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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류진창 / 연해주 청년 가이드가 일깨워준 민족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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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류진창 / 연해주 청년 가이드가 일깨워준 민족정신
  • 류진창
  • 승인 2018.08.0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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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와이드팜 상임고문

요 며칠전의 일이다.

사상 최악의 기록적인 폭염이 온 지구촌을 붉게 달구고 있을 즈음 전세기가 있어 한층 이웃이 되어버린 러시아 연해주로 모임여행을 떠났다. 광활한 대지와 청량한 기후 그리고 도도히 넘치는 아무르 강의 선상유람을 하면서 피서는 잘 왔다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연해주는 러시아 북동부의 블라디보스토크의 부동항(不凍港)이 있는 군사적 요충지다. 블라디보스토크를 포함한 연해주 일대는 원래 중국 땅이다. 러시아는 제2아편전쟁을 중재한 대가로 연해주를 얻음으로서 러시아 영토가 된 배경이다.

그런가 하면 일본제국주의 자들로부터 우리의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독립운동이 활화산처럼 일어났던 지역으로서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수많은 우국지사들의 활동 무대이기도 하다.

조선 말기에 이르러 일제의 무자비한 피압박에서 벗어나고 조선의 계급사회를 떠나 국경 넘어 이국땅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일구겠다는 필생의 염원이 이주와 정착으로 이어진 사람이 대부분이다.

‘제가 안내도중 말을 잊지 못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이해해 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러시아어 어학연수를 왔다가 관광 가이드를 하고 있다는 서모(27세)군의 알 송 달 송한 인사말이다.

첫 일정에서 서(徐)군은 러일 전쟁 후 일국사회주의를 표방한 독재자 스탈린에 의해 약 17만여명이 6000Km 떨어진 중앙아시아의 이곳저곳의 벌판 천지에 강제이주라는 이름으로 버려진 민족사적 처참한 비극의 중심지였던 신한촌에 왔다.

‘민족의 최고의 가치는 자주와 독립이다’로 시작된 기념비문의 읽기를 엄숙히 마치고 나서, 이주열차에 20~30명이 탈 수 있는 돼지우리 같은 화물칸에 200~300명씩을 태움으로서 밟혀 죽음은 물론 기아와 질병으로 수 만 명이 죽어 갔다는 처참한 고려인을 설명하면서 흐르는 눈물에 말을 잊지 못하는 것이었다.

다음은 보재 이상설 선생의 유허비가 있는 수이푼 강변으로 갔다.

서군은 선생을 간략히 소개하는 비문을 낭독하고 나서 일동에게 묵념을 시켰다.

그리고 선생은 일제의 강압으로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이준 이위종과 함께 일본의 잔악상을 알리고 조국의 독립을 호소하기 위하여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밀사로 파견 되었다.

나는 소기의 뜻을 이루지 못하였으니 조국에 돌아 갈수 없다.

내가 죽거든 화장하여 이 강물에 뿌려라.

동해바다로 나아가 내 조국 땅에 일제를 몰아내고 통일을 이루는데 내 영혼을 다하겠다는 선생의 유훈과 더불어 일본 낭인에 의해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고종이 아관으로 파천한 슬픈 역사를 설명하면서. 우리민족은 왜 이렇게 애잔해야 되냐며 의분의 눈물을 흘리며 설명이 끊겼다.

‘인류의 행복과 미래민족의 영웅 안중근 의사’ 비문이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로 왔다.

서군은 이 지역을 거점으로 수많은 애국지사 독립투사와 항일단체 등의 활약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비롯하여 옥중의 아들 안중근에게 보내는 어머니의 마지막 편지를 소개하면서 어머님의 의연하고 위대함과 더불어 정의로운 우리민족의 우수성이 있기 때문에 오늘의 한국과 밝은 내일이 있다며 감격의 목매임으로 설명이 멎는 것이다.

그가 읽어준 어머니의 편지 전문은 아래와 같다.

‘네가 만약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고 생각 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하는 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형을 구걸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아마도 이 편지는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여기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천부의 선량한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거라‘

어머니 조 마리아님의 의연 뒤에 숨겨진 통곡과 사랑이 있는 한편의 서사시다.

나는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의 부끄러운 기성세대이다.

그간 소홀히 그냥 잊고 살아왔던 우리민족의 처절한 역사에 대하여 이제라도 일 깨워준 서(徐)군에게 몇 차례든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요새 우리 세속의 관광문화는 놀거리. 볼거리. 먹거리. 살거리가 주류를 이루는 단견의 풍속도와 비견 해 볼 진대, 올 여름 휴가는 참 뜻 깊은 피서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2018 . 8 . 7 .

(주)와이드팜 상임고문 류진창(010-3607-1329)

 

류진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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