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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개 치는 부실 정비업체, 연일 깜빡이는 ‘적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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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개 치는 부실 정비업체, 연일 깜빡이는 ‘적색경보’
  • 박재필 기자
  • 승인 2016.09.09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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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 개입 위한 청탁 ‘비일비재’ 거절하면 사업 훼방… 업계, 퇴출 촉구
▲ 일부 부실 정비업체들의 이권 개입으로 피해 사례가 속출하면서 주의를 당부하는 업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KNS뉴스통신= 박재필 기자] 서울시가 부실 정비업체를 퇴출하겠다고 했던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비업체들의 ‘이권 개입’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면서 이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매년 실태 조사를 통해 부실 정비업체를 퇴출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부 이권 개입 업체들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어 일선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강남 재건축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비업체 156개 사에 대해 서울시는 재점검을 실시하겠다고 최근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점검 내용은 일정액 이상의 자본금 유지(법인 5억 원, 개인 10억 원 이상) 및 전문 기술 인력의 충분한 확보 여부(상근 인력 5인 이상)이며 이는 정비업체가 시ㆍ도지사에게 등록을 하기 위한 기준인 동시에 정비사업을 원활히 이끌어 가는 데 필수적인 사항이다.

한국주택문화연구원 위준복 기획2실장은 “서류 위주의 점검이 이뤄지다 보니 자격증을 대여하는 등 불법이 자행되고, 부실 정비업체 등이 서류를 맞추는 데만 신경을 써 눈속임이 자행되고 있다”면서 “또한 시공자 선정을 앞두고 이권에 개입하려는 사례도 늘고 있다. 건설사 측에 노골적으로 철거권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 조합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대형 건설사 부장은 “철거권을 요구하는 일부 업체에 대한 소문은 이미 건설사들 사이에 널리 퍼진 얘기”라며 “부실 정비업체 퇴출은 공정 경쟁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선결돼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시공자 선정 앞두고 총회 대행 요구, 철거권 얻기 위한 포석?… 청탁 거부하면 ‘조합 흔들기’ 지원 사격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권 개입의 시작은 ‘총회 대행’에서 비롯된다. 일부 부실 업체들이 시공자 선정을 앞두고 조합에 ‘총회 대행’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최근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고 덩달아 강남 재건축시장도 활황세를 보이자 이러한 이권 개입 정황도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서울 강남구 A조합 B조합장은 “정비업체로부터 총회 대행업체로 선정해 달라는 청탁을 받은 사실이 있다. 한 번은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건설사 관계자들을 데리고 와 노골적으로 도와 달라고 읍소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청탁을 거부하면 업체가 뒤에서 조합원들을 사주해 집행부를 흔드는 정황도 포착됐다. B조합장은 “(청탁을 거부한 후) 일부 비대위 조합원들이 결집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시공자선정총회를 앞두고 임원 해임 총회를 3차례나 여는 등 사업에 훼방을 놓았다”면서 “이때 시작된 분쟁은 법정으로 번져 현재까지 사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다행히 다수 소송에서 조합이 승소했고 조합장 직무대행 체제로 시공 본계약까지 마무리했다. 분양신청률도 95%나 됐다. 조합장 해임 총회에 대한 본안 소송 결과도 이달 중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일부 비대위의 소송당사자들이 불리함을 느끼고 소송을 포기하면서 조합장 복귀가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일련의 사태를 접하면서 가장 울화가 치미는 것은 해임 총회를 조합이 과거 선정한 정비업체가 지원했다는 것이다. 사업이 지연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일부 비대위 조합원들이기는 하지만 그 뒤에 우리가 뽑은 정비업체가 있다는 게 한탄스럽다. 시공자선정총회를 앞두고 총회 대행 청탁을 거절하면서 관계가 소원해졌는데 결국 서로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 것 같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정비업체가 건설사들에게 철거권을 요구했다는 얘기를 듣고 경악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뿐만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조합 흔들기’는 ‘애교’에 불과하다.

1~2년 전 한 현장은 치열한 경쟁 끝에 C사를 시공자로 선정하고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가계약 협상을 앞두고 난항을 겪게 됐다. 협상단을 꾸려 수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8개월이 넘게 계약은 진행되지 않았다. 분담금이 증가할 수 있는 내용들이 계약서에 포함되면서 협상단 및 조합 집행부에서 문제를 제기, 협상이 차일피일 미뤄졌기 때문이다.

당시 D조합에는 H이사를 비롯해 ‘3인방’이라 불리는 이사들이 협상단을 이끌고 있었는데 이들은 소식지를 발행해 가며 시공자와 치열한 공방전을 이어 갔다.

이런 상황에서 J사(정비업체) 대표와 C건설사 부장은 솔깃한 제안을 했다고 한다. H이사는 “건설사 부장과 정비업체 대표가 찾아와 ‘조합장을 해임시켜줄 테니 협상단이 앞장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 달라. 번번이 방해가 되고 있는 조합장을 해임시키면 사업이 빨리 진행될 수 있다. 어차피 사업비를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빠른 사업 진행이 이익이 될 수 있다’고 회유했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C사 부장이 E현장 설계업체 부사장에게 조합장만 물러나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 같다고 말한 게 조합원들에게 알려지면서 현장은 발칵 뒤집어졌다.

이와 관련해 한국주택문화연구원 노우창 기획1실장은 “일부 정비업체의 이권 개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건설사와 한편이 돼 조합 임원들을 이간질시키고 해임 총회를 직간접적으로 돕는 일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업체들의 잘못된 행위로 인해 건전한 다수 업체들까지 욕을 먹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여기에 당시 C사 부장과 J사 대표가 H이사 등 3인에게 정비업체가 가계약 체결에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청탁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최근 이곳의 조합장이 해임됐다는 점이다. 소송이 진행되고 있지만 관리처분 단계에서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시공자선정총회가 끝난 뒤 약 6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서 조합 임원 선거가 치러졌다. 당시 조합장만 연임에 성공했고 C사를 지지했던 이사들이 대거 선출되면서 이사의 90%가 바뀌게 됐다. 이후 조합장과 이사들 사이에 다툼은 시작됐고 결국 조합장 해임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구역 안팎에서 건설사와 정비업체, 일부 조합 이사들의 ‘결탁설’이 돌고 있다. 조합장 자리를 원하는 일부 이사들을 부추겨 자신들의 말을 잘 듣는 조합장을 세우기 위한 업체들의 장난질에 결국 조합원들만 피멍이 들고 있다. 해임 총회가 전국에서 빈번이 개최되는 것도 결국 이런 업체들의 이권 개입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덕적 해이’ 심각… 일부 정비업체, 입찰 앞두고 내부 정보 흘리고 대가 챙겨

일부이기는 하나 정비업체의 도덕적 일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공자 입찰 과정에서 조합 내부 정보를 흘린 정비업체 대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1~2년 전 강남의 F 재건축 구역에서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졌다. 3개 사가 입찰에 참여하면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것. 하지만 금품 수수 및 향응 제공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찰 조사가 진행됐고, 이후 ‘의혹’에 그치면서 유관 언론 등 업계에서는 ‘용두사미’로 사건이 끝났다고 봤고 그렇게 사건이 정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이곳 시공자 선정 당시 J사(정비업체) 대표가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 중 일부 담당 임원들에게 수시로 조합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을 문자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한 건설사 임원은 “당시 주고받은 문자를 삭제해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대안설계와 관련해 조합에서 설계업체와 정비업체에게 질의를 했고 답변을 보내 달라고 했는데, 그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시 공문을 발송하라고 조합에서 지시를 했던 일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빨리 대응하라고 J사 대표가 문자를 보내준 적이 있는데, 이와 함께 해당 자치구에서 보내준 공문들도 사진으로 찍어 보내줬다. 그래서 J사 대표를 신뢰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경쟁사에게도 같은 문자를 보낸 것을 후에 알게 돼 어이가 없었다. 공정 경쟁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문자를 받은 것도 잘못은 잘못”이라고 고백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정비업체들은 특정 현장의 시공자 선정을 앞두고 (건설사로부터) 자금을 대여 받고 (그들의) 정보원 역할을 하면서 다른 현장을 소개 받기도 한다”며 “결국 모든 피해는 조합원들이 본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자금력이 있고 탄탄한 정비업체를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업계 한쪽에서는 이권 개입 정황이 포착된 현장들에 대해 관할 지자체 등이 나서 조사를 벌이고 필요에 따라 수사 당국이 개입해서라도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각 지자체에 등록된 정비업체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여 부실 업체를 솎아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이렇게 비리를 저질러 퇴출된 업체에 대해서는 다시는 업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의 이 같은 목소리에 지자체와 당국이 귀를 기울여 일선 재개발ㆍ재건축 현장이 보다 투명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재필 기자 pjp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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