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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한민국 미투운동의 그릇된 비판과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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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한민국 미투운동의 그릇된 비판과 시선
  • 유지오 기자
  • 승인 2018.03.20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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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화 시사칼럼니스트
송경화 시사칼럼니스트(송경화기업교육연구소 대표)

약 2년전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미투 운동은 전세계 수많은 여성들의 SNS를 통해 퍼져나갔고 일반인을 물론, 유명인, 정치인, 연예인들은 언론으로 통해 당당히 성폭력 피해사실에 대해 외쳤다. 그렇게 미투운동은 각국으로 빠르게 퍼져갔고 현재는 대한민국에서도 뜨겁게 확산 중이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우리를 작년 분노케 했던 한샘 성폭행 사건이 미투운동의 시발점 되는 시기였던 것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한샘 성폭행 사건을 통해 성폭행, 성추행 사건이 더이상 피해자의 부끄러운 경험, 수치스러운 악몽이 아니라는, 성범죄에 대한 사회가 받아들이는 시선에 대한 변화가 일어났던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미투운동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뉘어져 있다. 바로잡아 보자는 시선과 또 피해자들에 대한 고정관념이다. 왜 거부하지 않았는가? 왜 강하게 표현하지 않았는가? 몇 번을 응했다면 그것은 합의한 것이 아닌가? 이러한 이유로 피해자를 '꽃뱀'이라 부르며, 물질적 합의를 보기 위한 일종의 쇼라고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자세 또한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도 사실 성추행·성희롱 피해자였다. 회사 초년생 시절부터 시작된 나에 대한 성적 추행과 희롱은 내가 한 회사의 대표가 되고서도 이어졌다.

회식에서 술에 취해 노래방에 가게 되면, 노래를 부르던 도중 자꾸 허리에 손을 감는 등의 스킨십을 시도하는 상사가 있었다. 상대가 직장 상사고, 회식자리이기 때문에 바로 표현할 수 없었다. 또 그는 평소에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처음엔 지나쳤지만, 회식이 반복될 때마다 매번 이같은 추행이 반복돼 어느날 점심을 먹을 때 솔직히 말한 적이 있다. 그 상사는 "몰랐다. 미안하다"며 사과했지만 나는 왠지 그에게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대할 수 없었다.

모 기관에 면접을 보러 갔던 사회초년생 시절, 면접관에게서 "저녁에 다시 나오라"는 주문을 받았다. '술면접'을 본다는 것이다. 국장이었던 그 사람은 "우리 일은 다소 어려운 일이기에 술도 잘 마셔야 하고 술자리에도 잘 융화돼야 한다"며 술면접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술면접에서 그 국장의 추태는 가관이었다. 성적농담을 서슴지 않았고 "내 애인이 될 사람?"이라며 면접자들에게 돌아가며 추파를 던지기도 했다. 나는 그 회사에 입사하지 않았다.

성희롱, 성추행을 당할 그 당시의 당혹스러움에 대해 겪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과연 몰라서 대처를 못한 것일까. 알지만 대처를 안 한 것일까? 누구나 생각지도 못한 수치스러운 상황에 접하게 되면 당황하게 마련이다. 내가 분명히 잘못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떳떳하고 당당하지 못한 기분. 속시원히 이야기 할 사람이 없는 대상과 주위 환경.

이 모든 것이 오랫동안 뿌리 박힌 우리나라 문화와 정서의 그릇된 개념과 사고방식에서 비롯됐다. 

앞으로도 미투운동은 계속 돼야 한다. 가해자가 더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분명 필요하며 피해자의 올바른 대처방법과 피해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사고개념까지도 모두가 다 함께 개선 돼야 함이 시급하다.

유지오 기자 jrji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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