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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과 함께한 ‘송년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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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과 함께한 ‘송년음악회’
  • 김중대 기자
  • 승인 2011.12.17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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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가슴으로 노래한 아름다웠던 시간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물렀던 자리도 아름답다 했던가?

국악관현악단의 연주와 가수의 노래가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귓가에 남아 그 감흥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 잦은 송년 모임에 바쁘다는 핑계로 음악회 관람은 꿈도 꾸지 못했다. 마음이 바쁜 것인지..... 공연 관람에 투자되는 2시간은 송년 술자리 모임 하나만 비우면 되는 것이었다.

지난 16일 저녁 모처럼 동부인하고 노원문화예술회관(관장 김승국)을 찾아 ‘정태춘과 함께하는 송년음악회’를 찾아 마음은 물론 머릿속까지 깨끗이 비우고 온몸을 맡겼다.

한상일 동국대 교수(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이끄는 성남시립국악단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그들이 선택한 첫 곡은 아바의 ‘댄싱퀸’이었다. 귀에 익은 선율에 관람객들은 손뼉을 치거나 어깨를 들썩였다.

피리, 대금, 가야금, 아쟁, 거문고, 타악 등으로 이루어진 성남시립국악단의 연주는 대한민국이 아니면 들을 수 없는 고유한 음률로 이루어진 그래서 그들이 추구하는 ‘우리 가무악을 통해 한민족의 얼이 담긴 토속문화를 현 시대정신에 맞게 재창출하여 온 국민이 생활화 할 수 있도록 함’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어지는 연주에 눈을 감고 빠져드니 대금, 소금, 해금의 작은 소리가 가슴 속으로 스며들어와 몸속에서 전기를 만들어 내는 듯 온몸이 짜릿짜릿해졌다.

“콩밭 매는---”으로 시작되는 주병선의 노래는 국악단의 연주와 너무 닮았다. 나의 노래방 애창곡이기도 한 ‘칠갑산’을 관객도 함께 따라 불렀다.

이윽고 노래하는 시인 정태춘과 그의 영원한 동료인 부인 박은옥이 기타를 둘러메고 무대에 올랐다. 관객들의 뜨거운 환대에 그들은 ‘북한강에서’와 ‘시인의 마을’, ‘봉숭아‘ 그리고 ’사랑하는 이에게‘로 답했다.

40대 이상이라면 한 번쯤은 접했을 노래들은 잔잔하게 때로는 작지만 큰 울림으로 마음 깊숙이 젖어들었다. 정태춘의 묵직한 중저음과 박은옥의 맑고 상큼한 노래는 초겨울 밤 한기를 녹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시 국악단과 정태춘의 협연이 펼쳐졌다. 성남시립국악단은 마치 정태춘의 전속악단인냥 정태춘과 호흡이 척척 들어맞았으며 정태춘의 노래는 오래된 된장만큼이나 구수하다 못해 그 향기와 맛에 빠져들게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무대에서는 커튼콜이 이어졌다. 성남시립국악단과 정태춘은 ‘아리랑’을 연주하고 노래했다. 점점 박자가 빠르게 연주되고 있을 때, 정태춘은 성남시립국악단원들을 향해 손을 펼치고 무대 뒤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이제 자신의 역할을 끝났노라고, 이제부터는 국악단의 시간이라고--’ 표현되는 그의 아름다운 퇴장에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넘치는 것은 모자람 보다 못하다’라는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그는 관객들에게 충분한 기쁨과 감흥을 선사하였으며 마음속에 오래 남을 여운을 선물한 것이다.

음악회가 열린 다음날 아침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어제 공연 전, 정태춘씨와 그의 부인 박은옥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노원구에는 어려운 이들이 많이 살고 있다.”라는 말을 했었는데 아침에 박은옥씨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음악회 출연비 중 일부를 노원구 거주 소외계층을 위해 기부하고 싶다.”며 “작은 금액이라 미안하다.”고.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떠난 자리까지 아름답다.’

이 벌판 마을에 긴 겨울이 가고 새 봄이 오며는 저 먼 들길 위로 잊고 있던 꿈 같은 아지랭이도 피어오르리라.

햇볕이 좋아 얼었던 대지에 새 풀이 돋으면 이 겨울 바람도, 바람의 설움도 잊혀질까

정태춘 ‘실향가(21년 12월) 중에서

 

김중대 기자 goodp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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