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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청와대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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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청와대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서한
  • 김정환 기자
  • 승인 2011.11.07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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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김정환 기자]  존경하는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엊그제까지 의사당에서 머리를 맞대고 나라를 걱정하던 대통령 정무 수석비서관 김효재입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에 관해 간곡한 당부 말씀 드리기 위해 펜을 들었습니다. 직접 찾아뵙고 논의 드리는 것이 마땅하겠으나 여건상 그러지 못하는 것이 답답하고 안타까워 서면으로나마 같이 고민하고 스스로를 되돌아보기 위한 것입니다. 

빗자루 들고 방문 나서려는 데 등 뒤에 대고 “마당 청소 좀 하라”고 하면 기분좋아할 사람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이렇게라도 제 심정을 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조급함 때문이기도 합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결정할 선택의 순간입니다.

주장이 난무합니다. 많은 얘기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핵심은 하나일 것입니다. 자유무역 협정으로 인해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농‧어민과 중‧소 상공인 피해 대책은 제대로 되어 있는지 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완벽함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러나 지난 번 여‧야 간에 합의한 협상안에 대해서는 민주당 일부 의원들까지 “그 정도면 정부도 할 만큼은 한 것”이란 평가가 있을 정도로 정부 입장에서는 최선에 최선을 다 했습니다.

국회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표결 처리하는 것을 극력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최근 농-어촌 대책에 관해 거의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정부가 마련한 대책이 그만큼 최선을 다 한 방안이란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전혀 예기치 못한 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명칭조차 생소한 ‘투자자‧국가 소송 제도’(ISD; 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입니다.

전문가의 설명은 한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이 한국의 법이나 정책으로 인해 손해를 보게 되어 소송을 통해 다툼을 벌이려 할 경우에 한국 법정에 의하지 않고 제3의 국제 법정에 호소할 길을 열어두는 제도라고 합니다. 이는 미국에 투자한 한국 자본이 미국의 정책이나 법으로 인해 손해를 보게 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규정입니다.

그런데 이 규정이 우리 사법 주권을 미국에게 넘겨주는 것이라는,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주장을 일부 인사들이 하기 시작하면서 FTA가 반미 선동의 도구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인사나 세력은 애초에 미국과의 자유로운 무역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한‧EU FTA 체결 때는 물론 그간 세계 80여 개국과 투자협정을 맺을 때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다가 이번에 갑자기 무슨 큰일이나 난 듯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데에서도 그들의 진짜 공격 목표가 ‘ISD’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김황식 총리께서 “ISD가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제 사회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타당하고 적절한 표현입니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가 모든 국제사회 구성원들이 만들고 또 지키기로 약속한 제도를 문제라고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 시장을 지킬 수 있을까요.

ISD 문제는 한나라당의 정체성과도 직결된 문제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한국은 통상국가입니다. 북한의 오늘과 한국의 오늘을 다르게 한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단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문호의 개방 여부를 들겠습니다.

우리끼리를 외치며 철저하게 문을 걸어 닫은 김일성의 선택과 수출만이 살 길이라며 5대양 6대주로 젊은이들을 내보내고 세계의 모든 나라를 향해 문을 활짝 연 朴正熙 대통령의 선택이 분단 반세기를 갓 넘긴 오늘날 남과 북의 차이를 만들어 낸 결정적인 요인입니다.

한나라당은 우여곡절과 약간의 변형은 있었지만 정치적 민주주의, 경제적 자본주의, 자유로운 무역, 시장의 존중을 면면히 이어 받은 정통 보수 정당입니다. 청와대 근무를 하느라 탈당을 하긴 했지만, 저는 그 일원이었던 사실을 늘 자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자유 무역과 투자 보장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ISD는 타협이나 협상의 대상이 아닌 우리가 지켜야 할 價値인 것입니다.

價値는 타협으로 변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이 제 믿음입니다. 있으면 있는 것이고 없으면 없는 것입니다. 싸워 획득하는 것이고 온 힘을 다해 지키는 것입니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 형님, 누님 세대는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쳤고 우리는 그 토대 위에서 오늘의 풍요와 번영을 이룬 것입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지난 주말 FTA 반대시위에서 있었던 일에 관한 오늘 아침 조간신문의 보도를 모두 보아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FTA 비준하면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가 된다”(민변 소속 변호사)
“의료 민영화가 되고 나면 맹장 수술비가 900만원이 된다.”(양천구에 사는 30대 주부)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주장을 떠올리게 하는 말들입니다.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대한문 앞 집회에  1500 쪽이나 되는 FTA 협정문을 들고 나와 흔들면서 “FTA가 처리되면 (이 협정문이) 사실상 경제 헌법이 된다. 협정문 속 내용과 상충되는 국내법은 모조리 불법이 되는 것”이란 주장을 했다고 보도 되었습니다.   

80년대 초 암울했던 시절, 소속 회사는 달랐지만 정 최고위원과 기자 생활을 같이 했던 저는 정 최고위원 스스로도 이 말이 그가 찾고 있던 사실도 아니고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진실도 아니란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여기 모인 촛불, 총선‧대선까지 같이 가자”는 선동이 그가 추구하는 목표라고는 차마 믿고 싶지 않습니다. 

혹자는 이들의 주장이 엉터리란 것을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고 따라서 시간은 우리 편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우리는 2008년 광우병 사태에서 거짓이 어떻게 진실을 압도하는지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더 이상 한 순간도 지체할 수 없는 순간이 다가 온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우리 후손들의 앞날이 결정됩니다. 세상을 향해 활짝 문을 연 개방 국가로 갈 것인지, 국제사회에서 동떨어진 외톨이로 남을 것인지, 오늘 우리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한나라당 168명 의원님들의 손에 나라의 미래가 걸려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내일이 걸려 있습니다.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신속한 비준을 다시 한 번 간곡하게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1년 11월 7일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 김 효 재
 

김정환 기자 knews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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