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자쌤의 공감대화] “엄마, 나 이제 뭐해?”…명령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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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쌤의 공감대화] “엄마, 나 이제 뭐해?”…명령은 이제 그만!
  • 서혜정 기자
  • 승인 2016.08.25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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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명령에 익숙한 아이들, 질문으로 공감 소통을

공감대화는 명령하기보다 질문하기를 권장한다. 명령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것에 익숙해진 아이는 자력(自力)이 없이 자라게 된다. 자력이 없이 자존감을 쌓아가며 자라기는 어렵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우러나 뭔가 하기 전에 아이를 몰아갈 때가 많다. "이게 무슨 글자야?"라는 질문이 나오기 전에 한글을 가르치기도 한다.

어떤 초등학생이 엄마가 하라는 것을 다 한 후에 "엄마, 나 이제 뭐해?"라고 물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스스로 할 일을 생각해 하는 힘이 없이, 줄에 매달린 꼭두각시 인형처럼 엄마의 명령에 맞추어 움직이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부모의 명령이 시작된다. 일어나라, 씻어라, 옷 입어라, 밥 먹어라, 학교 가라, 숙제해라, 치워라, 정리해라, 얼른 자라… 등의 명령에 부모도 아이도 익숙하다.

명령은 '그 말에 따를 것인가? 아닌가?'만 생각하게 한다. 대답은 “네, 아니오”로 할 수 있다. 하지만, 명령하지 않고 질문을 한다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고, 그에 따른 다양한 답을 말할 수 있다. 이렇게 계속 질문을 받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다 보면 자연스레 아이의 사고력도 신장될 것이다.

'명령하지 않고 말할 수 있나?' 하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열심히 강의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 두 명이 따들어서 수업에 방해가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에, 선생님은 “야, 시끄러워!” 혹은 “조용히 해!”라고 명령할 수도 있다. 크게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학생들은 깜짝 놀랄 것이다. 우리가 이야기한 것이 시끄러웠나 생각하면서, 남의 말이 시끄러울 때는 ‘저렇게 말하는 것이로구나!’ 하고 체험으로 배울 것이다.

이 경우 명령 대신 질문을 한다면, “‘조용히 해줄래?”라고 말하는 것이다. 더 바람직한 공감대화는 “선생님이 설명하는데 너희 소리 때문에 전달이 잘 안 되네. 선생님 설명이 끝난 다음에 말해주겠니?”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이 부탁을 들은 아이들은 대화를 멈추고 선생님을 위해 자신들이 결정해 대화를 멈추었다는 것, 배려했다는 것에 기쁘고, 뿌듯해할 것이다.

아침에 아이에게 “‘아침 먹어라”라고 명령하는 대신 질문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그 다음 어떻게 공감대화로 말할 수 있을까? 명령들을 질문형의 부탁으로 바꾸면, 명령보다 말이 길어진다. 길어진 부탁의 말에 아이들의 EQ는 풍부해질 것이다.

EQ가 풍부해진 아이들은 길게 답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그 나이에서 나오는 기발한 의견들을 자신 있게 내놓을 것이다. 의견을 들을 때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아이와 눈 맞추며, 미소로 들어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자력(自力)이 키워지고, 자존감이 높아진 아이를 보게 될 것이다. 자존감이 높아진 아이는 타인을 배려할 줄 안다.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진다. 그리고 보기만 해도 밝은 기운을 뿜는 아이가 된다.

“아침 먹어라”를 질문으로 하면 “지금 아침 먹을 수 있어?” 혹은 “아침 준비 다 된 것 알지?”로 바꿀 수 있다. EQ가 풍부해지는 공감대화로 바꾸어 본다면 “아침 준비가 됐는데, 너는 언제 먹을 준비가 되니?” 혹은 “아침 먹을 준비되면 말해줄래? 그 때 국 푸려고 하거든”이다.

부탁을 받으면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부탁을 할 때는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 사회는 부탁에 대한 부담감이 많다. 그래서 부탁을 할 때도, 받을 때도 부담스러워한다. 부탁을 상대가 받아들여주지 않았을 때, 화를 내고 비난한다면 그것은 부탁이 아니고 강요였던 것이다. 상대가 부탁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는 상대에게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공감해줄 때 진정한 부탁이 되는 것이다.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가 변화하기를 바란다. 내가 원하는 것에 맞지 않는 부탁이라면 정중히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부탁을 거절하고 불편해 하지 말아야 한다. 그 때 본인은 최선을 다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제 동료 교사에게 “오늘 퇴근할 때에 안양천을 산책하면서 갈까요?”라고 부탁하니, “전 오늘은 안돼요. 다음에 같이 갈게요.”라고 했다. 퇴근 후에 바쁜 일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바쁜 일이 있으시군요?”라고 공감해주고, 퇴근길 안양천에 들렀다.

더위와 함께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의 안양천은 무척 싱그러웠다.

백금자 서울 관악고 수석교사

 

서혜정 기자 alfime@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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