경 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인터넷은 누구나 손쉽게 접근 가능한 매체이고 이를 이용하는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해 선거운동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정치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인터넷의 특성 자체가 기회의 균형성, 투명성, 저비용성이라는 선거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헌재는 또 인터넷의 익명성이나 신속한 전파력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명예훼손이나 비방, 흑색선전 등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다른 법률조항에 이미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공직선거법이 사전 선거 운동을 제한한 주된 이유는 후보자들 사이의 경제력 차이에 따른 선거 운동 기회의 불균형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SNS 같은 인터넷 매체는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고 비용도 거의 들지 않아 경제력에 따른 기회 불평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헌재는 "공식 선거 운동 기간 중에는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데 사전 선거 운동 기간엔 이를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도 했다.

 그동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은 작년 6월 지방선거 이후 SNS가 중요한 선거 운동 수단으로 떠오르자 공직선거법 93조1항을 적용해 SNS를 통한 사전 선거 운동을 단속했다. 그러나 SNS가 후보자와 유권자 간의 쌍방향 소통을 촉진해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주장과 또 한편에서는 SNS가 근거없는 소문과 악의적인 비방을 퍼뜨려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반대 주장도 맞서왔다.

 헌재에서도 의견이 나누어지기도 했다. 이강국 김종대 민형기 목영준 송두환 이정미 재판관은 모두 한정위헌 의견을 냈다.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을 규제하는 것이 후보자 간 부당한 경쟁을 막고 선거의 평온과 공정성을 보장하려는 공직선거법 93조 1항의 입법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인터넷은 누구나 손쉽게 접근 가능한 매체이며, 오히려 기회균등·투명성·저비용이라는 공직선거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또 인터넷에서 의사표현은 자발적 적극적으로 선택한 경우에만 수용할 수 있어 선거의 평온을 해칠 가능성이 적은 편이고,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금지조항으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최소 침해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고 했다.
 

 반면 이동흡 박한철 재판관은 인터넷, 트위터 등도 문서나 도화(圖畵) 등의 의사전달 기능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똑같은 규제 대상이 돼야 한다며 합헌 의견을 내놓았다. 인터넷을 통한 조직적 표현활동이 전개될 경우 조직 동원력이나 경제력에 따른 불균형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헌재 결정으로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 선거운동 방식이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SNS 선거운동 합법화로 정치인들이 팔로어를 많이 거느린 유명 인사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위터에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게시하는 행위, 예비후보자가 보낸 선거운동 정보를 리트윗하는 행위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인터넷상에서 선거일 이전에 투표를 독려하거나 후보자를 비교 분석하는 글, 특정 후보자의 선호도에 대한 언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게시판, 손수제작물(UCC), 트위터 등 뉴미디어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그동안 수차례의 재·보선에서 드러난 현실은 SNS를 통해 근거없는 악의적인 비방으로 인한 피해자의 보호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공직선거법엔 허위사실 유포나 악의적 비방을 하면 처벌하게 돼 있지만 수많은 익명의 인터넷 이용자들을 단속하는 데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따른다. 따라서 트위터 등 SNS의 순간적인 전파력과 폭력으로 인해 헤어나기 어려운 낭떠러지에 빠지게 마련이다. 헌재 결정은 인터넷 시대 새로운 선거 운동의 길을 열어주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 하는 과제가 놓여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무제한 허용되면 선거 열기가 과열되고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유권자의 의사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당국은 선거 민의(民意)를 왜곡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온라인에서도 철저한 단속이 수반되어야 한다. 흑색선전이나 허위사실 유포를 막기 위한 노력과 장치가 필요하며, 악의적인 비방을 할 경우 현재의 선거법 적용을 통해서도 엄중한 책임과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정부가 SNS가 정책선거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모범 모델을 개발해서 국민에게 알릴 필요도 있다. SNS가 결코 선거 민의를 왜곡하게 해선 안 될 것이며, SNS를 통해 지나친 허위사실 유포 등이 이뤄지지 않도록 정치권과 유권자들 공동의 노력이 필요할 때 이다.
 

편집인 사장 최 충 웅 choongw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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