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6 14:23 (화)
[기고] '망중립성' 흔드는 글로벌 인터넷 공룡들
상태바
[기고] '망중립성' 흔드는 글로벌 인터넷 공룡들
  • 하주용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17.09.25 1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망중립성을 공짜로 오해하지만 핵심은 인터넷 공간의 개방일 뿐 공평한 기준 아래 대가 지불해야
인하대학교 하주용 교수<사진=인하대학교>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명절 때면 으레 대다수 국민들의 관심사는 귀성 또는 귀경길의 교통상황이다. 또 꽉 막힌 일반차로에서 속도를 내는 전용차로의 버스를 보며 추가 통행료를 지불하더라도 전용차로를 이용하고자 할 운전자도 일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된 고속도로에서 대중교통이 아닌 일반 승용차 간의 운행 차별은 옳지 않다.

이와 같은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 이른바 ‘망(網)중립성’이다. 망중립성은 지난 2003년 미국 컬럼비아대의 팀 우 교수가 가장 먼저 내놓았다. 네트워크의 공공성과 인터넷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네트워크 사업자는 인터넷 콘텐츠와 데이터를 전송할 때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골자다. 공공 및 공론의 공간으로써 인터넷은 이러한 비차별의 원칙 아래에서 개방과 혁신이라는 철학을 발판으로 발전해왔다. 더구나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그 역할과 영향력이 더 커질 것임은 자명하다. 특히 사물인터넷(IoT)과 5G의 도입은 결국 트래픽의 폭발적 증가를 가져오게 될 것이고 제공되는 콘텐츠도 고품질화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네트워크 고도화와 투자 확대의 필요성 또한 강조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최근 망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이 자사 인터넷 트래픽 전송경로를 변경해 SK브로드밴드의 망에 과부하를 일으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문제의 핵심은 망중립성 개념을 사업자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리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망중립성은 인터넷 트래픽에 대한 비차별 원칙이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자 간에는 망을 이용함에 있어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쟁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특히 망중립성 개념을 네트워크 사업자의 망을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라고 종종 오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고속도로에 빗대어 말하자면 고속도로 통행료 자체를 징수하지 말라는 뜻과 다르지 않다.

일부 글로벌 인터넷기업들은 네트워크 사업자의 망을 무료로 이용하는 것이 망중립성 원칙에 맞고 자신들의 글로벌 정책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그 정책을 따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글로벌 정책’이 ‘글로벌’하게 적용되기보다는 자신들이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2013년에 프랑스의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오렌지텔레콤의 사장은 “구글이 망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고 실토한 바 있다. 또 2014년 넷플릭스는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인 컴캐스트에 망 대가를 지급하는 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AT&T·버라이즌 등 다른 통신사업자들과도 망 대가 지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넷플릭스는 컴캐스트의 망 대가 요구는 망중립성 위반이라고 비판했으나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망중립성과 무관한 이슈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사례가 말하는 것은 결국 글로벌 인터넷기업의 망이용 대가 정책이 글로벌하게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망중립성은 공짜로 망을 쓰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인터넷 공간은 평등하게 비차별적으로 개방돼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초연결 사회가 도래할수록 연결과 데이터의 비차별은 더욱 중요해진다. 비차별과 평등의 원칙이 유지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참여자가 협력과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이 수립돼야 할 것이다.

고속도로는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된 공공시설이다. 고속도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통행료로 징수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누구는 통행료를 내고 누구는 내지 않고 또는 무조건 공짜로 이용하려고만 한다면 과연 공익을 위한 설비인 고속도로가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편집자 주 : 외부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하주용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kns@kns.tv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HOT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