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염태영 수원시장 '3선 고지' 따논 당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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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염태영 수원시장 '3선 고지' 따논 당상?
  • 최윤희 기자
  • 승인 2017.06.26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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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 경기본사=최윤희 기자]

염태영 수원시장이 재선 시장의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내리 3선 도전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역 최초 3선 시장 도전이다. 염 시장의 당락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들이 부쩍 눈에 띈다. 하지만 그의 3선 도전에 대한 대중들의 보편적 기호는 '한번 더' 보다는 거부감 쪽으로 기운다. 수원 시민들이 생각하는 염 시장에 대한 존재감은 아직도 여전히 "특별히 못한 것도 없지만 특별히 잘한 것도 없다"는 평가에 안주해 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권력 향배에 민감한 공직사회에서 바라본 염 시장의 3선 도전 역시 평가절하되고 있을까. 염 시장에게 주어졌던 7년. 2555일의 여정에서 그가 집권했던 수원시는 얼마나 많이 달라졌을까. 그는 다행히 재임 기간 부진한 성적만 내진 않았다.

임기 중 수원시 숙원사업의 물꼬가 잇따라 트였다. 화성시와의 갈등이 표면화됐지만 '수원 군공항 이전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밑그림을 그렸던 수원컨벤션센터도 지난해 9월 첫 삽을 떴다. '2013 생태교통 페스티벌'을 통해 환경수도로서 수원의 위상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2014년 '수원고등법원 설치 관련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전국에서 6번째로 고등법원을 유치한 도시로 등극했다.

염 시장은 또 최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는 유일하게 일자리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됐다. 문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인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과 맞닿아 있는 '수원지역 일자리 17만개 창출'이란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올인 전략'을 세우며 한껏 주가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과거로 한참 거슬러 올라가면 그와 반대되는 이슈와 맞닥뜨린다. 초심자 염태영에게는 그의 성공스토리를 미리 예견케 할만큼 호언장담했던 원칙들이 존재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거 염 시장이 장담했던 '측근·보은 인사 척결'은 우리의 열망과는 달리 한낱 선거구호로 그치고 말았다.

염 시장은 2010년 7월 민선5기 수원시장 당선을 전후해 한두 차례 특정 언론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서 그는 "측근, 연고, 정실, 학연 인사를 근절해 가신그룹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예측가능한 인사시스템을 가동하겠다"고 명시적 약속을 했다. 한 술 더 떠 "선거과정에서 열심히 일한 인물일수록 그 사람과 멀리하고 기존 공무원 틀 안에서 균형적 인사를 단행해 공무원들의 사기가 저하되는 것을 막겠다"고 단언했다.

만성 인사적체로 신음하던 수원시 공무원들은 염시장의 그런 소신 발언에 박수와 갈채를 보냈다. 수원시 공직사회는 논공행상을 배척해 시정발전을 이끌겠다는 염 시장에게 더없는 신뢰를 보탰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 기존 정치인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구태가 보여졌다. 선거판을 휘젓던 공신들이 본청과 주요 산하기관·단체에 줄줄이 배치됐다. 충성심에 가려진 외부인사들의 능력과 전문성은 베일에 가려져 눈에 띌 만한 어떠한 성과도 나오지 않았다.

수원시체육회, 수원장안구민회관, 수원문화재단, 수원시청소년문화센터,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수원문화원, 수원사랑장학재단, 수원시정연구원,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수원시종합자원봉사센터, 수원시지역사회복지협의체, 수원시마을르네상스센터 등이 측근들을 돌려막기 식으로 배치하는 '낙하산', '회전문' 인사의 거수기 역할을 떠안았다. 전문성과 관련 없는 인물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주요 산하기관과 출연기관의 요직을 두루 점령했다.

정치인들이 지닌 매너리즘의 폐해 중 비선 권력의 횡행은 조직에서 가장 심각한 병폐를 낳는다. 소위 이들 '관피아' 가운데 특정인은 이미 수원시 공무원 인사에 깊숙히 개입하고 있다는 설(說)이 파다하다. 이를 입증하는 증거다. 시장 측근에 줄을 서는 공무원들도 문제지만 공무원 조직에 비선 권력들이 활보하며 공무원 인사권까지 입김이 작용한다면 그 공직사회의 앞날은 볼장 다 본 것이다.

본청에도 5명의 일반직 임기제공무원들이 보직을 맡고 있다. 이들 가운데 7급 별정직 2명은 지난 지방선거때 사표를 내고 자리를 떠났었다. 선거운동 캠프의 핵심 참모진으로 원위치됐다. 염 시장은 압도적인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이들은 '왕의 귀환'과 함께 6급 계급장을 어깨에 달고 기다렸다는 듯이 당당히 본청에 재입성했다. 이들 중 소수는 직접 이름까지 거론되며 7월 정기인사 시 5급 승진설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7년만에 7급에서 5급은 초고속 승진 케이스다. 일반행정직의 경우 7급에서 6급으로 한계단 올라가는 데 걸리는 평균 연수는 10년이다.

염시장의 입장에서는 치열한 권력투쟁으로 시장에 당선된 후 일등공신들에 대해 논공행상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고 싶었을 것이다. 승자독식의 전쟁에서 같이 살아남은 일등공신들에게 논공행상의 혜택을 누리도록 해주는 것은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이자 엽관제(獵官制)의 오랜 역사의 산물이다. 때문에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통치력이 제대로 힘을 받을 수 없다는 명분도 어느 정도 공감한다. 제대로 된 외부인사 영입은 복지부동하고 무사안일주의가 만연한 공직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다. '철밥통' 공공기관을 혁파하는 밀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논공행상도 능력본위의 인사원칙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논공행상은 양날의 칼이다. 잘못하면 그 칼날에 자신이 베일 수도 있다. 단체장 고유권한인 임명직공무원에 대한 인사권도 공직의 엄중함과 공정성을 담보로 해야 한다. 지역 산하기관 및 단체는 선거를 도운 일등공신들에게 단체장이 제멋대로 정치색을 씌워 보은인사를 하는 곳이 아니다. 시민의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현 위치에서 누구보다 3선 고지를 향한 가시거리가 잘 보이는 사람은 염 시장 일 것이다. 하지만 등잔밑이 더 어두운 법이다. '현애늑마(懸崖勒馬)'란 말이 있다. 험한 낭떠러지에 이르러서야 말고삐를 죈다는 뜻이다. 귀를 열고 현상을 똑바로 볼 필요가 있다. 고삐 풀린 측근들 문단속부터 해야 한다. 정치인들에게는 작은 것 하나가 때론 결정적일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지방선거까지 1년 남짓 남았다. 현재로서는 전방위적인 인지도를 바탕으로 염 시장이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선거공학상 3선은 누가봐도 풀기 힘든 고차방정식이다.

120만 수원시민은 그동안 역대 어떤 권력에게도 12년간의 장기집권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때 대세였던 염태영 시장과 측근 주변인사들은 3선 시장 달성을 '따논 당상'처럼 행동해서는 안된다. 수원시 3000여 공직자들이 염 시장 '측근 인사'에 대한 불만을 숨기고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오늘의 불만은 어제의 씨앗이다.

최윤희 기자 cyh6614@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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