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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전문변호사의 성범죄 이야기] 술자리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준강간 피해, 가해자 처벌받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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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전문변호사의 성범죄 이야기] 술자리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준강간 피해, 가해자 처벌받게 하려면
  • 이현중 변호사
  • 승인 2018.10.0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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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칼을 들고 폭행이나 협박을 하여 성관계를 하여야만 강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형법은 “사람의 심신 상실 또는 항거 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의 예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술에 만취하거나 깊은 잠에 빠져 저항할 수 없는 피해자를 간음한 경우도 준강간으로서 처벌하고 있다.

 

2015년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상담통계에 따르면 위와 같이 술, 약물에 취하거나 수면 상태에 있는 사람에 대한 성폭력이 약 11.5%(146건)에 이른다. 준강간 피해 사례는 특히 모임이 많아지는 연말연시가 다가올수록 더욱 빈번해지는 추세다.

 

그런데 2015년의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술에 만취해서 성관계를 갖게 되었는데, 가해자를 준강간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판결이 선고되기도 하여 주목받고 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성관계를 당한 경우,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한 절차에서 피해자가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형사 전문 변호사로서 성범죄 사건을 전담하고 있는 더앤 법률사무소의 이현중 대표변호사와 함께 이에 대해 알아보았다.

 

문: 친구들과 미팅을 나갔는데, 술을 너무 많이 마셔 기억이 거의 나지 않아요.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거기 있던 남자와 성관계를 가졌더라구요. 저는 성관계를 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 남자를 처벌할 수 있나요? 처벌 수위는 어떤가요?

 

답: 가해자는 피해자 분의 심신 상실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을 한 것으로서, 형법상의 준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만일 가해자에게 공범이 있다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되어 특수준강간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준강간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의 특수준강간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문: 혹시 제가 성관계에 대해 동의한 것으로 보여져 가해자가 무죄가 될 수도 있나요?

 

답: 준강간은 피해자가 ‘심신 상실 상태’여서 관계에 대한 적법한 동의가 없고, 이를 마치 강간죄의 ‘폭행 또는 협박’과 같이 이용하여 간음을 한 것이기 때문에 처벌하는 것인데, 반드시 술에 만취하였다는 것만으로는 가해자를 처벌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만일 피해자가 관계에 대해 동의하였던 것 같은 정황이 인정된다면, 가해자가 무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문: 술에 취해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는 가해자를 처벌하기 힘들다는 것이지요?

 

답: 네. 이러한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피해자가 심신 상실 또는 항거 불능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최근에 법원에서는, 피해자가 호텔에 들어갈 때 자기 발로 걸었다는 점, 경찰 신고를 위해 8층의 계단을 1분 만에 내려왔다는 점을 들어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하였던 것으로 판단하기도 하였습니다.

 

문: 어떻게 대응해야 제가 ‘심신 상실 또는 항거 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정될까요? 가해자가 이를 완강히 부인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답: 성관계와 같이 이성간의 내밀한 일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에 있어서는 당사자의 진술이 유력한 증거가 되기 마련이지만, 다른 객관적인 증거가 진술과 다르다면 그 신빙성이 떨어져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게 될 수도 있습니다. 가해자가 범행 사실을 부인한다면, 피해자로서는 다른 객관적인 정황에 부합하는 선에서 최대한 자신이 심신 상실 등의 상태에 있었다고 진술하는 것이 좋습니다. 거의 몸을 가누지 못하는 정도였다는 영상 등이 제출된다면 더욱 좋고, 그 밖에도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다른 사례들을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가해자를 준강간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나요?

 

답: 성관계를 동반하는 준강간죄의 경우, 그 해석을 엄격하게 하는 경향이 있어 피해자로서는 성폭력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무언적으로 동의를 하여 성관계를 한 것처럼 해석하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고소하여 피해자가 처음 진술할 때부터 가해자의 준강간죄 성립을 면밀히 검토하여 진행할 필요가 있고, 다양한 사례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얻는다면 이 과정에서 더욱 수월하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현중 변호사는 경찰대를 거쳐,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의정부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법무법인 세종을 거쳐 현재 더앤 법률사무소에서 형사 전문 변호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현중 변호사 kns@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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