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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공연, <레미제라블> 2011년 대미를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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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공연, <레미제라블> 2011년 대미를 강타!
  • 서영석 기자
  • 승인 2011.12.14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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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연극애호가에게 최고의 선물인 듯 대단한 공연이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중이다. 한국 연극사 100년의 쾌거인 명품 공연 <레미제라블>(빅토르 위고 작, 국민성 각색, 박장렬 연출), 우리 시대에 이런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또 이 작품에 참여한다는 자긍심으로 현실적, 경제적 고민에서 자그마한 위안을 찾는 연극인들도 숱할 것이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1862년 발표한 이 작품은 인간을 비참하게 만드는 요소를 사회에서 추방함으로써 불행한 사람들에게 밝은 빛을 주고 익서을 교화하여 만인에게 행복을 주고자 하는 목적에서 이 작품을 집필했다고 한다.  

프랑스대혁명 직전 조카들의 굶주림 때문에 빵을 훔치다 3년 형의 선고를 받은 장발장, 수감 중에 남은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며 4번의 탈옥을 시도하다 결국 19년 이라는 옥살이를 하는 장발장의 이야기다. 이 공연이 우리에게 와 닿는 부분은 사소한 범법이지만 실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하는 서민들과 수 천억씩을 해먹고도 보석이니 하며 풀려나는 기득권층이라는 우리의 현실과 흡사한 면이 있어서일까?  

공연을 보고 이 공연에 참가했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말로만 ‘우리연극(신극) 100년’이라 떠들며 예산이나 호시탐탐 노리던 분들은 이 공연을 보고 가슴이 뜨끔했으리라. 자신들이 엄청난 예산을 들여 만든 공연들이 이 작품의 발뒤꿈치에도 못 따라오니 말이다.

오현경, 박웅, 문영수, 이승호, 정상철, 이명희, 김용선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최고의 배우들이 만든 무대니 오죽하겠는가? 그 중간 세대를 이어주는 미리엘 주교역의 최병규, 노진우, 차재성 이어 민예닮, 설지인 등 깜찍한 아역배우들의 등장 또한 공연의 신선한 생동감을 불어 넣었다. 

  

 

        

 

세시간이 가까운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수작이었다. 연기 뿐 아니라 무대나 조명은 작품의 품격을 상승시키는 일들 공신으로 손색이 없었다. 특히 말도 안 되는 예산임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장인정신의 발로 훌륭한 무대를 제공한 엄진선 무대디자이너와 무대제작팀에게도 찬사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작품의 핵심은 권력에 대비된 힘 없고 불쌍한 서민들의 삶의 모습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아예 서민들의 억울하고 비참한 삶이 실종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뮤지컬적으로 표출해보려던 연출의 의도도 참신했고 작곡 역시 훌륭했으나 효과는 공연의 주제를 분실해버렸다. 그 어디에도 민초들의 힘든 고뇌의 삶이 보여지지 않았다. 이러한 민초들의 고통은 잠시 배우들의 무거운 돌을 나르는 장면으로 전체를 대변하고 있는데 이 장면 역시 뮤지컬 식으로 노래를 가미하여 그 느낌을 막아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

<레미제라블>은 ‘불행한 사람들’, ‘비참한 사람들’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작품의 전면에 흐르는 기운은 그러한 불쌍하고 비참한 사람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특히 빵 하나 훔쳤다고 19년 이나 감옥생활을 해야했던 장발장의 고뇌와 아픔은 흔적 조차 보이지 않고 2막에서는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사랑행각만 두드러진다.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을 정리하지 못했다라는 공연적 결함에서 씁쓸함이 남는다. 이 작품의 주제가 사라져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너무 원작에 충실하다 보니 2막에서의 장발장의 실종은 아무리 각색이라 할지라도 관객들에게는 생소한 느낌으로 다가왔으리라.

  이 공연의 타이틀은 누가 뭐래도 장발장이다. 장장 3시간이라는 엄청난 용량을 연출이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했음을 보였고 특히 공연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거의 우리의 악극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느슨해져 버린다.

  

 
 

 특히 이 공연이 찬사를 받아 마땅한 점은 터무니 없는 제작예산을 들 수 있다. 배우들은 물론 참가자 모두가 거의 무료출연이라는 사실이다. 그 정점에 예술감독 윤여성(50대연기자그룹대표)와 총기획 이종렬이 있다. 막이 내리면 관객은 배우들과 스탭들, 공연에 관여했던 모든 분들의 노고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다. 물론 그 박수의 가장 큰 몫은 배우들의 것이다. 하지만 이 공연에서 진정으로 박수를 받을 이가 바로 이 작품의 탄생에 가장 크게 기여를 한 예술감독 윤여성(극단 로열씨어터 대표)과 총기획 이종열(주. 드림인터내쇼날 대표)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연극혼과 대학로, 연기자를 사랑하는 지극 정성에서 이 공연이 탄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훌륭한 공연이 예산의 한계로 서울에서만 공연되고 지방애호가들에게 손이 닿지 않는 현실에 국가의 정책적 배려가 아쉽고 국민의 혈세로 방만하게 운영되는 공공예술단들에게는 반성의 계기가 되길 촉구한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런 명퓸 공연이 외국의 작품이었다는 점이다, 우리의 희곡이나 소설은 이에 필적할 만한 작품이 없었을까? 혼자 조용히 도서관을 둘러봐야겠다.

 

서영석 기자 gnjal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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