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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론 ] 이러려고 청문회 하나? 국민은 자괴감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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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론 ] 이러려고 청문회 하나? 국민은 자괴감에 빠진다
  • 최충웅 편집인
  • 승인 2016.12.2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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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충 웅 

KNS뉴스통신 편집인 사장

지금 국정조사 청문회가 '사전에 위증을 모의' 했다는 의혹으로 일파만파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핵심 자료인 태블릿PC에 대해 사전 입 맞추기로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면 엄청난 파문이 예상된다. 더구나 국조특위 여당위원이 국민을 속이려 했다면 죄질이 아주 나쁜 범죄행위다.

야3당은 여당 국조특위 해당 위원의 교체를 요구했다. 관련 의혹이 불거진 것만으로도 ‘제척사유’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러다 청문위원이 진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청문위원의 진실을 밝히는 청문회가 되지 않을까 모를 일이다.

청문회가 시작되는 첫날부터 막말과 엉뚱한 질문들은 국민을 실망케 하는 청문회로 전락했다. 여야 의원들의 수준 낮은 수치스러운 민낯을 드러내어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한심하다 못해 역겨워하고 있다.

전 국민이 TV로 지켜보는 청문회에서 '삥 뜯어'와 '꼽사리' 같은 비속어와 저속어를 내 뱉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는 증인을 향해 "당신은 죽어서 천당 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악담에다 "잔머리 굴리지 마라" "그런 능력으로 어떻게 대기업을 운영하느냐? 차라리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라"는 폭언은 무례하고 비열한 막말로 스스로의 인격을 짓밟는 언동이 아닐 수 없다.

청문회의 목적이 엄중하고 예리한 지적으로 의혹을 가려내는 자리이긴 하지만 무례하게 윽박지르기로 군림하고 제압해서 증인을 위협해도 된다는 것은 더욱 아니다.

연로한 증인들을 앞에 놓고 "전경련 해체에 반대하는 분들 손들어 보라", ”촛불집회에 나가보신 분은 손을 들어보라“ 어쩌면 선생님이 교실에서 아이들을 향해 고함치는 행태다. 심지어 기업주의 나이를 따지는 엉뚱한 과시용 질문과 고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문제는 청문회 본질에서 벗어나고 초점을 흐리는 질문과 얼토당토 않는 훈시와 호통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청문회를 보노라면 자괴감마저 든다. 국조 특별조사위 청문회라면 송곳 같은 짧고 예리한 질문으로 증인들이 감추려는 핵심을 실토케 하고 비리를 가려내야 하는 자리다. 차가운 가슴으로 대비하고 전광석화처럼 증인의 실언을 포착하고 전문지식으로 분석해서 정곡을 찌르는 임기웅변이 능한 의원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번 청문회서 가장 가관인 것은 젊은 여성인 장시호 증인과의 질의는 도저히 보기 민망하고 역겨운 장면이다. 의원이 "제가 미우시죠?" 인간적으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라고 위로의 말투에 "괜찮습니다"하자 "개인적으로 저를 미워하지 마십시오."하니까 증인은 "꼭 뵙고 싶었습니다."

눈감고 들으면 남녀 둘이 호젓한 장소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착각이 들 지경이다. 이 장면에 흥분한 네티즌들의 비호같은 비난의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또 다른 의원은 “장시호 증인 결혼 언제 했어요? 결혼기념일 몰라요?”등 청문회 본질과는 전혀 생뚱맞은 사생활을 들춰내기까지 했다.

시중에 회자되고 있는 ‘염라대왕도 부러워하는 국회의원 특권’이 200 가지가 넘는다. 그렇게 많은 특권과 혜택을 누리는 만큼 책임과 의무도 매우 크다. 가장 큰 의무는 그들이 대표하고 섬기는 국민의 신망을 저버리지 않는 일이다. 행동과 언어에 모범이 돼야 하고, 전문성 도덕성과 품위를 지녀야 한다.

매번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일부 의원은 장관들을 향해 아이들을 꾸짓듯이 삿대질에 고성과 폭언을 내 뱉는게 다반사다. 정부의 잘못을 예리하게 지적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이 뽑을 때 막무가내로 폭언과 무례함을 마구 행사하라는 권한을 그들에게 주지 않았다.

의혹을 밝혀내는 것이 청문회 목적이다. 어느 정도 정상은 참작이 되지만, 무례한 언동은 논리적이고 날카로운 지적과는 엄연히 다른 이치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인격에 손상을 입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증인을 위협하거나 겁박해도 된다는 뜻은 더욱 아니다.

국정조사 청문회는 쟁점현안의 사실과 진상규명에 초점을 두고 진실규명이 기본가치이다. 국회의원은 적어도 국민의 수준은 따라가야 한다.

 

최 충 웅(崔 忠 雄) 언론학 박사

(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 위원장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전) KBS 예능국장, 총국장, 편성실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언론중재위원

방송위원회 심의위원장

최충웅 편집인 choongw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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