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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고령친화’ 일까…‘연령친화’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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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고령친화’ 일까…‘연령친화’ 일까?
  • 이재광 기자
  • 승인 2017.11.10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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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광의 ‘고령사회 다시 읽기’
이재광 논설위원

[KNS뉴스통신=이재광 논설위원] 고령화가 심각하다. 무엇보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인류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 하지 않나. 고령사회,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제대로 알고는 있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그 본질을 포착할 수 있는 행간(行間)의 의미를 놓쳤는지도 모른다. '고령사회'의 의미를 되짚어 볼 때다.

영어에 ‘age-friendly’란 단어가 있다. ‘연령(age)’과 ‘친숙한(friendly)’이라는 두 단어가 합쳐진 ‘복합형용사’이다. 뒤에 명사가 붙는다. 도시, 공동체, 상품, 사업, 디자인 등 많은 단어와 어울린다.

한국말로 번역해 보자. 중학생도 ‘age’가 ‘나이’나 ‘연령’으로 번역된다는 것쯤은 안다. 그러니 ‘연령친화’라는 번역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연령친화 도시, 공동체, 제품,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상하다. 네이버에서 단어 ‘연령친화’를 검색해 보라. 잡히는 게 거의 없다. 대신 중간 중간 ‘고령친화’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그럼 ‘고령친화’를 검색해 보자. 엄청 잡힌다. 그리고 놀랍다. ‘고령친화’라는 단어 뒤 괄호 안에 ‘age-friendly’라 쓰여 있는 것 아닌가.

한국에서 ‘age-friendly’는 ‘고령친화’의 개념으로 쓰인다. ‘연령친화’라는 용어는 잘 쓰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생소하다.

‘age-friendly’는 ‘연령친화’일까, ‘고령친화’일까? 아니면 뭘 써도 괜찮은 것일까?

‘age-friendly’는 ‘연령친화’다. 영어로 ‘고령친화’를 나타내는 용어는 따로 있다. ‘elder-friendly’ 또는 ‘senior-friendly’다. 그리고 이 둘은 명백히 다르다. 이들을 구분 없이 쓰면 문제가 생긴다.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연령친화’란 무엇인가? 2010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연령친화도시'를 구축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연령친화세계를 향하여‘라는 프로젝트의 소개 글을 읽어 보자.

‘연령친화세계’는 모든 연령의 사람이 공동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또 모든 사람을, 연령에 상관없이, 존중심을 갖고 대해 주도록 만든다(An age-friendly world enables people od all ages to actively participate in community activities and treats everyone with respect, regardless of their age.)

결국 ‘연령친화’라는 개념은 ‘연령 개념을 초월한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어린아이나 고령자 등 나이가 적거나 많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젊은층도 젊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고령친화’는 그런 점에서 다르다. ‘고령자 중심’이며 ‘고령자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취급’한다. 이건 문제다. 다른 연령층의 반발과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세대 갈등은 물론 사회분열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독일 메르켈 총리가 독일 고령정책에 대한 전 연령층의 참여·연대·화합을 강조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최근 WHO가 주관하는 ‘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했거나 하기를 희망한다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서울시에 이어 정읍시, 수원시, 제주도가 이미 가입을 인증 받았고 세종시나 부천, 평택, 양산시 등이 가입을 추진 또는 희망한다는 뉴스가 전파를 탄다.

그런데 진짜 그들이 가입했거나 하려는 도시 네트워크가 ‘고령친화’인가? 아니다. ‘고령친화’가 아닌 ‘연령친화’이다. WHO 홈페이지에 걸려 있는 정식 명칭도 ‘세계 연령친화도시 네트워크(Global Network of Age-Friendly Cities)’다.

지금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연령친화’일까, ‘고령친화’일까, 뭘 써도 상관없는 것일까? ‘고령친화’라면 왜 WHO는 굳이 ‘연령친화’라는 용어를 쓰는 것일까?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살기 좋은 사회 건설을 위해 도시는 점점 더 ‘연령의 용광로(melting pot)’이 돼야 한다.

WHO에서 주관하는 ‘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의 정식 명칭은 ‘세계 연령친화 도시ㆍ커뮤니티 네트워크(Global Network of Age-Friendly Cities and Communities)’이다. ‘도시’ 뿐 아니라 ‘커뮤니티’도 포함된다는 의미. 약어로 GNAFCC로 불린다.

이재광 기자 imu@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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