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절한 금자쌤의 공감대화] 부모 잔소리 ‘아이에게 탁구공 쏟아 붓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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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절한 금자쌤의 공감대화] 부모 잔소리 ‘아이에게 탁구공 쏟아 붓는 것’
  • 서혜정 기자
  • 승인 2016.08.18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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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공감 대화는 '핑퐁'이다

‘대화’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것이 연관되어 떠오르세요? 천천히 생각해 떠오르는 것을 5개 적어보세요.

만일 '소통'이라는 단어를 적었다면, 대화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화’와 연관된 것을 떠올릴 때 흐뭇했던 경험이 별로 없다고 한다. 무엇이 떠오르느냐는 질문에 ‘불편’과 ‘불가능한 것’이라는 답을 한 이도 있었다. 대화를 통해 소통, 행복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나오는 답일 것이다.

대화의 기본은 ‘핑퐁’이다. 핑퐁은 탁구를 말하는데, 탁구공이 양쪽을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말을 서로 주고받는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탁구를 칠 때 탁구공을 상대가 받기 좋도록 넘겨야 상대는 그 공을 잘 받을 수 있고, 그래야 공이 다시 이쪽으로 넘어 올 수 있다.

부모가 몇 분 동안 계속 아이에게 말할 때 즉, 잔소리 할 때는 ‘부모가 아이에게 탁구공을 쏟아 붓는다’고 표현할 수 있다. 쏟아지는 수많은 탁구공을 아이가 어떻게 받아 넘길 수 있을까? 아이는 공을 받을 생각은커녕 '공에 파묻혀버리고 말 것'이다.

교사가 학생에게 일반적으로 하는 명령도 탁구공은 아니다. 탁구공보다 훨씬 크고 단단한 공을 던지는 것이다. 그런 공은 다시 받아서 던지기 어렵다. 어른들끼리도 상대가 말을 듣든 말든 자신의 말만 마구 쏟아내는 사람이 있다. 그 경우는 마치 자동기계에서 나오는 야구공 같이 보인다.

집중해서 상대의 말을 들으면, 내 느낌이 어떤지, 상대 느낌이 어떤지,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 수 있다. 질문으로 말하면 공이 다시 내게 넘어온다. 그것이 핑퐁이다. 만일 상대의 느낌과 원하는 것을 알기 어려울 때는 ‘앵무새 되기’를 하면 된다.

아래의 경우 어떻게 말해야 대화가 핑퐁처럼 연결될 지 적어보세요.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저녁을 먹으면서, “엄마, 학교 운동장에서 공사해요. 끝나고 아이들이 한꺼번에 나오는데, 공사 물건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었어요. 아이들이 그 물건들을 차고, 넘고 그랬어요.”

이 말을 들은 엄마는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 핑퐁처럼 오고 가는 말들을 분류해 인식하면, 나쁜 말하기 습관을 바꾸는데 효과적이다. 말은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내가 주인공이 되어 말하는 것과 상대를 주인공으로 해 말하는 것으로 나뉜다. 그리고 내가 주인공이 되어 말하는 것은 ‘나의 느낌과 바람을 말하는 것’과 ‘나를 비판하고 평가하는 것’으로 다시 나눌 수 있다. 상대를 주인공으로 해 말하는 것도 똑같이 2가지로 나눈다.

엄마가 초등학교 4학년 아이에게 하는 대답을 4가지로 구분하면 <표>와 같다.

 

내가 하는 말이 비판과 평가라는 것을 인식하면, 다시 그 말을 하게 될 때 멈출 수 있다. 설사 습관이 강해 멈추지 못하고 말해버리더라도, 후회하게 된다. ‘이게 아닌데……’라고 후회하는 것이 내 말버릇을 바꾸는 첫걸음이다.

엄마가 “그 물건 때문에 나오는데 불편했구나”라고 공을 받아 넘기면, 아이는 수많은 생각들을 정리해 다시 대답할 것이다.

“네, 나도 불편했지만, 넘다가 다치는 아이가 생길까봐 걱정됐어요.”

이런 멋진 핑퐁 공을 받는다면, 다시 아이에게 질문하면 된다. 절대 결론을 내리지 말고 질문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음, 선생님께 내일 말씀드릴까요?” “그거 좋은데!”

그런데 이 때 아이의 생각이 자랄 수 있는 질문을 더 하는 것은 어떨까.

“그거 좋겠다. 그런데, 그 물건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물건을 치워야죠.” “공사가 끝날 때까지 그 물건들이 필요할 텐데…. 아이들이 다닐 때 방해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아, 물건들 주위로 줄을 매어놓으면 어떨까요?”

“너는 왜 그런 쓸데없는데 신경을 쓰니? 끝나면 바로 집에나 와.”

이렇게 엄마가 말했다면 아이는 엄마와의 대화는 불편하고,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대화는 소통이고 행복한 것이 되기를 기원한다.

백금자 서울 관악고 수석교사

 

 

 

 

서혜정 기자 alfime@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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