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7 23:21 (화)
[이인권의 문화논단] ‘관계’ 중심 사회문화체계 개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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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의 문화논단] ‘관계’ 중심 사회문화체계 개혁이 절실하다
  • 이인권 논설위원단장
  • 승인 2017.10.0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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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패러다임을 '소통'과 '교류'로의 혁신이 미래 선진국의 요체"
△ 이인권 KNS뉴스통신 논설위원단장

중국에는 인맥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형성되는 특유의 ‘관시(關係)’문화가 있다. 사업을 하더라도 관시 곧 관계가 사업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 관시를 통하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쉽게 풀릴 수 있고, 그런 인맥의 연결고리가 없으면 쉬운 일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국이 개혁과 개방을 하면서 이러한 뿌리 깊은 관시문화도 갈수록 퇴색되어가고 있다. 따지고 보면 관시문화라는 것이 중국의 과거 폐쇄 사회주의 속에서 권력자들과 개인적 친분을 쌓아 실리를 획득할 수 있는 구조 속에서 배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세계강국으로 발돋움 하면서 전 근대적 행태의 관시문화로부터 탈피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학연, 지연, 혈연의 관계를 통한 인맥 곧 세속적 표현으로 “빽줄”을 이용해 개인이나 회사의 이익을 취득하는 것이 아직도 널리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 공기업이 행한 직원 공개채용에서 95%가 사회 실력자들의 청탁으로 이루어졌다는 뉴스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공공 분야의 경영자들의 공모는 사전에 내정을 해두고 형식적으로 공채를 하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 되어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체계 속에서도 중국의 관시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빽줄과는 차이점이 있다. 우리사회의 인맥은 조직의 권력자들을 통해 하향식으로 영향을 끼치지만 중국의 관시는 오히려 아래 실무단계의 관계자를 연결해 영향력을 얻어내는 것이다. 사회를 공정하게 이끌어가야 할 중심에 있는 리더들이 부정한 청탁의 중심에 있다는 것은 중국의 관시보다 다 후진적인 폐단이 아닐 수 없다.

한국과는 관계에 대한 성격이 다른 중국에서도 관시문화는 20세기적 구태로 인식되면서 새로운 시대에 부합해 혁신을 해나가고 있는 추세다.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무한 경쟁시대에 우리도 이제는 관계 중심의 사회문화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그러한 빽줄 중시가 결국 국정농단이라는 파국까지 초래하지 않았던가.

중국과의 수교 후 관시문화를 중시하며 중국에 진출했던 한국의 기업들이 속속 철수하고 있다. 이것은 여러 가지 국가 간의 현안문제에서 비롯되는 점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중국의 사회문화체계의 발전에 따른 환경 변화에 기인하기도 한다. 중국이 발 빠르게 세계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가 진정으로 선진화되기 위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보면 21세기의 사회문화체계가 큰 물줄기처럼 선진 가치를 요구하고 있는 데도 그에 부합하지 못하는 20세기적 고정관념과 행동양식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물질의 풍요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갈등과 대립이 지배하고 있다.

서구 선진사회는 ‘소통(communication)'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사회는 앞서 말한 대로 관계에 치중되어 있다. 관계 중심의 사회 구조는 모든 부문에 걸쳐 연고주의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으며, 이는 곧 수식적 사회질서를 고착시켰다.

이러한 사회구도는 선진사회가 추구하는 인간적 평등성과 사회적 균등성을 이룩하는 데 걸림돌이 되어 왔다. 관계 중심의 사회 가치관은 지나친 경쟁심리와 비교의식을 조장하여 우리 사회의 학벌을 위한 사교육, 재산 축적을 위한 투기, 대외 전시적 효과를 위한 허례허식을 부추기도 있다. 또한 정부의 주요 요직 임용 때마다 얽히고설킨 인맥 관계가 쟁점이 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관계보다도 소통과 교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해 나가는 노력이다. 이 패러다임은 국민의 정서나 국가의 정신이 바뀌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사회철학의 기조가 변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물질의 수준이 높아진다 해도 역시 또 다른 기준에서의 갈등과 불화가 우리사회를 짓누르게 될 것이다. 지금 사회적 갈등이 더 커 보이는 것은 21세기의 선진 가치관을 갈망하면서 20세기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의 타성에 젖어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사회정신의 개량은 경제지표처럼 단기간 내에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부침하는 지표와 달리 온전한 사회의 문화체계는 이룩하는 데 오랜 세월에 걸쳐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한번 정착된 선진 시스템은 역사를 통해 영원히 국민성으로 발현되게 된다.

21세기의 메가 트렌드를 관조하는 미래학자들은 한결같이 우리사회가 고수하고 있는 구습의 타파가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이제는 사회가 급속하게 이전 독선적인 수직형태에서 수평적 융합 패턴으로 변하고 있다. 

중국 관시문화의 변화는 바로 시대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미래지향적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시점에 아직도 인맥 관계를 통한 청탁문화가 팽배한 한국사회가 어떻게 이런 퇴행적 적폐를 청산할 지에 따라 선진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인권 논설위원단장 success-ce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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