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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근의 진짜웨딩] 결혼식장에서 하는 하객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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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근의 진짜웨딩] 결혼식장에서 하는 하객의 이야기
  • 권경근 웨딩칼럼니스트
  • 승인 2018.04.25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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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근 웨딩칼럼니스트.<사진=KNS뉴스통신DB>

결혼의 계절이라 불리는 5월이 다가온다. 지인의 결혼식에 가면 하객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옆에서 듣게 될 때가 있다. 주로 주인공인 신랑 신부에 관한 얘기가 대부분이다. 결혼하는 신랑 신부에 대해 어떤 말들을 하고 있을까? 

결혼식에서 가장 주목을 많이 받는 사람은 당연히 신부일 것이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드레스에 어여쁜 모습의 신부를 기대한다. 그래서인지 하객들은 신랑의 입장보다 신부가 입장할 때 더 주목하고 지켜보는 것 같다. 신부를 아는 사람이라면 평소와 얼마나 다른 모습일지, 또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신부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기 마련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신부에 대한 기대를 넘어 평가할 때가 있다. 어떤 드레스를 입었는지, 메이크업은 잘 되었는지, 살이 찌지는 않았는지 등 신부에 대해 분분히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보면, 신랑과 신부의 나이는 몇이며, 직업은 무엇이고 집안은 어떤지, 말 그대로 신랑 신부의 호구조사를 하기 시작한다. 나아가 신랑이 아깝다느니 신부가 낫다는 둥 비교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결혼식장에서 누가 아깝다는 말들은 한 번쯤 해봤거나 들어 봤을 것이다. 물론 신랑 신부에 관한 관심의 표현일 수 있지만, 우리가 결혼식장에서 평가 아닌 평가를 한다는 점에는 일정 부분 공감할 것이다. 

하객들의 이야기는 신랑 신부의 가족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참 신랑은 아버지를 쏙 빼닮았네.’, ‘신부는 부모랑 전혀 다른데?’. 또 형제자매가 있다면 누가 더 인물이 나은지, 가족구성원이나 집안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등 이야깃거리가 늘어난다. 또한, 하객들은 얼마나 왔는지, 만약 하객이 적다면 ‘평소에 인간관계가 별로 안 좋은가 봐.’, ‘친구가 많이 없나 봐.’ 등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하겠지만, 옆에 있는 다른 하객들 또는 가족이 혹여 신랑 신부에 대한 험담이나 부정적인 말을 들으면 기분이 썩 좋을 리는 없다. 

또한,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에 “너는 요즘 뭐 하고 지내니?”, “너는 결혼하니?”, “누가 어디 시집갔더라.” 등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근황을 이야기할 때가 많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반가운 마음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만, 때로는 여러 하객의 대화가 결혼식 진행에 방해될 때가 있다. 미뤄왔던 얘기는 피로연에서 할 수도 있으니,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예식에 집중하여 주는 것이 주인공에 대한 배려이자 에티켓이다. 

어떤 글을 읽은 것이 기억난다. 늦은 밤, 출장을 마친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기차에 올랐는데, 어느 한 아기가 울음을 멈추지 않았더랬다. 기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조금씩 뒤척이다, 한둘씩 짜증을 내었다. 아이의 울음이 계속되자 심지어는 기차에서 내리라고까지 하는 승객이 있었다. 만약 우리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글의 작가는 이렇게 얘기했다. ‘그 아기가 내 조카라고 생각해보세요. 만약 내 가족이라면, 아이가 울어서 짜증이 나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인지 걱정할 것이라고.’ 

모든 이는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다. 결혼식을 올리는 신랑 신부도 그런 존재다. 그들에 관한 관심이 평가로 이어지진 않았으면 한다. 내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주인공의 결혼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

권경근 웨딩칼럼니스트 jrji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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