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절한 금자쌤의 공감대화] 교사 “지금 설명하고 있잖아” 학생 “불친절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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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절한 금자쌤의 공감대화] 교사 “지금 설명하고 있잖아” 학생 “불친절하시네요”
  • 서혜정 기자
  • 승인 2016.08.23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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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느낌 세밀하게 인식, 구체적 표현해야

나의 느낌의 근원은 욕구다. 다른 사람을 비판하고, 비난하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은 자신의 욕구를 돌려서 표현하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느끼는가, 나는 무엇을 바라는가,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나는 상대방에게 무엇을 부탁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면서 대화를 한다면 훨씬 더 소통이 잘 될 것이다.

어떤 사람이 “넌 나를 한 번도 이해한 적이 없어!”라고 했다면, 실제로 ‘그는 이해받기를 바라는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고 있지 않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의 느낌말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가벼운, 고마운, 기쁜, 든든한, 뭉클한, 뿌듯한, 생기가 도는, 신나는, 안심한, 자랑스러운, 즐거운, 충만한, 편안한, 평온한, 평화로운, 홀가분한, 흐뭇한, 흥미로운, 희망에 찬, 힘이 솟는’ 등등.

이런 단어들은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쓸 수 있는 말들이다. 반대로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의 느낌말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걱정되는, 괴로운, 꺼림칙한, 낙담한, 난처한, 답답한, 당혹스러운, 당황한, 두려운, 불편한, 슬픈, 실망스러운, 아쉬운, 외로운, 우울한, 절망적인, 조바심 나는, 지루한, 짜증나는, 혼란스러운, 화나는’ 등등.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데, 한 학생이 따지는 듯한 말투로 나의 설명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칠판에 필기를 하며 다시 구체적으로 설명하는데, 그 학생이 또 따지듯이 질문을 했다. 순간 당황한 나는

“지금 설명을 하고 있잖아. 끝까지 설명을 듣고 말하렴.” 이렇게 다소 격앙된 말투로 그 학생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그 학생은 “아니 평소에 ‘하브루타’(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하며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을 강조하시면서 왜 지금은 못하게 하세요? 불친절하시네요.”

이 말을 들은 나는 일단 내 감정을 살폈다. 나는 학생의 질문하는 태도에 기분이 상했던 것이다. 학생이 나에게 말할 때 예의를 갖춰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말이 좀 거칠게 나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그 학생의 감정을 생각하며 공감대화를 했다.

“길동아, 선생님이 불친절하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화났니?” “네.” “설명을 하려는데 네가 중간에 따지듯이 말하니까 당황해서 그랬던 것 같다. 불친절하게 느꼈다면 미안하다.”

나의 이 말에 길동이는 조금 전보다 약간 부드럽게, “네.”라고 했다.

이렇게 일단 상황은 자연스럽게 지나갔고, 나는 이어서 설명을 할 수 있었다. 이때 만일 내가 그 학생에게 “너는 학생이 왜 그렇게 예의가 없니?”라고 비난, 판단, 평가를 했다면 아마 상황은 더욱 악화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후, 길동이를 불러 잠시 얘기를 나누었다.

“길동아, 아까 네가 따지듯이 말할 때 선생님은 무척 당황했단다.” “선생님, 죄송해요. 제가 흥분하면 말투가 그래요.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예요.” “그렇구나. 앞으로는 말투를 좀 부드럽게 하면 좋겠지?” “선생님,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대화는 궁극적으로 자신을 대하는 방법에 적용함으로써 자신을 성장시키고 행복한 삶을 가꿀 수 있게 한다. 쉽지는 않지만 노력과 관심에 비례해 삶의 질은 향상될 것으로 확신한다. 쉽게 판단하고 비판하려 할 때마다, 다시 생각하고 다시 선택하면 된다.

특히 과거와 연결 지어 '언제나, 결코, 절대로, ~할 때마다, ~한 적이 있다, 번번히, 좀처럼' 등의 단어를 사용하지 말고 현재, 지금 이 순간 상황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말하는 것이다. 말할 때는 자신의 느낌을 세밀하게 인식,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의 말을 이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경청해야 한다.

 

내가 먼저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상대방의 관점으로 사물을 보면, 그들이 느끼는 감정과 욕구도 이해할 수 있다.

상대 감정에 공감해주었을 때, 상대방은 자신의 전존재(全存在)를 인정받는 느낌을 받고 감동하게 된다.

따라서 공감대화는 공감적 듣기라고 할 수 있다. 공감으로 듣는다는 것은 타인의 경험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백금자 서울 관악고등학교 수석교사

 

 

 

서혜정 기자 alfime@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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