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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복수혈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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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복수혈전이 아니다
  • 이찬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12.01.2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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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정치는 용서이며 배려이고 이해이다

이찬석 칼럼니스트
[KNS뉴스통신/칼럼] '갈아 업겠다.'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전당 대회 때 한 일성이다.
아니 온 국민과 역사를 향해 던진 고함이다.

정권을 잡고 나면 복수를 하겠다는 말로 들리는 것은 나의 이해 부족일까?
현 정권이 권력을 수단삼아 얼마나 괴롭히고 수난을 당했으면 용가리 불쏘아 되듯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 낼까 싶기도 하지만 결코 받아 드릴 수 없는 반역사적인 발언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 개혁을 단행하고 국민이 여망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 고작 해야 복수를 선언하고 있으니 가까운 장래에 암울한 역사의 지평을 헤아려 봄직하다.

정치는 복수혈전은 아니다. 정치는 조화요 화평이다. 용서이며 배려이고 이해이다. 받은 만큰 돌려주는 것이 아니고 잃은 것을 채우는 것이고 상처를 대물림 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가 후대에 번지지 않도록 치유하는 것이다.

문 최고위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갈아 업겠다는 발언을 했다.
그렇다면 두 전직 대통령의 아류 일 것이다. 그렇다면 두 전직 대통령이 역사 앞에 남긴 유산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역사의 칼에 수없이 난도질을 당한 사람이다. 노략과 감시와 탄압은 그의 또 다른 삶이었다. 위기. 공포. 모략. 음모. 살해. 납치. 사형. 감옥. 이것이 역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 에게 안겨준 시련이었다.
수 십 년간 이어 졌다. 누가 그렇게 했는가! 군부독재가 자행한 만행이었다. 하지만 군사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후 변론은 복수가 아니라 용서였다. 그는 참으로 의연하게 역사를 훈계했고 안타까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당사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용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무도 원망하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그분 또한 정치 검찰에 의해 희생이 되었지만 죽으면서 까지 남겨놓은 유산은 용서였다. 그런데 그 두 분을 신봉하고 그분들의 역사적 이상과 통치 철학을 따르는 사람이 역사를 복수의 난투극으로 피의 광장으로 만들겠다는 무시무시한 발언을 했다.

문 최고위원은 진정으로 역사의 지도자가 되려 한다면 그 발언을 취소해야 한다. 전직 대통령이 바라는 것은 오직단하나 상처와 아픔을 대물림 하지 말고 용서하라는 뜻을 깊이 마음 속에 세겨야 한다. 상처를 받았으니 너에게도 상처를 입히겠다는 생각은 복수이다. 그것은 시정잡배나 양아치들이 하는 일이다.

복수를 꿈꾸는 역사는 복수를 낳는다. 대의와 공익의 일꾼들은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대인의 기질과 용서의 사상을 실천해야 한다. 갈아 업겠다는 말은 희망이 아니며 역사를 희망의 잔치가 아닌 절망의 잔치로 만들려는 야욕이다. 역사를 개인의 한풀이로 장식하려는 문 최고위원은 이미 역사의 주인으로서 자질을 상실한 것이다.

국민을 사랑하고 희망을 안겨주려는 사람들이 해서는 안 되는 말이고 생각이다. 현 정권이 당신에게 용서 할 수 없는 핍박을 했다면 나는 그 크기와 부피와 질을 따져 보고 싶다. 탄압의 기록들을 역사 앞에 끄집어내어 놓고 국민들 앞에 낱낱이 고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과연 정당의 최고위원으로서 한풀이를 하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함께 고민해 보고 싶다.

필자가 보기에 문 최고위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보단 핍박과 탄압을 당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그의 복수 감정은 그럴만한 가치도 없다. 역사에 유해한 세균과도 같다. 역사의 주인은 분열을 하나로, 상처를 치유로, 다툼을 화해로, 이끌어 내는 사람이 돼야 한다. 그동안 수없이 싸운 역사이다. 수없이 피를 뿌리고 바친 역사이다. 논쟁과 다툼과 반목으로 얼룩진 역사이다.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또다시 역사를 개인과 지역과 출신과 정당간의 싸움판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문 최고위원의 복수감정은 역사를 더럽히고 오욕으로 물들게 하는 파괴의 근원이 될 것이다. 문 최고위원을 향한 필자의 충고가 잘못됐다면 나를 갈아 업으라.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찬석 칼럼니스트 lcs24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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