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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後] 소래포구 어시장 화재사고 ‘그 이후’…화마(火魔)보다 더 무서운 구청과의 마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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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後] 소래포구 어시장 화재사고 ‘그 이후’…화마(火魔)보다 더 무서운 구청과의 마찰
  • 최도범 기자
  • 승인 2017.05.02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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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을 두 번 울리는 남동구청의 불법건축물 단속
국가 어항 지정의 개발 계획 ‘허와 실’
소래포구 어시장 화재로 잿더미가 된 재래어시장 광경. <사진=최도범 기자>
화재 이후 임시 개장한 소래포구 어시장 전경. <사진=최도범 기자>

[KNS뉴스통신=최도범·권오현 기자] 지난 3월 18일 오전 2시경 인천 소래 어시장 좌판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 4시간 동안 220여개의 좌판 점포를 태우고 소방서 추산 총 6억5000만원의 재산 피해를 몰고 온 화마. ‘소래포구 화재사건’.

이 화재 사건으로 인해 소래 좌판 어시장은 전소한 가운데 200여 명의 생활터전을 잿더미로 만들었으나 그나마 다행히도 국토부와 해수부의 발빠른 입장 정리로 소래 포구를 국가어항으로 지정하게 됐다.

이는 현재 좌판 어시장이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신축이 불가능한 상태로 국가어항 지정은 이를 풀고 개발이 가능해진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정상적인 절차로 지난 4월 19일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소래포구 어시장 일대 그린벨트 4611㎡ 지역을 해제하는 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이 또한 순탄한 길은 아니다.

국가 어항지정에 따라 남동구는 지구단위계획을 세우고 이를 토대로 어시장 대체 부지에 재래 어시장을 옮긴 다음 시장 재개발을 진행해야 오픈이 가능하다. 이 기간이 빨라야 오는 2020년 건축에 들어가 2023년에야 끝난다는 것이 관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임시 개장한 좌판대 바닥에 배수로가 없어 물기가 가득해 안전사고가 의심된다. <사진=최도범 기자>

이 경우 소래포구가 과연 그때까지 관광지로의 역할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지난 3월 18일 발생한 화재로 인해 소래 포구는 휴업 상태로 들어갔다.

어시장 입구 건어물 상인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이후 지난 금요일 소래어시장 개장한다는 소식이 있기까지 한 달 동안 손님 그림자를 찾기 어려웠다”며 “어제부터(22일) 시작해 오늘까지 손님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하고는 “기자양반! 어시장 살아났다고 잘 써주소”라고 신신 당부를 한다.

이 곳 어시장은 시장 입구의 건어물 상회도 중요하고 인근 주변의 횟집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곳은 어부들이 시작한 무허가 포구 재래 어시장으로 그 명성이 70여년을 이어온 전통 어시장이기에 이들이 없는 어시장은 이미 기능을 상실한 것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어시장이 화마의 발굽아래 3차례나 짓밟혀 전부를 삼켜 버렸어도 상인들은 다시 일어서며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상인들을 두 번 울리는 남동구청의 불법건축물 단속

지난 4월 22일부터 장사를 재개한 소래 어시장에는 예전의 포장 건축물은 없어지고 새로이 붉은 파라솔과 바닷물을 퍼 올린 붉은 프라스틱 용기들이 생선과 꽃게들을 담아 놓고는 손님을 부르는 사이사이 혹여 죽을까 바쁜 손길이 오고 간다.

화마로 불탄 포장과 구조물은 모두 치워진 자리에는 새로이 바닥을 시멘트로 바르고 그 위에 좌판이 다시 자리를 잡게 된 것.

하지만 이 내용 뒤에도 사연이 자리하고 있다. 해당 구청이 지난 화재 이후로 포장과 구조물을 불법 건축물로 보고 영업 허가를 주지 않겠다고 나서며 불법영업을 단속하고 나선 것이다.

예전 좌판대를 지나가던 배수로는 메워진 가운데 하수 구멍만이 예전의 영화를 기억하고 있다. <사진=최도범 기자>

이번 단속과 관련해 지난 4월 14일 장석현 남동구청장은 직접 기자회견에 나와 “이동식 좌판 임시영업을 제외하고는 좌판 영업 허가는 없으며 임시좌판에 전기와 물 공급은 없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화재 발생의 원인을 밝힌 자리에서 재난안전 본부가 “시장을 빠른 시간 안에 복구해 장사를 할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한 약속과 “시장에 소방 차량이 지나도록 구조적 안전 장치를 하겠다”는 주장과는 대치되는 내용이다.

또, 소래 영업과 관련해 해당 구청 관계자는 “고정시설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며 물과 전기는 화재를 불러 올수 있어 공급하지 않는다”며 “이동할 수 있는 파라솔이나 양동이 등은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상수도와 전기 공급을 막을 경우 위생은 어떻게 담보할 수 있냐”는 기자 질문에 “위생은 해당 부서에서 단속할 것으로 상인들의 몫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한국자산관리공단 토지에 이용료를 합법적으로 내는 상인들로서는 전기와 상수도 공급을 막는 것은 생물을 다루는 영업장에서는 치명적인 것으로 구청의 주장이 청천병력이며, 또 하나의 인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상인들은 구청의 요구에 따라 전기와 상수도 공급 시설 없이 해지는 시간까지 장사를 약속하고 고정 시설물 없이 이동식 용기와 파라솔로 임시 좌판을 깔아 영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기존 시장 시설에는 배수 시설이 갖춰져 있었지만 현재는 바닥에 배수 실설이 없어 동절기 장사는 불가능한 상태로 임시 좌판을 허가한 구청이 피해 상인들에게 오는 2020년까지 어떻게 임시 영업을 하라는 것이며 이곳을 찾는 관광객에 대한 안전과 위생에 대한 배려는 없다는 사실이다.

현대화 어시장의 저녁시간에 식당가를 제외하고는 활발하게 움직여야할 어시장들이 군데군데 이빨이 빠져 있다. <사진=최도범 기자>

이 부분에 대해서 구 관계자는 “영업이 불법인 상태에서 배수시설을 만드는 것은 불법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관광객의 위생과 겨울철 안전에 대해서도 상인들의 몫”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구는 소래 어시장의 위생에 대해서 이제부터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결국 이날(4월 23일) 찾은 소래 어시장에는 물공급이 없는 관계로 활어(생물) 장사 좌판 이곳저곳이 비어 있었다. 과연 활어장사가 빠진 어시장에 얼마만큼의 관광객이 찾을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더욱이 이러한 열악한 조건을 넘어서 영업이 진행된다 치더라도 어시장 건축으로 상인들이 대체 부지로 이전하는 몇 년 동안에 현재의 조건을 잃은 소래가 얼마나 더 관광 포구로의 명성을 이어갈지는 예견하기 힘들다.

국가 어항 지정의 개발 계획 ‘허와 실’

남동구청은 소래 어시장 현재의 자리에 지상 2층의 현대식 시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물론 국가어항 지정으로 해제된 개발제한 구역인 재래시장에 현대화 사업 건축은 당연한 생각이다.

하지만 이번 화재로 어시장만 전소하고 나서 건어물이나 횟집 등은 정상 영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매출은 미비했으나 어시장이 임시 영업한다는 소식에 만원을 이루는 현상을 통해 볼 때 소래가 가지고 있는 역사성과 그동안 소래 상인들에 대한 주변의 생각에 대해서도 점검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예전에 소래 포구 어시장의 현대화를 위해 수인선을 개발하며 소래종합어시장을 만들어 상인들을 이주시키려 했으나 관광객들의 향수와 상인들의 외면으로 다시 그 자리에 재래좌판이 열리게 된 사례가 있다.

이 외에 경기도 시흥시 월곳의 경우에는 소래 포구 맞은편에 월곶신도시를 만들며 월곶 종합어시장을 준비해 소래 시장의 상인을 유치하는 등 온갖 노력을 통해 소래포구 명성을 가져가려 했으나 이 또한 현대화의 좋은 조건에서도 불구하고 실패하며 지금의 소래가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소래 포구 재래 어시장을 현대화하고자 만든 소래종합어시장 전경. <사진=최도범 기자>

소래는 1930년 일제강점기에 일제의 천일염 수탈을 위해 만들어진 수인선 철도의 인부들과 염전의 인부를 실어 나르는 1척의 나룻배의 정박으로부터 시작됐다.

이곳에 1937년 협궤열차가 다니는 수인선이 개통되며 마을의 터전이 갖춰지고 이후 현대화로 지친 도시인에게 수도권지역에서 자가용으로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 어촌, 그리고 수도권 인근에서 포구에 어민들로 시작한 상인들에 의해 직거래가 이뤄지는 유일한 어시장이 바로 소래포구였다.

지금 소래는 강화와 더불어 관광지로 평가 받지만 당시에 관광지이기에 앞서 작은 어촌에 포구로 도시인의 막힌 가슴을 열어주고 고향의 온정을 느끼게 하며 서해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재래포구로 기억되고 있었다.

바닷가에서 싱싱한 해물과 횟감으로 잠시나마 현실을 부정하는 여유로움이 바로 소래가 주는 낭만이자 힐링인 것이다.

이번 소래포구의 재건에 대해 도시개발 전문가는 통화에서 “이번 화재로 현대화를 주도함에 있어 소래의 역사적 사실과 위생 그리고 관광 환경 등의 다양한 조건들이 갖춰지지 않을 경우 관광객의 외면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라며 “서울 노량진 어시장의 경우 신 건축물로 상인들을 유치하며 발생한 마찰 또한 상인들의 의견이 배제된 일방적인 구청과 수협의 행정이었다는 점을 거울삼아 남동구청은 상인들과 관광객들의 입장을 충분히 받아들여 인천 관광지의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라고 주문했다.

한편, 남동구청은 4월 21일 소래포구의 종합적 발전을 위한 각 분야별 소래포구 살리기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구청은 ‘소래포구 살리기 추진’ 체계를 구축, 유병윤 부구청장을 반장으로 홍보지원반과 행정지원반, 상거래질서 확립반, 불법시설물 정비단속반, 안전관리반, 사업추진단 등 6개 대책반을 편성 운영해 소래포구에서 발생한 대형화재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안전 이미지를 심는다는 계획이다.

소래포구를 찾은 관광객들의 회 한 접시. <사진=최도범 기자>

최도범 기자 h21y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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